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저도 주의 종, 목사입니다.
[ 땅끝편지 ]
작성 : 2020년 09월 10일(목) 13:40 가+가-
영국 장순택 선교사4

세례식을 위해 해변에 모여 있는 필자와 이스트본 교회 교인들.

필자가 큰 결심을 하고 들어간 이스트본은 아시아보다 유럽에 더 많이 알려진, 당시 많은 유럽 청년들이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찾는 곳이었다. 이들은 짧게는 한 주, 길게는 3개월로 이곳에 머물렀는데, 그 중엔 평생 한 번 교회에 안 가본 사람도 많았다.

필자 부부가 영어로 예배를 드리면서 각국의 유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숫자가 계속 늘어 100명 이상이 되자 예배 후에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처음 교회에 나와 "입장료가 얼마냐", "점심 값을 내는 거냐?"고 묻는 순진한 청년들에게 복음 대신 헌금의 의미를 설명할 여유는 없었고, 헌금 바구니는 항상 소액의 동전들로 채워졌다.

영국에 올 때에 영어 공부만으로도 분주했기 때문에 선교사로서의 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전 사역지인 본머스에서는 여러 도움으로 일자리와 집이 해결됐지만, 이곳에선 쉽지 않았다.

필자는 용기를 내어 한국에서 가깝게 지냈던 선배 목사님께 전화를 걸었다. "목사님, 제가 영국에서 사역하고 있는데 이번에 한국 들어가면 찾아 뵙겠습니다." 꽤 규모가 큰 교회 목사님이었고, 필자의 부탁을 불편해 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런데 막상 한국 도착해 제일 먼저 전화를 드렸더니 "오지마, 오지 말란 말이야"라며 거절하셨다. 너무 당황스러워 그 교회 장로님께 상황을 물었더니 "장 목사가 오면 차비도 줘야하고…"하시며, 방문하지 않도록 결정하셨단다. 그 말에 너무 마음이 아팠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며칠 후 목에 커다란 혹이 생기면서 조금씩 커져갔다. 필자는 영국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여보, 나 여기서 구걸하는 거지 같다"고 하소연하자, 아내는 "당장 그만두고 오세요"라며 울먹거린다.

영국으로 되돌아가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저도 주의 종 입니다. 학생들에게 복음을 가르치며 식사도 준비하는데, 돈이 없어 이렇게 힘들면 어떡합니까?' 기도하면서 3가지 약속을 하나님께 드렸다. 첫째, 사람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만 바라 보겠습니다. 둘째, 우리의 후원자가 되어 주십시오. 셋째, 목사의 자존심을 지켜 주십시오(주의 종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해주세요). 이 세가지를 위해 다시 기도했고, 자립 선교를 위해 전문학교에 찾아가 3년 과정으로 벽돌 쌓기 반에 등록해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정식으로 일을 할 수 없는 비자를 갖고 있던 필자와 아내는 일당을 받는 파출부, 세탁, 청소, 노인 돌봄 일을 시작했고, 그렇게 번 돈으로 교회를 유지했다.

그러는 동안 많은 학생들을 만났다. 어느날 밤 찾아온 한 학생은 "몸이 아파서 왔어요, 엄마 친구가 권사님인데, 그 권사님이 엄마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무조건 목사님 댁으로 가라'고 해서 왔어요"하기에 "잘 왔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고 같이 저녁을 먹고 쉬다가 돌려보냈는데, 그 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다 한국으로 돌아갔다. 아버지와 자신이 공산당원이고, 본국에서 장학금을 받아 공부하던 중국 학생도 있었는데, 이들은 우리가 자신의 두 번째 부모라고 말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이란에서 온 학생은 "교회 밖에서는 아는 척 하지 마라, 다른 사람이 교회 다니는 걸 알면 많이 힘들어 진다"고 부탁하기도 했다. 독일에서 온 학생은 "북한 선교에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북한 선교사가 되겠다"고 고백했다. 학생 목회가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들을 통해 다음 세대로 또한 세계 각지로 복음이 전파될 것을 기대하며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올린다.

장순택 목사 / 총회 파송 영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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