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웃으며
[ 목양칼럼 ]
작성 : 2020년 07월 03일(금) 00:00 가+가-
목회에 입문한 지 꽤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풋내기, 새내기 티가 줄줄 흐른다. 무엇인가를 계속 배울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어 좋다. 하지만 늘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빈틈이 있고 실수도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실례로 아주 가끔 찬양대원 중에 음에 맞지 않는 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나는 왜 그 소리가 듣기 좋은 것일까? 아마 인간적인 향기가 나서 그럴 것이다. 문제는 정작 내 자신의 작은 잘못이나 실수가 노출될 때다. 아무도 찾지 않는 동굴 속에 혼자 있고 싶은 심정이다. 후회하고 책망하기를 반복한다. 내 자신에게도 관대함을 베풀 수 없을까? 어쨌든 난 오늘도 좌충우돌하며 서툴게 목회하고 있다.

어떤 사람의 좌우명을 보니 충분히 공감된다. "조금 울고 많이 웃으며 걸어가자." 모든 사람의 공통된 소망이 아닐까? 누군가는 일주일 중에 육일은 웃고, 하루는 울자는 기준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것이 균형적인 삶이라면 나도 그러고 싶다. 또 어떤 이는 자신의 인생을 웃는 날과 우는 날의 중간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고 평가한다. 결국 우리 삶은 울며 웃으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몇 주간을 돌이켜보면 울며 웃으며 성도들과 호흡을 같이했다. 왜 목사님은 자신에게 무관심하냐고 직설적으로 따져서 많이 울었다. 노쇠한 몸으로 교회 청소에 여념이 없는 성도의 땀방울을 보며 많이 웃었다. 지난 며칠간 죽을 만큼 몸이 아팠다는 고통스런 사연을 듣고 많이 울었다. 매 년 빠짐없이 하나님과 약속한 작정헌금을 양심에 따라 믿음으로 드리는 성도 때문에 웃고 또 웃었다. 목사가 좋아하는 반찬(열무김치)을 한 통 담아 부끄럽게 내미는 성도로 인해 울며 웃었다. 성도들과 '교회오빠'라는 영화를 관람하면서 울며 웃었다.

이것이 앞으로도 수없이 경험해야 할 목회의 축소판일 것이다. '울며 웃으며', 이 여정은 계속 반복될 것을 믿는다. 그저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반복이 아니라 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그래서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하나님은 정말 엄청나게 멋지고 위대한 분이시다. 마냥 좋으신 하나님이다. 우리의 삶이 너무 들뜨지 않도록 눈물도 주시고, 너무 가라않지 않도록 웃음을 주셨으니 말이다. 아직 목회 초보이지만 '울며 웃으며' 그렇게 성도들과 함께 사는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내 일기장에 빼곡하게 적히는 기록들이 하나님께서 공감해주시는 '울고 웃는' 아름다운 현장이기를 기대해본다.

정세용 목사/신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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