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파업과 정부의 행정명령 사이에서
[ 시론 ]
작성 : 2020년 09월 02일(수) 07:53 가+가-
요즈음 코로나19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사들의 파업과 정부의 행정명령은 도망갈 틈을 주지 않는 고양이와 도망갈 틈이 없는 쥐와 유사해 보인다. 누가 고양이이고 누가 쥐인지 분명하지도 않지만, 워낙 강(强)대 강(强)의 입장이라 기어이 한쪽은 쥐가 되어서 죽어야 할 것만 같다.

문제는 정부가 공공의료의 확대를 위해 의과대학의 입학정원을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4,000명을 증원하기로 결정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정부가 이러한 결정을 하기까지 의료계와 논의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결정으로 인해서 실제적으로 영향을 받을 젊은 수련의나 전문의들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실책일 것이다. 논의의 상대였던 60대 전후한 현재의 의료계 인사들은 10년 후에는 대개 은퇴할 것이고,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상충될 것이 별로 없어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적다고 말한다. 2015년 기준 OECD 국가의 경우 인구 1,000명당 3.4명인데 우리나라의 경우에 2.2명이니, 수치만 보면 우리나라 의사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OECD 국가의 경우에는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반면에 우리나라의 인구는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 지금의 통계는 가만두어도 비슷한 수준에 이르지 않을까싶다. 한편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병원을 세워 공적 재원으로 의료 인력을 채용하여 상당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한, 입학정원만 늘인다고 해서 공공의료가 과연 확대될까는 의심스럽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재난의 한 가운데 있다. 그나마 의료진과 방역당국의 헌신적인 수고로 모범적인 K방역 시스템이 구축되었다고 하지만, 안일하게 행동하는 개인들과 교회탄압을 말하는 일부 교회들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2.5단계로 격상한 상태이다. 향후 코로나19 중증환자와 위증환자들이 늘어나면 치료병상과 대처능력이 한계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고, 일반 시민들의 일상적인 생활은 물론이고 안전과 건강조차 전방위적으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여차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수련의와 전문의들이 의사면허증을 반납하며 파업을 강행하고 있고, 의과대학 졸업예정 학생들은 국가고시라도 거부하겠다며 동조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과 선배 의사들은 누군가 법적 제재를 당하면 의료계 전체 파업을 불사하겠다며 제자들과 후배들의 편을 거들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병원이나 시립병원 또는 시의료원에 대해서는 적자운영을 해소하고자 폐쇄하겠다는 상황에서 사립병원들과 사적 소유 부분까지 공공의료의 영역처럼 국민을 오도하고 있으니 화가 치밀 만도 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수들이 한참 불이 난 상황에서 파업을 하겠다면, 이는 직무유기나 범죄일 수 있다.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강행하려는 파업은 절대 안 된다. 의사란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우선적으로 살려야 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역시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의 행정명령을 철회하고, 의대정원의 증원결정을 유보하여 대화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의사들도 정부도 환자들의 치료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 아니한가. 이제라도 노사정위원회 같은 논의기구를 만들어 각각의 논점을 충분히 드러내고, 최선의 방안을 다시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설사 공공의료의 확대가 1, 2년 미루어진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붕괴될까.

정종훈 교수(연세대, 연세의료원 원목실장 겸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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