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계석을 옮기지 말라
[ 시론 ]
작성 : 2020년 08월 25일(화) 10:14 가+가-
잠언 22장 28절에 "네 선조가 세운 옛 지계석을 옮기지 말지니라"는 말씀이 나온다. 지계석이란 땅의 경계와 범위 그리고 소유를 설정하는 표시다. 대한예수교장로회도 우리의 교회론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지계석들이 있다.

첫째는 선교사들의 사역이 시작되기 전에 의주 상인들에 의해 소래교회가 세워진 민족교회(National Church)의 전통이다. 둘째는 '오직 믿음' '오직 성경' '오직 은혜'를 강조하며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칼뱅의 전통을 따라 '경건과 학문'을 추구하는 개혁교회(Reformed Church)의 전통이다. 셋째는 총회가 세워지고 첫 사업으로 이기풍 선교사를 파송한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이다. 넷째는 복음전파의 사명을 강조하고 교회의 성장과 성숙을 추구하는 복음적 교회(Evangelical Church)이다. 마지막으로 다양성 속에 일치와 정의 평화 생명을 추구하며 세계교회와 그리스도의 한 몸 됨을 고백하는 에큐메니칼 교회(Ecumenical Church)이다.

그런데 다음 달 열리는 제105회 총회에 두서너 노회가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탈퇴를 헌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느 한 대형교회는 이미 탈퇴했다고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홍보하고 있다. 이는 우리 교단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으므로 총회의 숙고와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 총회는 '하나의, 거룩한, 보편적, 사도적 교회'라는 고백을 기초로 교회의 가시적 일치와 연합을 추구하는 에큐메니칼 정신을 기반으로 세워진 교단이다. 현대 에큐메니칼 운동이 시작된 1910년 에딘버러선교대회에 언더우드와 마펫 선교사를 파송한 이래 지금까지 세계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중심으로 한국교회의 연합운동과 세계교회가 일치·선교·봉사의 영역에서 협력하는데 항상 앞장서 왔다. 합동과 분열하는 순간에도 한경직 목사의 지도력 하에 에큐메니칼 교회의 정체성을 확언하였다.

에큐메니칼의 어원, 오이쿠메네(oikoumene)는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생명들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온누리'를 의미한다. 그 누리 안의 모든 생명들이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 화해케하는 것이 에큐메니칼 운동의 목적이다. 따라서 우리 교단의 지체라면 마땅히 복음주의적 에큐메니즘을 지향하는 교단의 신앙고백을 공동으로 고백해야 한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한국교회의 성숙과 성장을 위한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에큐메니칼 운동에는 깊은 영성이 있다. 에큐메니칼 운동에는 높은 윤리가 있다. 에큐메니칼 운동에는 참된 교회론과 선교가 있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요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고전 12:27)으로 비유하였다. 교회의 분열은 바로 그리스도의 몸을 나누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온전한 그리스도의 몸의 회복 없이 진정한 교회됨은 성취될 수 없다. 한국교회의 선교와 전도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교회의 하나됨을 추구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이를 확언하는 제105회 성총회가 되기를 기도드린다.



금주섭 교수/ 장신대·전 WCC CWME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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