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함 그 미결의 사유
[ 기독미술산책 ]
작성 : 2020년 10월 02일(금) 10:00 가+가-
최 선 작가의 '시간의 점'

시간의 점Ⅰ(時間의 점) 227.3 x 181.8cm Mixed media on canvas, 2018

최 선 작가는 드러나고 숨겨지는 삶의 잔상들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질그릇 이미지로 풀어낸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거친 결과 함께 모호함을 드러낸다. 과연 그 모호성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 마크 로스코(Mark Rothko)는 '생명의 맥박이 느껴지지 않는 추상이란 있을 수 없다. 고통과 환희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그림이란 쓸모없다. 나는 생명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그림에는 관심이 없다'라고 토로한다.

책에는 겉표지와 속지라는 외형적 물성 안에 보다 중요한 내용이 존재하듯이, 작품에도 보이는 화면 이면에는 고유의 의도나 상징성이 다분히 존재한다. 화면은 얼핏 질그릇을 빚으신 창조주와 그를 경배하는 경배자로 감지되지만, 그 미완의 모호성은 아무튼 관조자의 몫이다. 질그릇 형태가 지닌 실제 존재적 가치나 인식의 여지는 그다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당혹스럽지만 사유를 공유한다는 나름의 의미가 부여된다. 속이 비어 있는 공간에 채움과 비움,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들은 모든 생명체의 유한적 존재감의 표현이 아닐까? 그 모호한 선과 색의 중첩으로 3차원적 감정세계가 열리면서 단색조 공간이 제공하는 허허로운 감정은 기이할 만큼 차분하고 담백하다. 회색을 통해 개인적인 정서나 예술미감이 반추되면서 감정의 몰입이 일어나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의 인생 여정에서 고통의 순간순간의 감정을 구태여 숨기지 않고 화면에 노출시킨 것이다. 무채색의 공허한 공간으로 말이다. 그렇다고 허무주의라고 선 긋기보다는 눈물을 삼키며 신의 성품을 닮아 가려는 수행 내지는 자기 성찰로 보면 좋을 것이다. 그 근거는 회색 화면이 주는 진지함은 자신을 살피면서 위로부터 부어지는 은혜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색조의 퇴색한 세월 흔적은 겸손과 평온, 고상한 운치까지 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추구하는 예술세계가 선명하거나 화려하거나 아름답지 않다는 것도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하더라도 한국적 이미지의 수수함과 현대 도시의 까칠한 이미지까지 두루 감싼 유연함은 모던함과 세련미가 배어 나온다. 끝내 미결 같아 보이는 거칠고 모호한 화면은 감정을 추스르며 심리적 긴장을 해소하고 색채치료의 길까지 의미심장하게 모색한 작품으로 보인다. 깊어가는 가을 밤 최 선 작가의 '시간의 점Ⅰ' 작품을 관조하면서 코로나19 팬테믹에도 우리 내면 질그릇에 소소한 일상을 감사로 채운다면 행복은 실존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 보화를 질그릇에 담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 풍성한 능력이 우리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보이시려는 것입니다.'(고후 4:7)



최선 작가는

국민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학과 석사졸업,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원

순수미술학과 석사졸업, 호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서양화전공 학사졸업

개인전 10회, 단체전 23회

수상/대한민국기독교미술대전 입선, 광주광역시미술대전 특선, 대한민국기독교미술대전 입선, 목우회 미술대전 입선등





유미형 작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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