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강물이 말라 눈물이 마르지 않는
[ 현장칼럼 ]
작성 : 2020년 06월 22일(월) 02:18 가+가-
중국의 티베트에서 발원하여 미얀마·라오스·타이·캄보디아·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르는 강, 길이 4020km, 유역면적은 80만㎢에 이르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이며 세계에서 12번째로 긴 강, 메콩강이다. 중국에서는 코끼리의 광장이라는 뜻의 란창 강, 캄보디아에서는 큰 강이라는 의미의 똔레 톰, 베트남에서는 아홉 개의 용, 구룡강이라고 불린다. 그 길이와 깊이에 발을 담그고 사는 이들만 9천만 명이라고 한다. 메콩강 혹은 구룡강이 9개 지류로 갈라져 바다와 만나는 베트남 남서부 지역이 '메콩델타'로 알려진 메콩 삼각주다. 남한 면적의 40%에 이를 정도로 커서 델타지역 어디를 가도 끝없이 푸른 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세계 3대 쌀 수출 국가인 베트남에서도 60%의 쌀이 이곳에서 생산되고 90%가 수출되는 세계의 쌀 창고 같은 곳이다. 또, 구룡강과 그 연안을 따라 어업이 활발하고 수상가옥도 많다.

한아봉사회의 베트남 현장인 빈롱(Binh Long)성(省)도 이 곳 메콩삼각주에 있다. 빈롱성 주민 84%가 농사를 짓고 있고 일부는 어업을 하고 있으니 이 메콩강의 형편이 곧 주민들의 형편과 연결된다. 강이 마르면 농사가 어려워지고 조업량이 줄지만, 강이 넘치면 이번에는 집과 논이 잠긴다. 그래서 메콩강이라는 젖줄에 생사와 화복을 걸고 있는 이 곳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자연 앞에 겸손할 수밖에 없다.

본래 빈롱에서 한아봉사회가 해 오던 중요한 사역은 강이 넘치는 일과 관련이 있었다. 매년 우기가 되면 필연인 듯 잠겨 버리는 가난한 농가의 집들을 새로 지어주는 일이다. 맨땅 위에 나무들로 얼기설기 모양을 만든 후에 바나나 잎이나 대나무 잎으로 지붕을 만들어 세운 어설픈 집들은 정기적으로 홍수가 나면 정기적으로 침수가 된다. 지면이 곧 방바닥인 탓에 뱀 같은 야생동물들도 쉬이 드나든다. 언제 물이 들이닥칠지 모를 일이기에 살림살이는 단출하고 임시적일 수밖에 없다. 한아봉사회는 이 열악한 집 옆에 시멘트로 지대를 1m 가까이 올리고 그 위에 벽돌집을 지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자립을 위한 송아지 1마리도 포함된다. 입주할 주민과 가까운 이웃들을 초대해서 축하를 할 때면, 홍수와 야생동물로부터 안전한 새 집을 얻게 된 이들이 기뻐서 웃고 우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행복해진다.

하지만 강이 넘치는 일보다는 강이 마르는 일들이 빈롱성의 빈농들에게 점점 더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2016년 이래 계속된 가뭄이 좀체 누그러지질 않고 있어서 하천은 메마르고 농업용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 염해로 인한 농지 피해도 가히 기하급수적이라 할 정도로 늘고 있다. 가뭄으로 인해 바다로 내려갈 강물이 줄어들면서 밀물 때 몰려온 바닷물이 썰물 때 빠지지 않고 남아서 농지를 황폐화시키는데, 메콩델타에서만 72만 명이 농사를 포기하고 도시로 이주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게다가 가뭄과 해수 침수로 인해 지하수마저 오염되거나 메마르게 되면서 식수와 생활용수 부족도 주민들의 생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혹자는 이것을 지구의 역습이라고 불렀다. 인간이 만들어 낸 기후변화를 지구는 그대로 인간에게 되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메콩델타는 지구의 역습 중에서도 식탁의 반란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동남아시아 전체가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올 여름, 현지매체는 역대급 폭염까지 찾아올 것이라는 절망적인 소식을 전하고 있다. 메콩강의 수위는 더 낮아질 것이고, 그만큼 메콩에 발을 담그고 사는 이들의 삶의 질도 낮아질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선진국의 사람들이 자연에 낸 생채기가 역습으로 그들 자신에게 되돌아가는 대신 가장 약한 고리,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몰려간다는 것은 미안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그들은 우리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우는 이들과 함께 울라 하신 이의 권면을 생각하며 먼저는 기도하고 옆에 있는 듯 마음의 거리를 좁혀야 할 것이다. 그렇게 긍휼의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다면, 그 순박한 농부와 어부들의 눈물에 자연의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살아온 우리의 몫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될 것이고 이제는 그 눈물을 닦아줄 손수건을 미안한 마음으로 준비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기도하며 우는 그 자리에 함께 하게 된다면, 예수 닮은 이들이 푸른 강물이 되어 메마른 그 논으로, 메마른 그 마음으로 흘러가게 되지 않을까?

서재선 목사/한아봉사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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