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이식하는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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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20년 10월 21일(수) 10:00 가+가-
다음 10년, 2030년이 되면 통째로 전체머리가 이식되는 수술이 가능하다고 신경외과 의사들이 말한다. 공상과학이나 공포영화의 음모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이다. 지난 수십 년간 장기 이식수술은 발전이라는 표현보다는 시간을 뛰어넘으며 앞서나가고 있다.

이제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이식수술이라는 단어에 아주 친숙해져 있다. 이식수술이라는 것은 정상기능을 할 수 없는 고장 난 장기를 대신하여 기증받은 새로운 장기를 심어주는 수술을 말한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자동차의 기관이 고장 나서 기능을 못할 때, 새로운 부품으로 갈아 끼워주는 작업과 같은 것이다. 자동차 배기관이 고장 나서 갈아 끼운다면 사람에게서는 신장이식이 되고, 엔진을 갈아 끼웠다면 심장이식이 된다.

살아있는 기증자에게서 장기를 공여 받으면 생체이식이라 하고, 뇌사자에게서 장기를 받으면 뇌사자 이식이다. 뇌사란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뇌손상으로 의식이 없어지고 심장이 정지되어 신체의 모든 기능이 정지된 상태를 말한다. 현대는 의학이 발전하여 뇌사가 되었더라도 인공호흡기를 달고 숨을 쉬게 해 주어서 심장을 뛰게 하고 몸의 기능을 살려놓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시술로 일정기간동안 생명을 유지시킬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기계나 약물의 도움만으로는 생명을 계속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사망에 이르게 되는데 사망 전에 엄격한 뇌사판정의 절차 후에 살아있는 장기를 이식할 수가 있다. 이식에 이용되는 장기는 신장, 간, 심장, 폐, 각막, 췌장, 소장 등이 있다.

장기 이식은 최근에 발전된 학문이며 약 100년의 역사를 갖는 학문이다. 우리가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혈액을 투여할 때, 꼭 혈액형에 맞추어서 혈액을 주사한다. 최근까지도 이식수술 시 혈액형이 맞아야 장기이식을 하는 조건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술 술기의 발전과 함께, 면역억제제의 발전으로 이제는 혈액형이 달라도 장기이식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장기 이식의 발전은 신장이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954년 12월 23일 미국에서 일란성 쌍둥이 사이에서 생체 신장이식이 세계 최초로 성공적으로 시행되었다. 비뇨기과 의사인 해리슨이 적출한 신장은 혈액을 관류시키자 곧바로 소변을 생산했고, 요독증 환자는 아주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신장 공여자는 한 쪽 신장을 내어주고도 건강하게 잘 살다가 2010년에 79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대한민국은 1969년에 최초로 생체 신장이식이 시행되었고, 최초의 사체신장 이식은 1979년에 한양대학교 병원에서 이루어졌다. 1988년에는 국내 첫 간이식을 성공하였으며 현재 우리나라 이식의학계는 신장이식뿐 아니라 여러 기관의 장기 이식이 활성화되어 질병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고, 세계 이식학계를 선도하는 입장에 있다.

이식수술로 인한 많은 미담들이 있다. 장기 공여자와 수여자의 눈물겨운 이야기, 이식수술 후 새 생명을 찾은 이야기도 많다. 수년전에는 스웨덴에서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받아 자신이 태어난 자궁으로 출산을 하여 주목을 받았고, 미국에서도 공여 받은 자궁으로 최초로 아기를 출산하는 기쁨을 누려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고나 화상으로 얼굴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안면이식으로 새로운 삶을 찾아준 이야기도 있다.

회복 불가능한 척추손상이나 근디스트로피 환자의 치료를 위하여 머리를 통째로 이식하는 아이디어가 제안되었다. 처음에는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여겨지기도 했으나, 이제는 그렇지도 않다. 뇌와 척수의 이식이 다른 장기 이식보다 아직 활성화되어있지 못하기는 하지만, 수술 술기의 발전으로 뇌와 척수를 함께 접합하면 이식이 가능해지고, 수술 후에 의식도 옮겨갈 수 있다. 그러나 수술이 술기적으로 가능하게 되더라도 아직은 심리적, 사회적, 법적, 윤리적, 문화적, 종교적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우리 장로교회 교단도 이렇게 수술로 머리가 바뀌는 일이 닥치기 전에 미리미리 신학적 이론과 실천을 준비하여야 할 때다.



박해영 교수/한양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명예 ·덕수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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