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여성사역 확장에 대한 연구
[ 기고 ]
작성 : 2020년 09월 11일(금) 13:01 가+가-
총회 양성평등위원회 여성총대할당제 법제화 연구를 위한 전문위원 연구 발제
총회 양성평등위원회(위원장:오창우)는 지난 제104회기 여성총대할당제의 법제화에 대한 전문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여성사역의 확장을 위한 대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했다. 이에 이 지면에서는 2회에 걸쳐 여성위원회 전문위원 배현주 목사(전 부산장신대 교수)와 김호경 교수(서울장신)가 연구, 발표한 '여성총대할당제 법제화'와 '공유의 힘을 확장하라' 주제의 발제문을 요약정리해 게재한다.



'여성총대할당제 법제화'(배현주 교수)

코로나19는 우리나라와 지구촌의 시대사적 변곡점이 되었다.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지구촌 위상이 고양되는 뜻밖의 결실도 있었는데, 이는 의료계 지도자들이 2015년 메르스 대처의 실패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고 철저하게 대안 마련을 한 덕분이었다. 한국교회는 팬데믹 대처 기간 추락된 개신교의 신뢰를 회복하고, 백 년 전 같이 교회가 사회적 신뢰의 그루터기로 다시 뿌리내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전염병과 대규모 자연재해가 계속 발발할 것이라는 전망 앞에서 교회는 정부 및 시민사회와 계속 협력하며 '사회적 목회'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외부와의 효과적 협치를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교회의 일치가 필요하다. 한국교회가 사람과 사회와 자연의 생명을 살리는 'K-교회'로 거듭나려면, 남녀노소의 차이를 뛰어 넘어 집단 지혜를 모아 하나님의 뜻을 함께 실천할 수 있게 하는 교회 내부의 공동체적 생명력이 활발해져야 한다. 총회 양성평등위원회가 추진하는 '여성총대할당제 법제화'는 코로나19 이후 교회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노력의 주요한 한 방편이다.

종교개혁자 루터는 "전통은 죽은 자들의 살아 있는 신앙이고, 전통주의는 산 자들의 죽은 신앙"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초대교회는 살아 있는 신앙 운동의 진원지였다. 그 원인은 전적으로 다르지만, 초대교회도 코로나19 상황에 처한 한국교회같이 외부의 부정적 인식을 마주 대하여야 했다. 그러나 성령 충만한 희생적 사랑, 사람들 사이의 막힌 담을 뛰어 넘는 다양성 속의 일치, 여성의 참여와 리더십의 존중 등이 특징이 되는 공동체를 세움으로써 신앙 운동을 활성화하고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온도조절기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와 합하기 위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느니라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 3:27~28). 이 초대교회의 세례고백문은 신앙공동체 구성의 기본 원리였다.

총회 양성평등위원회가 추진하는 '여성총대할당제 법제화'는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고자 하는 열망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양성평등 문화와 여성 리더십이 가시화되지 않는 교회가 '성인지 감수성'을 당연시하고 공적 사적 영역의 실질적 민주화를 추구하는 다음 세대들에게 '사람 낚는 어부'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해외 파트너 교회 대표들이 여성안수는 시행하지만 남성 총대가 압도적인 우리 총회의 현실을 보고 실망했다는 방문 소감을 듣고는 한다. 세계교회 속에 잘 알려진 예장 통합의 위상에 비례하는 교회의 일치, 곧 다양성 속의 일치에 대한 헌신을 가시적으로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문명사적인 전환기에 서 있다. 특히 코로나 19의 근본 원인인 기후붕괴의 시대 녹색교회와 녹색신앙의 라이프스타일로 전환해가는 과정에서나, 시대적 요청인 돌봄 사역의 확장에 있어서도, 교회는 여성의 적극적 참여와 연대적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 'K-방역'을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꿈꾸는 시대에, '세계교회를 선도하는 K-교회'로서의 영향력을 갖추려면 여러 차원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교회분열의 20세기를 극복하고 교회일치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 새 포도주를 담을 새 부대, 곧 새로운 문화가 필요하다. 여성총대할당제를 권고사항으로만 두지 않고 의무사항으로 요청하는 법제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포스트코로나 문명전환기에 교회공동체의 전면적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배현주 교수



'공유의 힘을 확장하라'(김호경 교수)

코로나 19로 인해서 오늘날 전 세계는, 우리가 변하고 있으며 변해야 한다는 것을 불가피하게 체감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코로나 19는 마치 도자기 가게를 부수려는 파리와 같다. 파리는 힘이 없어서 찻잔 한 개도 움직이지 못한다. 그래서 황소를 찾아내 그 귓속에 들어가 윙윙거리기 시작한다. 황소는 공포와 화를 참지 못해 도자기 가게를 부순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코로나 19가 들어간 황소는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가까이 있는 사람은 멀어지고 멀리 있는 사람이 가까워진, 네트워크 사회이다. 우리는, 전 세계의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끝없이 연결되는 고리 속에 살고 있다. 소위 만물인터넷 시대이다.

사람-사물-공간이 연결된 만물인터넷 사회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경제사회 시스템을 파괴적으로 혁신할 것이다. 다양한 경제주체가 등장하고, 산업, 학문, 문화, 계층,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유형, 무형의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연결하며, 새로운 가치 및 성장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전 세계의 상품과 서비스가 통합될 것이다. 구조와 과정, 소유와 사용, 지식과 배움, 현실과 가상의 명확한 구분이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될 것이다. 종업원과 고용주의 구분도 모호해지고, 가치 역시 대단히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자본주의의 이면에 있는 환경오염, 양극화, 물질만능주의, 과소비 등에 대한 경각심이 일고, 공동체와 환경의 중요성을 자각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하는 것이 공유경제이다. 공유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개념은 협력이다. 공유경제의 작동원리이자 핵심가치는 특정 자원을 가진 사람들과 해당 자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하는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이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재화에 대한 접근권이나 사용권을 타인과 공유, 교환, 대여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시스템이다. 과잉생산, 과잉소비에 의한 자원 낭비와 환경 파괴 문제를 넘어서, 서로 믿고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려는 것이 공유경제이다. 협력적 소비를 통해서, 필요한 만큼 소유하는 방식으로 자원낭비를 줄이고, 소유하고 있는 것을 나누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는 것이다. 개념의 핵심은 한때 내쳐뒀던 자원을 다시 이용하는 것이다.

20세기(오프라인 세계)는 물질의 세계이며 소유 중심의 세계이며, 자원경제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세계였다. 소유해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소유경제라고 한다. 그러나 21세기(온라인 세계)는 정보가 중심이 되는 세계이며 공유의 세계이다. 누릴 때만 소유할 수 있는 세계이다. 경제가치의 생산주체가 기업에서 일반시민으로 변화하며, 거래판단의 기준은 정부의 제도에서 소셜 평판과 신뢰로 전환한다. 이제 진짜 중요한 것은 물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질을 활용하여 얻는 가치이다. 소유경제(Ownership Economy)가 끝나고 공유경제 시작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가치가 아니라 소유를 위해 소비를 중요하게 여겼다면, 이제는 가치 중심, 접근성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코로나는 아직 준비하지 못했던 미래를 급작스럽게 현재화시켰다. 지금 우리는 황소가 부순 도자기 가게를 보고 있다. 물론 이 어려움에서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방법을 찾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사고의 전환이다. 익숙한 사고, 당연히 여겼던 관습에서, 현재의 고난을 이기고 미래 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사고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 기준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를 뉴노멀시대라고 이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새로운 기준의 시대에 필요한 사고는 '공유'이다. 소유가 아니라 협력과 가치의 나눔만이 우리 모두를 살게 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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