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클럽 주변서 청년들 섬기는 '움직이는교회'
작성 : 2020년 05월 19일(화) 08:01 가+가-
'교회로 살면 교회는 개척된다', 김상인 목사 "청년들 일상 교회 되도록 사역할 것"
"문신하고 자해를 감추며 분노를 표출하던 청년들을 이해하기 시작했죠. 클럽에서 술 취해 눈물 흘리던 청년의 이야기는 경청했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며 헤치지 않았더니 소통이 가능했어요. 그들 중에는 중직자의 자녀, 신앙이 있는 친구들도 상당수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움직이는교회 김상인 목사)"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지역사회의 전파 위험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세상은 분노했고, 모든 관심은 '클럽', 청년들의 유흥 문화에 집중했다. 코로나19의 확산지 '이태원 클럽'에서 보여준 방역지침에 무책임한 일부 동성애자들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독특한 문화를 즐기며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우선시하는 또 다른 청년들은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이유 불문, '문제'라는 인식으로 귀결됐다.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한 문화를 즐기는 청년들을 향한 기성세대의 비난이 그 어느 때보다 빗발친다. 그 시선에는 이해와 돌봄이 담긴 사랑의 마음은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정죄하고, 또 정죄하며 죄인 취급하기 바쁘다. 이 같은 인식에 일부 청년들은 "이제 이태원과 상관없이 클럽에 다니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교회의 시선은 무조건 따가울 테고, 결국 교회를 계속 다녀야 할지 고민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움직이는교회 김상인 목사의 시선은 달랐다. '앉은뱅이'처럼 교회 문밖을 떠도는 다음세대를 찾고, 그들을 만나기 위한 몸부림을 홍대 골목골목에서 시작했다. 분당 할렐루야교회에서의 사역을 내려놓고 2년여 전 청년사역에 비전을 두고 교회를 개척했지만 '접촉점'을 찾기 어려웠던 김 목사는 금요일 밤, '불금 홍대'에 집중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수많은 청년을 어김없이 만나며 도시 선교사가 돼 독특한 소통 사역에서 길을 찾았다. 금요일 밤 교회에서 청년들을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청년들이 머무는 현장을 사역지로 삼은 셈이다.

지난 8일 밤 12시. 코로나19가 세상을 다시 한번 덮쳤지만, 불야성을 이루는 홍대 인근의 상가 지하 무빙시티(Moving City)에서 김상인 목사와 사역자들이 대기 중이다. 보슬비가 내려 불금 사역의 진행 여부를 고민하던 김 목사가 한 명, 두 명 순서 없이 들어오는 청년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홍대의 불금은 자정에 시작되죠. 홍대에 놀러 온 아이들에겐 아무도 관심 두질 않아요. 동역자와 함께 시간대별로 그들의 필요를 찾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인사를 건네며 청년들을 지긋이 바라보던 김 목사는 "비가 내려 사역은 어렵겠다"라며 움직이는교회의 사역을 소개했다. 김 목사가 홍대에서 만난 첫 청년은 조선족이었다. 인근 미용실 원장의 소개로 만났지만 조울증을 앓고 있었다. 클럽을 다니며 상처를 풀어내던 청년은 김 목사를 통해 아픔을 이겨냈다. 갈 곳 없는 처지에 김 목사가 마련한 공동숙소에서 생활했고, 예수님을 영접했다. 이제는 누구보다 든든한 사역의 지원자가 됐다.

홍대 클럽 앞에서 케밥을 팔던 한 무슬림 청년과의 만남은 김 목사 사역의 전환점이 됐다. 클럽 인근에서 '새벽 시간 청년들을 위한 봉사를 하면 좋겠다'는 청년의 제안에 따라 김 목사는 홍대 삼거리 포차 주변에서 '움직이는교회'의 사역을 시작했다.김 목사는 "먼저 클럽에서 일하는 종업원과 친분을 쌓기 시작했죠. 또 청년들에게 '필요한 게 뭐니?'라고 물었더니 '배가 고프다', '앉아서 쉬고 싶다'고 해 길거리에 캠핑 의자와 난로를 놓기 시작했고, 거기서 라면도 끓였더니 홍대 라면 맛집으로 소문도 났다(웃음)"며 "일부 청년들은 우리에게 '어느 클럽에서 나왔느냐?'고 묻기도 해 '교회에서 왔다'고 하면 당황하면서도 감사해한다. 진정한 홍대의 주민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움직이는교회는 길거리 쉼터를 방황하는 청년과 클럽 종업원, 생계를 위해 삶의 터전에 나선 지역 주민들이 찾는 소문난 공간으로 변화했다.

김 목사는 "최근 거리에서 춤추며 버스킹하는 친구의 생일축하를 해줬다. '생일 축하를 처음 받았다'며 눈물 흘리고 감사해했다"며 "정서적으로 마음의 문이 열리다 보니 그 문을 통해 복음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새벽 2시. 내리던 비가 다행히 그쳤다. 김 목사는 교회 문밖을 나섰다. 클럽 앞에 줄 서 있는 청년, 인근 식당가에 둘러앉아 자신들의 문화를 즐기는 청년들을 바라보며 그들에겐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청년 사역은 여전히 현장엔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기존 전통 교회의 청년 사역과 방식도 분명히 중요하고 필요해요. 하지만 모든 사역자가 교회 공동체 안에서만 전문가가 되려고 합니다. 사역자는 현장을 더 중요시하고, 사역의 방향은 현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청년 사역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김 목사는 자신이 발 딛는 홍대는 하나님이 주신 약속의 땅이라고 했다. 복음을 받아들여야 할 청년들이 너무 많은 것이 이유이다. 한국교회가 율법의 잣대로 청년들을 정죄하고 함부로 대하기보다는 외롭고 힘든 그들이 믿음을 갖도록 소통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금요일 새벽 해가 뜨기 전까지 인산인해를 이루는 클럽, 술집과 식당 등의 현장에서 사역의 대상을 찾고 자신이 교회가 되어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목사는 청년 사역자로 꾸준히 섬기며 청년들이 일상의 교회가 되는 개척스쿨에 집중할 예정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믿음의 청년 모두가 '교회로 살면 교회는 개척된다'는 비전을 마음에 품고 세상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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