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거대한 바람 앞에 중심 잡아야
[ 여전도회 ]
작성 : 2020년 04월 16일(목) 11:47 가+가-
작은자복지재단 경북작은자의집
지난 해 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인 '코로나19'가 1월 20일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후, 3개월이 안 된 4월 13일 현재 확진자가 1만 537명, 사망자도 217명이 발생했다. 처음 뉴스를 볼 때는 독감과 먼 나라 이야기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노인요양시설인 '경북작은자의 집'의 시설장인 필자는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을 위해 일찍부터 선제적 대응조치로 보호자들께 "당분간 면회를 자제해 줄 것과 중국 방문자나 공항에 다녀오신 분은 방문을 금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외부 방문객들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으로부터 예방활동이 시작됐다.

대구의 신천지에서, 청도대남병원에서 집단감염자들이 발생하면서 이제 코로나19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었다. 가까운 경북 봉화 푸른요양원과 경산의 선린요양원의 집단감염 소식을 접하면서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평범한 일상에 급격한 변화들이 찾아왔다. 자체적인 예방조치를 넘어 3월 9~22일까지 2주간 강력한 예방 조치를 위한 코호트격리에 들어갔고, 이후 능동적 감시체계로 전환해 지금도 감염예방을 위한 노력들을 계속하고 있다.

코호트격리 기간 중에 직원들은 시설 안에 갇혀서 지내야만 했다. 가까운 거리에 집이 있는 사람도 가족 중에 환자가 있어 돌봐야 하는 사람도 어쩔 수 없었다. 시설에서의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당분간 강력한 예방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직원들과 어르신들에게 "여러분! 지금 우리는 전시상황에 준하는 엄중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불편함이 있어도 잘 견디며 코로나19를 이겨 내야 합니다" 위로하며 설득했다.

매일 새벽마다 어르신들과 직원들이 코로나19로 아파하는 이웃과 나라를 위해 기도했고 하나님만이 우리의 피난처요 보호자임을 고백하며 뜨겁게 기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 결과 이 기간 동안 직원들은 수련회를 하는 것처럼 뜨거워졌고 누구 하나 원망하거나 불평하는 사람 없이 하나로 결속되어 날마다 잔칫집처럼 기쁨과 감사가 넘쳐났다.

지금도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생활을 해야만 하고 출퇴근할 때도 발열체크를 하며 매일 소독을 하고 외부의 공연팀도 방문객들도 없다. 외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지만 불편함을 잘 견뎌내고 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직원들도 외부출입을 자제하면서 체력단련실에서 운동을 하고 예배당에서 피아노를 치며 드럼을 치고 배드민턴을 하며 시설 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그러고 보면 그 동안 쓸데없이 밖으로 돌면서 시간을 허비했던 습관들을 정리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된 것 같다.

코로나 사태로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변화해야 하는 거대한 전환의 순간에 서 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세계가 코로나 이전(B.C: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이름으로 모든 관계 맺기를 잠시 중단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고, 성도들이 자유롭게 모여 예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평범한 일상에 많은 변화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의 바람 앞에 우리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개인기도와 말씀 묵상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날마다 성령님과 동행하는 삶이 훈련되지 않으면 바람에 날려가는 낙엽처럼 군중 속에 떠밀리듯 휩쓸려 가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이제 나는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변화, 외부와 차단된 고요한 시간을 선물로 여기며 조용히 독서도 하고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로 채워가는 시간들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밭에 감추어진 보화를 발견한 사람처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상의 가치를 발견한 기쁨을 안고 그것을 위해 시간과 물질을 드리는 삶을 살도록 훈련할 것이다.



백성희 목사 / 경북작은자의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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