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재현된 아가서의 미의식
[ 기독미술산책 ]
작성 : 2020년 07월 01일(수) 10:00 가+가-
임봉규 작가의 '옥잠화'

옥잠화(옥비녀 꽃) 45.5 x 37.9cm oil color on canvas, 2012

임봉규 회화는 정지된 대상물을 탐구한다는 면에서 다른 정물화와 유사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지된 물성만 인식하도록 재현한 정물화는 아니라고 항변한다. 임봉규의 정물은 인간의 에로티시즘(eroticism) 감정이입의 미의식 관점으로 봐야한다. "꽃 피는 모습을 바라볼 때 그 아름다움에 숨이 막힌다"라고 토로하는 그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작품들은 "에로티시즘이야말로 가장 본질적인 인간문제"라는 미의식에 천착한다. 이 작품 '옥잠화'는 정물을 단초로, 생의 본능적 동경이나 이슈를 감춰진 신비로 풀어낸다.

일찍이 그는 한국에서 조소를 전공하다가 독일 유학을 떠나는데 더 일찍이는 파독 간호사 고국 방문 중에 잠시 만났던 애틋한 운명적 사랑이 베를린에 첫발을 내딛은 계기이다. 유학 초기에는 조소를 전공하다가 교내에서 신표현주의(Neo-Exressionism)를 목격한다. 처음 접한 신표현주의와 스승 훼디케 교수의 격렬하고 거친 그림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주저함 없이 훼디케 교수의 제자가 되었는데 한국인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신표현주의를 습득할 행운을 누린다. 회화로 전환한 그 즈음부터 인체 탐구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신표현주의 화풍에 동양적 감수성을 가미한 표현 방식이 무르익을 즈음 1986년 '훼디케 크라스전'에서 독일의 저명한 평론가 하인쯔 오프로는 "어느 예술사에서도 볼 수 없었던 뛰어난 작품"이라고 극찬한다.

그의 일련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옥잠화'를 관조한다면 추억이라는 꽃말처럼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옥비녀로 단장한 청초한 여인을 반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화기 속 옥잠화는 현실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하늘을 꿈꾸며 날아오르는 그리스도인다운 자존감을 보여준다. 게다가 배경의 푸른 색은 창조주의 우주적이고 영원한 사랑에 대한 구체적 암시이며 낭만적인 감성까지 일깨우지만 안정감과 평화가 함몰된다. 그는 부산 우이동교회에 출석하며 베뢰아 사람처럼 간절함으로 붓질로 그려낸 아가서이다.

솔로몬은 술람미 여인을 향한 사랑을 '내 사랑아, 너는 어여쁘고 어여쁘다 네 눈이 비둘기 같구나'(아 1:15)라고 읊조린다. 성서의 아가서는 성역의 범주를 넘어 대중의 취향에 따라 신앙, 문학, 예술 따위로 승화내지 재현되고 신인(神人) 관계성도 점검할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 임봉규의 '옥잠화'를 감상하면서 신랑 되신 예수님과 신부 된 우리 관계도 되짚어 본다면 제법 의미 있을 것이다. 열대아의 밤 아가서를 묵상하며 주님 향한 사랑을 꽃 피운다면, 별빛은 촘촘히 빛날 것이고…. 밤 낮 없이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 잠은 좀 설쳐도 괜찮지 않을까?



*작가 임봉규는 홍익대학교 미술학과 조소를 전공하고 독일 베를린예술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했다. 베를린예술대학교 미술과 연구교수, 신라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 등을 진행했다.





유미형 평론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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