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 그는 바보인가?
[ 기독미술산책 ]
작성 : 2020년 04월 01일(수) 10:00 가+가-
김병종의 '엘리엘리라마사박다니'

바보 예수-엘리엘리라마사박다니, 170×110㎝, 화선지에 먹과 채색, 1985

김병종 화백은 성경을 근거로 전통적인 수묵화 수법의 문인화를 선보인다. 그의 화면은 회화적인 요소를 지닌 묵선과 성구를 포함하고 있다. 대개의 경우 문인화는 묵과 여백을 중요시하며 구체적인 형상이나 격식이 아닌 주관적 내용의 시(時)나 글(書)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더욱이 마음속 심리와 감정이 잘 드러난 얼굴 표정으로 사의성이 나타나 있는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수묵화로 재해석하여 한국의 전통미와 현대미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회화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바보예수'의 얼굴 묘사가 기존의 신적 존재에 대한 성스러움의 거부로 보일 수 있으나, 사랑과 희생의 복음적 진리를 품고 있다. 서양에서는 프랑스 화가 조르주 루오(Georges-Henri Rouault)가 그리스도의 얼굴을 자주 취급했는데, 신적 존재가 아닌 인간의 아픔을 지닌 고난의 그리스도의 얼굴이었다. 김병종의 작품도 신격화한 예수 그리스도의 성화라기보다 인간적 고통과 고뇌를 강조하고 있다.

일찍이 1980년대 후반 선보인 그의 작품 '바보예수'는 제목부터 매우 파격적이므로 당시 세상을 많이 놀라게 했었고, 1989년에는 '바보예수'연작으로 미술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므로 예수에 대한 감성도 가식 없는 편안한 동심미감으로 대중과 소통한 것이다. 화면은 예수께서 십자가상에서 하신 말씀 가상칠언(架上七言) 중에 제4언의 말씀으로 '오후 3시쯤에 예수님께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하고 큰 소리로 외치셨습니다. 이 말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입니다'(마27:46) 작품 좌측 하단에도 쓰여 있다. 인간적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으로 죄 없으신 예수께서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철저히 버림당하는 순간이다. 인류의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 형벌을 받으신 사건은 인간의 이성으로는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참혹한 고통으로 복음의 핵심이다. 이 놀라운 복음진리를 깨달은 김병종 화백은 구원의 감격과 은혜를 바보예수라는 역설로 증언한 것이다.

아버지 하나님께서 성자 예수를 잠시 버리시면서 까지 죄인들을 사랑하신 그 사랑의 깊이와 넓이와 높이와 길이를 우리가 어찌 가름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우리의 죄 성으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공의의 채무를 자신의 생명으로 대신 지불하고 구원해주신 것은 은혜의 선물이다. 이제 우리는 성자 예수께서 죄와 죽음이라는 엄청난 고통에서 해방시켜주셨기 때문에 예수를 믿기만 하면 온전한 자유인이다. 그러기에 김병종 화백의 <바보예수> 작품 속에 내포된 복음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고 그 구원의 은혜를 감사하며 부활의 새아침을 맞이하면 좋을 것이다.



김병종 작가 소개

▶ 경력

서울대학교 대학원 동양화 전공, 성균관대학교 철학박사,

국내외 개인전 40여회, 서울대미술대 학장, 서울대미술관장 역임, 저서 20여권

▶수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미술기자상, 선미술상, 대한민국기독교미술상, 대한민국문화훈장

▶작품소장

대영박물관, 온타리오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유미형 작가/화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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