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에서 필연으로
[ 목양칼럼 ]
작성 : 2020년 09월 04일(금) 09:15 가+가-
2011년 12월 26일, 이날 필자는 9년간 부목사로 섬기던 교회를 사임했다. 마음 속 고민과 갈등을 내려놓고 당분간 아무 생각없이 설교자와 목회자가 아닌 예배자로만 하나님 앞에 서고 싶었다. 이사를 하고 짐을 풀던 중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목사님 저 00입니다. 저와 제 여동생 그리고, 이제 막 태어난 조카 셋이서 다닐 교회를 찾고 있습니다. 마음 편한 곳에서 예배드리고 싶어서요. 혹시 목사님 개척 하시면 저희 셋도 같이 예배드릴 수 있을까 해서 전화드렸습니다."

개척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마음 속에서 그 아이의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남편과 사별한 채 아이를 낳아 양육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그렇게 권면한 장본인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며칠 고민 끝에 집에서 함께 예배드리기로 결심하고 2012년 1월 1일 주일날 오전 11시 우리 집 작은 거실에서 첫 예배를 시작하였다. 나는 그날 새벽에 교회 개척이 만약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일이라면 첫해 12가정이 모이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 후 마치 다윗 시대 아둘람 굴처럼 환난 당한 자, 빚진 자, 마음이 원통한 자, 영적 정신적 육체적 난제에 봉착한 자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시절 매일 새벽과 저녁 두 번 모여 말씀묵상하고 기도하고 다 같이 밥 먹는 것이 일과였다. 인간의 힘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문제 가운데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그저 성도들과 함께 울고 웃고 배려하면서 교회와 목회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기 시작했다. 기도하던 성도들이 서서히 회복되고 일어서기 시작했고 분명 극복 불가능해 보이던 문제들에 대해 하나님께서 응답하시고 해결해 주시는 은혜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2년 개척 첫해 11월에 12가정이 모이게 됐다.

적어도 2012년 한 해 동안 하나님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시고 불가능한 상황에서 길을 열어내시는 분이셨다. 신묘막측하신 지혜와 광대하신 경영으로 당신의 뜻을 이루시는 분이셨고, 마음이 상한 자들을 치유하시고 품어 안아주시는 우리 하나님 아버지이셨다. 눈에 보이는 건물이 교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셨고 마음의 중심을 담아 예배하는 곳에 하나님께서 역사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다. 중심을 다 해 예수 그리스도만을 섬기며 말씀대로 순종하기 원하는 성도들에게 반드시 응답하시고 갚아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하셨다. 인간이 보기에 우연과 억지로 시작된 것 같았지만 하나님의 예정과 섭리와 은혜로 보면 오래전부터 준비하신 하나님의 필연으로 그렇게 교회는 시작되었다.

임종호 목사/준원영교회
많이 본 뉴스

뉴스

기획·특집

칼럼·제언

연재

우리교회
가정예배
지면보기

기사 목록

한국기독공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