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의 숲, 그리고 생태선교
[ 현장칼럼 ]
작성 : 2020년 05월 19일(화) 00:00 가+가-
어린 숲, 10년을 정성스레 키워온 숲이다. 하지만 8월 하순부터 눈이 내리고 6월 중순까지도 가끔 눈이 내릴 만큼 추위가 길다. 그리고 비가 잘 내리지 않는 건조기후인 몽골의 척박한 환경으로 인해 숲은 이제 막 갓 난 아이의 모습을 벗은 정도로 자라났다. 유기물과 미생물을 통해 나무가 생장할 수 있는 땅을 만드는 일로부터 시작해 나무가 제대로 뿌리 내려 자라게 만드는 일까지 하나도 사람의 손이 닿지 않고선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이를 위해 몽골에서 10년의 세월을 헌신한 사람이 있었고,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이 일을 위해 기꺼이 기도와 헌신으로 함께한 교회들이 있었다.

몽골은 심각한 기후위기를 겪고 있다. 숲의 나무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창궐한 병충해를 겪으며 말라 죽어버리는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고, 강수량 부족으로 인해 지하수와 하천이 말라 사라지는 일들이 허다하다. 거기에 더해 기후위기는 자연의 순환을 깨뜨려 토양의 유기물이 사라지고 미생물들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 그로 인해 숲이 사라질 뿐 아니라 풀들도 자라날 수 없게 만든다. 몽골의 국토의 태반이 사막화의 위험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이로 인해 몽골의 유목민들은 유목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동물과 사람이 마실 물이 사라졌고, 양과 소, 말에게 먹일 풀이 사라졌다. 많은 유목민들이 삶의 방식을 포기한 채 도시 인근으로 와 판자촌을 짓고 살아가는 도시 빈민으로 전락했다. 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난민이다.

이 일은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켰다. 수용 가능 인구를 이미 초과한 수도 울란바토르는 심각한 교통 체증을 겪는 것은 물론, 겨울이 되면 호흡기 질환자와 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한다. 개별 가정에 난방이 어려운 몽골은 지역난방시설을 통해 각 가정이 난방을 공급받는다. 그러나 이미 존재하는 온수관 등을 통해 공급되는 난방은 도시 변두리의 기후난민들에게는 공급되지 않는다. 게다가 난방을 위해 가동되는 시설은 연료가 석탄이고, 시설 자체가 노후화되어 그 자체로 심각한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다. 그리고 그마저도 공급받지 못하는 기후난민들은 폐타이어를 비롯하여 수많은 독성물질을 포함한 물건들을 태워 추운 겨울을 난다. 그로 인한 피해가 바로 호흡기 질환이다.

2019년 가을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몽골 은총의 숲 10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선 '은총의 숲'이라는 작은 숲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시작한 몽골 은총의 숲 사업, 그것이 가진 생태적 의미와 선교적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허허벌판, 사막화의 위험 앞에 서 있던 작은 땅에 나무를 심어 10년이 지난 지금 그 공간은 야생동물이 찾아오고, 새들이 깃들며, 작고 소담스러운 열매들이 맺히고, 들꽃이 피어 만발하는 공간이 되었다. 말 그대로 '은총의 숲'이 된 것이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은총의 숲 10주년 세미나를 통해 이 사업을 '생태선교' 사업으로 소개했다. 이 일이 기후위기로 망가진 생태계로 인해 고통당하는 모든 생명(인간까지도 포함하여)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태선교가 필요한 지역이 지구 곳곳에 존재한다. 경제적 가치에 매몰되어 자연을 쉽게 파괴해버린 결과 결국 인간마저도 난민이 된다. 지구는 점점 더 하나님의 은총을 말하기 힘든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가뭄과 기근, 폭염과 전염병의 창궐, 이상기후와 해수면 상승, 사막화와 하천의 고갈이 신앙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교회가 생태선교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죄악의 길에서 돌이켜 은총을 회복하는 일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임준형/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간사
많이 본 뉴스

뉴스

기획·특집

칼럼·제언

연재

우리교회
가정예배
지면보기

기사 목록

한국기독공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