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눈사람
[ 공감책방 ]
작성 : 2020년 07월 10일(금) 09:00 가+가-
'앵무새 죽이기'와 '검피아저씨 뱃놀이'를 통해 본 공감의 의미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최근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에서 흑인차별 문제는 비단 오늘날뿐만 아니라 이미 19세기 중반 이후 남북전쟁과 흑인 인권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해서 제기된 질문이다.

자기 삶의 경험이 바탕이 된 하퍼 리의 처녀작 '앵무새 죽이기'가 1960년 발간되자마자 미국 전역에서 호평을 받았고 수많은 상을 거머쥐었다. 대중성에서도 성경, 천로역정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되었다. 이 책의 배경이기도 한 미국 남부 앨리바마 주는 흑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자 흑인 인권운동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스카웃'이라는 한 소녀의 눈을 통해 가족과 이웃들과의 일상을 그려낸 일종의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거야… 말하자면 그 사람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 다니는 거지"


앵무새 죽이기의 애티커스 핀치

이 책의 1부는 젊었을 때 사고를 치고 집에서 두문불출하는 부 래들리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모든 마을 사람들, 특히나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일종의 유령의 집 같은 곳이었다. 사회에서 소외된 래들리 가족에게 스카웃과 친구들이 어떻게 소통을 배워가는지 그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2부에서는 흑인 톰 로빈슨의 변호를 맡게 된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애티커스는 인종뿐만 아니라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사람이 차별받으면 안 된다는 확실한 신념의 소유자였다. 한번은 스카웃이 오빠와 싸웠을 때 일방적으로 자신만을 혼내던 삼촌에게 이렇게 말한다.

"삼촌은 나한테 내 입장을 말할 기회를 안 주셨어요. 그 대신 곧바로 나를 나무라셨죠. 오빠랑 내가 싸울 때 아빠는 오빠 말만 들어 주는게 아니라 내 말도 함께 들어 주시거든요"

아버지가 흑인 변호를 맡게 되면서 핀치 가족은 수많은 비난과 살해 위협도 당하게 된다. 그럼에도 애티커스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손에 총을 드는 것이 진정한 용기가 아니라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을 끝까지 해내는 것이 용기라고 말한다. 앨리바마에 이상기온으로 폭설이 내린 어느 날, 아이들은 진흙으로 눈사람 모양을 먼저 만들고 그 위에 눈을 덧대어 하얀 눈사람을 완성해 간다. 살갗만 다를 뿐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잘 가거라. 다음에 또 배 타러 오렴"


누구나 탈 수 있는 검피 아저씨의 배

영국 어느 시골 마을에 사는 검피 아저씨는 어느 날 배를 끌고 강으로 나왔다. 동네 아이들이 배를 타고 싶다고 요청하자 흔쾌히 배 안으로 초대한다. 이윽고 동네에 사는 토끼, 고양이, 개, 돼지, 양, 닭, 송아지, 염소를 모두 태우고 간다. 아이들은 싸우고, 염소는 뒷발질하고, 송아지는 쿵쿵거리고, 닭들은 파닥거리고, 양은 매애거리고, 돼지는 배 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개는 고양이를 못살게 굴고, 고양이는 토끼를 쫓아다니고, 토끼는 깡충거리고, 꼬마들은 싸움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기우뚱하며 모두 물속으로 빠져버렸다.

옷을 다 말리고 아저씨네 집에서 티 타임을 마친 후 아저씨는 아이들과 동물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잘 가거라. 다음에 또 배 타러 오렴"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각자의 성향은 공동체의 풍성함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런데도 검피 아저씨는 그 상황을 인정하고 다음번에도 또다시 그 모험을 즐기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듯 보인다.

애티커스와 검피 아저씨의 삶의 자세를 보며 나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인종, 사회적 위치와 상관없이 더 나아가 모든 피조 세계에 대하여 아무런 편견 없이 그들의 입장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공동체를 바라보는 공감의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런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나의 행동은 혹 타인에게 고통을 안겨주지는 않는지 조심스럽게 자신을 돌아본다.

황인성 목사 / 책보고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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