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거리두기 경계해야
[ 논설위원칼럼 ]
작성 : 2020년 06월 08일(월) 00:00 가+가-
'함께'라는 단어는 우리가 즐겨 사용하던 매우 친숙한 단어였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이웃사촌, 두레, 품앗이 등의 용어나 관습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상호협동 속에 '더불어 살아야 함'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공동체 의식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요즈음 우리 사회엔 '함께'라는 단어보다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 '비대면'이란 단어가 더 친숙한 용어가 되어버렸다. 함께 하기보다는 멀리 떨어져 있어야 서로에게 유익이 된다는, 서로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상대방을 위한 배려라는 생각이 일상화되었다. 어느 순간 같이하면 좋았던 사람들이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면 혹시 저 사람이 나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그를 멀리하게 되고, 이전에는 길을 지나다 반갑게 인사하던 사람을 이제는 먼저 경계심을 가지고 대하게 된 것이다.

오래 전 한 칼럼에서 한국인의 심성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한 나라 국민의 심성은 자연환경이나 생활 양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한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집 구조를 보면 담을 쌓는다. 담을 쌓는 것은 높은 담이든 낮은 담이든 너와 나 혹은 우리를 구분 짓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 담을 쌓은 집 구조와 한국인의 심성은 상호 깊은 관련이 있는데, 우리 민족은 담 밖에 있는 사람들은 경계하는 한편, 담 안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쉽게 마음을 연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공동체 의식이 매우 강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에도 그것이 잘 드러난다. 우리는 '내'라는 말보다 '우리'라는 말에 익숙하다. 우리 남편, 우리 아내, 울 자식, 우리 교회, 우리 집이라는 표현을 부담 없이 사용한다. 사실 '우리'라는 이 표현은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내'라는 단어 대신에 '우리'라는 단어를 더 선호하는 까닭은 그만큼 우리 민족의 공동체 의식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삶 즉, '함께'라는 생각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가르침 역시 개인보다 공동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수께서는 개인적인 이기심과 소유욕을 벗어나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내 이웃에 대한 사랑을 행할 것을 말씀하셨고, 사도 바울 역시 고린도전서 12장에서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지체를 이룬다는 것을 강조하며, 몸의 각 지체가 유기적으로 서로 협력하고, 고통과 영광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면서 개인주의를 경계하고, 공동체 의식을 고양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갑작스럽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사라져 버리는 것 같다. 개인적 이기심에 빠져 마스크를 매점매석해 큰 이익을 챙기려는 장삿속을 가진 이들이나, 신종 코로나 테마주를 찾는다며 아우성치는 사람들을 볼 때 마음이 씁쓸해진다. 더 나아가 고통받고 소외된 이웃에 관심을 두기보다 우선 사람들을 경계하고 꺼리는 모습을 볼 때 내 가슴속 한 편에 높은 담장이 쌓이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나 '생활 속 거리두기'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들의 '마음속 거리두기'는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요한일서 1장 3절은 이렇게 말씀한다. "우리가 보고 들은 바를 너희에게도 전함은 너희로 우리와 사귐이 있게 하려 함이니 우리의 사귐은 아버지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누림이라." 요한은 우리에게 복음이 전해진 목적 자체를 서로 사귐이 있게 하려 함이라고 말씀한다. 이 사귐(코이노니아)이라는 단어는 어원적으로 '자기 자신의'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공통의' '함께 나누는'이란 의미가 있다. 이 단어는 교제, 함께 참여함으로 번역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사귐의 목적은 그리스도인 상호 간에 있으나 그 근본은 아버지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연결되어 있다. 곧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사귐은 위로는 하나님과 그리스도와 사귐이요 아래로는 형제들과 사귐이다. 역으로 말하면, 우리가 서로 사귀고 함께 하는 것이 곧 하나님과 그리스도와의 사귐을 갖는 길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사귐, 함께 함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길이다.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미친 피해와 고통은 분명하다. 우리의 생명과 일상이 위협받고,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막막하고, 교회 역시 영적, 경제적 어려움에 고통받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면, 하나님께서 도우신다면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 분명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면 어떠한 역경이나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을 떠나시면서 마태복음 28장 20절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성경의 약속대로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와 함께하신다.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그러니 우리는 담대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 닥친다 할지라도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고 지켜 주신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새 힘을 얻어야 한다. 코로나19가 안정화 될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그리고 '생활 속 거리두기'는 계속될 것이고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오늘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은총을 믿으며 '마음속 거리두기'와 '영적 거리두기'를 극복해야만 할 것이다.

최흥진 총장(호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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