"무쵸 구스또(처음 뵙겠습니다)"
[ 땅끝편지 ]
작성 : 2020년 11월 05일(목) 14:05 가+가-
페루 김명수 선교사1

장신대에서 선교 훈련을 마치고 교수님들과 함께한 필자(앞열 좌측에서 두번째)

선교사 파송 서약. 1990년 6월 10일 오산교회.
'무쵸 구스또(Mucho Gusto)'는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혹은 '처음 뵙겠습니다'라는 의미의 스페인 인사말이다. 처음 선교사로 칠레에 갔을 때 아마도 기본 인사말 외에 가장 먼저 배운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칠레 사람을 소개받으면 모두 처음 만나는 분이었기에 항상 먼저 이 인사를 해야만 했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 됐다.

한국기독공보의 '땅끝 편지'를 통해 칠레와 페루에서의 선교 사역을 나누게 돼 독자들께 먼저 인사드린다. "무쵸 구스또!"

30년이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필자 부부에게는 그저 맡겨진 일을 하다 보니 지나간 시간이다. 그러나 항상 고백하며 감사하는 것은, 지난 30년이 먼저는 우리를 인도, 보호, 축복해주신 하나님의 은혜요, 그 다음은 우리를 선교지에 보내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후원해 주신 모든 후원교회와 선교동역자님들, 그리고 우리 가족들의 도움이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후원자 대부분이 또한 한국기독공보의 독자일 것이기에 이 지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모두 평안하시지요? 그간 감사했습니다."

필자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모교회인 익산 북일교회 마당을 놀이터 삼아 성장하다가, 고등학생 때 여러 선배들을 통해 나의 선택이 바른 신앙의 길임을 확신하며 헌신하게 됐다. 그리고 엑스플로74 전도대회 때 여의도 광장에서 선교사로 서약하고 일어선 한 사람으로서 신학대학과 신대원 과정을 거치며 부르심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인 오주엽 선교사도 부산진교회 출신의 모태신앙으로, 어머니인 정은복 권사(평양 장대현교회 정익경 장로의 8녀)의 믿음을 이어 받아 이화여대 의대를 진학하며 선교사로 서약했었다. 우리 부부는 서울 서문교회(당시 김만우 목사 시무) 대학부에서 만났다. 서문교회 대학부는 우리에게 기독교 영성, 지성, 실천을 훈련시켰고, 당시 동기와 선후배들은 지금까지 필자에게 소중한 믿음의 동역자들이다.

신대원을 마치고 부산 해운대의 오산교회(당시 조병성 목사 시무)에서 부교역자로 목회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우리는 첫 선교사로 파송받게 됐다. 장신대 세계선교원에서 위탁교육 7기로 선교사 훈련을 받았고, 김계용 목사님, 서정운 총장님, 이광순 교수님 등 영성이 풍성한 교수님들과 우리를 포함해 임종혁, 이필환, 홍인식, 박승호 선교사 가정은 무척 단촐했기에 더 끈끈하고 깊은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1990년 6월 10일, 오산교회 창립 15주년 기념예배를 드리면서 임순삼 총무님, 신동혁 목사님의 축복 아래 우리는 칠레선교사로 파송을 받았다.

긴 여행 끝에 도착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공항은 조용한 시골 기차역 같은 분위기였다. 여기가 국제공항인가 두리번거리며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온 우리를 맞이한 것은 칠레의 세 분 선임 선교사였던 최종남, 이양덕, 허원구 선교사님이었다.

이렇게 우리의 선교 사역은 시작됐다. 하나님이 훈련시켜 주셨고 신실한 후원교회와 후원자들을 준비해 두셨으며, 보내신 사역지에선 이미 길을 연 선임 선교사님들이 후배를 환영해주었으며, 앞으로 만나게 될 신실한 현지 동역자들도 이미 준비해 두고 계셨다.

어느 곳이든 1호 선교사로 길을 열어야 했던 분도 있고, 지금도 처절한 어려움에 직면했거나 생명을 드려야 했던 분도 계심을 잘 알고 있다. 그 분들에 비해 너무 편하게 사역한 필자로서는 감히 말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우리를 선교사로 보내셨을 때 각각의 장소와 시기에 합당한 은혜를 베푸셨다'는 것에 모두 동의하리라 믿는다.

그런데 근래에는 '무쵸 구스또'란 인삿말을 사용한 기억이 거의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도 그랬다. 왜냐하면 이젠 거의 아는 사람들과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사역한 필자에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내 사역이 너무 습관화됐다는 반성도 하게 된다.

그러면서 한 가지 상상을 해본다. 하늘 나라에 가서 먼저 간 성도들을 만나면 뭐라고 인사해야 할까? 그곳에서 한국뿐 아니라 칠레와 페루 성도들에게 '다시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할 생각을 하면 기쁨이 밀려온다. 그런데 처음 본 성도에게 뭐라고 인사하나 궁금하긴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예수님께 '무쵸 구스또'라고 인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김명수 목사 / 총회 파송 페루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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