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을 넘어서는 걷기와 읽기
[ 공감책방 ]
작성 : 2020년 07월 03일(금) 09:00 가+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쇠이유, 문턱이라는 이름의 기적'
# 단순하고 정직한 '걷기'의 힘

몇 년 동안 우리 사회에 걷기 열풍이 불었다. 제주의 올레 길에서 시작된 걷기는 지자체들의 노력으로 산과 호수에 둘레 길들을 만들어 냈고, TV 프로그램들을 통해 급기야 해외의 걷기 명소들까지도 우리는 알아 버렸다. 저 멀리 타국의 산티아고 길에서 제일 많이 만나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어떤 동기에 그 길들을 찾았는지는 다르겠지만, 보통 긴 길을 걸은 사람들이 하는 말은 장소와 풍경이 아니라 자신을 발견했다는 말이다. 걷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몸을 쓰는 일중에 몇몇의 운동은 잘하는 것이 타인들에게 뽐낼 만한 일이 된다, 하지만 주위사람들에게 '나는 잘 걷습니다'라는 말은 '나는 숨을 잘 쉽니다'와 비슷하게 들릴 것이다. 그렇지만 걷는 일은 단순한 만큼 정직한 일이다.

쇠이유(Seuil, 문턱)라는 낯선 프랑스어로 시작하는 이 책은 그 단순하고 정직한 걷기의 힘을 믿는 것으로 시작한다. 배움의 길에 있어야 할 청소년들이 다양한 이유로 범죄에 빠졌을 때 사회는 그들을 격리하고 훈육하며 교화하는 방식을 택하려 한다. 감시와 처벌은 전통이 있는 교화의 방식이다.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던 걷기의 경험에 기반하여 아이들을 수감하는 방식보다는 걷는 방식으로 교화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수감 중이거나 수감 예정인 아이들에게 해외 장기 걷기, '쇠이유 Seuil'라는 새로운 방식의 교화를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걷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며, 문턱(쇠이유)을 넘어서기를 바라며 말이다. 쇠이유의 운영 방식은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아이가 걷기를 선택하고 판사가 허락하면 동행자와 책임자와 함께하는 것이다. 아이와 동행자는 프랑스에서 일주일 동안 훈련하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를 선택해서 세 달 간 약 1800km를 걷는다. 아이와 동행자 모두 15kg정도의 자신의 짐을 지고 하루에 약 20km를 걸어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정도의 거리를 걸어본 경험이 없으며, 더위와 추위, 가파른 언덕과 같은 피할 수 없는 어려움과 싸워야 한다. 그리하여 걷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감방과 침대 텔레비전으로 이뤄져있는 교도소가 더 낫다고 재빨리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 쇠이유 프로그램, 실패도 성취감도 함께

쇠이유는 어느 길을 갈 것인가, 어느 곳에 멈출 것인가를 돈을 어떻게 사용 할 것인가까지 아이와 함께 정해간다. 실패하는 일에 대해서도 함께 책임지고, 성취감에 대해서 함께 환호 할 수 있다. 놀랍게도 쇠이유의 걷기가 아이들의 육체의 문제로 중단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완주한 아이들은 자신이 상상했던 한계를 초월한 것에 놀라며, 스스로를 넘어선다는 표현을 실제로 체험한다. 세 달을 걸은 아이를 본 어떤 아버지가 말했다. "너 키가 컸구나." 아이와 함께한 동행자는 말했다. "아니죠. 이 친구는 굽은 등과 의기소침함에서 몸을 다시 일으킨 것입니다."

출애굽 후 두 달 반이 지나고 신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원망하며 애굽의 고기 가마를 떠올린다. 세 달 걷기의 어려움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일이다. 자유보다 더 나은 감방의 침대와 텔레비전, 고기 가마 곁의 떡이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반복된 원망은 예견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 세 달 1800km를 온전히 걸었던 아이들의 재범률은 상상 할 수 있는 그대로다.

걷기와 읽기는 단순하며 누구나 할 수 있는 비슷한 일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다른 방법을 이용해서 이동하며, 더 쉬운 방식으로 읽어내기 위해서 노력한다. 애써 걸었을 때 주어지는 풍경과 의미가 다르듯이 1800페이지는 아니더라도 한 장 한 장 넘겨가는 성실한 책 읽기가 아쉬운 시절들이기도 하다.

최아론 목사 / 옥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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