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정원에서
[ 땅끝편지 ]
작성 : 2020년 03월 24일(화) 00:00 가+가-
브라질 편2

1991년 아마존에서 어린 자녀들과 함께한 김철기 선교사 가족의 모습.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몽글몽글한 나무의 봉우리들로 이어지는 정글은 마치 녹색의 양탄자가 한도 끝도 펼쳐진 모습이었다. 그 가운데로 여러 지류들이 흘러서 큰 강으로 합해지는 아마존 강이 흘러내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 전경은 나를 압도하고 하나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바라보며 전율하게 했다.

미국인들이 아마존에 붙인 이름, 녹색의 지옥(Green hell)이라고 붙여진 아마존은 아름다운 지옥이다.

일년 365일 계속하여 30도에서 40도를 오르내리는 적도의 강렬한 햇빛도 무섭지만 정글로 형성되어있는 아마존은 자주 비가 내린다. 그래서 낮에는 습도가 80%, 저녁 에는 90%까지 올라간다. 그러므로 집안 곳곳 항상 곰팡이 꽃이 가득피고 습도로 인해 몸이 지친다.

매일 이른 아침부터 온몸을 물어대는 벌레들은 자주 인내의 한계를 경험하게 한다. 아주 이른 아침 1시간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메룽(Maruim)이라는 벌레가 물어댄 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귓가에서 윙윙 소리를 내면 메룽이 주변에 있음을 안다. 물리면 많이 가렵다. 해가 뜨고 1시간 후부터는 삐융(Pium)이라는 벌레와 무뚜까(Mutuca)가 찾아온다. 삐융은 까맣고 아주 작은 벌레로 물리면 붉은 반점과 함께 부어 오른다. 무뚜까는 청바지같이 두꺼운 천이 아니면 옷 을 뚫고 들어온다. 무뚜까는 물리면 큰 상처가 난다. 풀밭에서 기생하는 무꿍이(Micuim)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독충은 녀석은 신발을 타고 올라와 가장 부드러운 피부라고 할 수 있는 사타구니에서 일주일간 기생한다. 무꿍이가 기생하면 붉은 반점이 생기고 가려움이 극심해서 피가 나도록 긁어도 가려움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그러다가 해질 무렵엔 메룽이가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해가 지고 저녁이 되면 여러 종류의 모기들이 나타나서 물어대기 시작한다. 여러 종류의 말라리아, 댕기열 등 갖 가지 질병을 옮기는 모기들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독개미들, 거미들, 벌들이 기생한다.

일년 중 유일하게 우기와 건기로 나뉘어지는 아마존의 이런 폭염과 폭우, 높은 습도, 많은 독충들은 하나님이 아마존을 보호하시는 방법이다. 완전 청정지역, 무공해의 정글에는 사람을 통째 삼키는 아나콘다, 각종 독사, 악어, 허기가 지면 사람을 공격하는 표범 등 야생동물들이 낙원을 이루며 서식한다. 지구의 허파 라고 불리는 아마존이 이와같은 환경이 아니었다면 벌써 오래전에 훼손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존의 이런 환경들은 지금도 여전히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남아 있다.

아마존은 인간이 살기 좋은 환경이 결코 아니다. 그런데 아마존은 이런 여러가지 악조건들로 매일 주님의 도움을 요청하고 주님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이다. 아마존은 항상 초심으로 적응하는 곳이다. 오래 살아도 환경에 익숙해지지 않으므로 마음이 모아진다.

아마존에 들어갈 때 필자는 매우 교만했다. 젊은 시절 군대에서 3년간 카투사로 근무하며 영어를 배웠던 터라 상파울로에서 10개월간 포루투갈어를 쉽게 배웠다. 아마존에 들어갈 때, 능통하지는 않았으나 설교와 강의가 가능했다. 더욱이 비교적 마른 체질이어서 더위를 덜 타고 어떤 음식도 잘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아마존에 도착하고 곧바로 나를 부르신 선배 목사님이 주변 인디오 마을을 순회하는 여행을 하자고 하셨다. 용감하게 반바지를 입고 기쁜 마음으로 함께 했다. 그런데 모터 보트가 강가에 도착했을 때 양쪽 다리에 독충들의 공격을 받았다. 물린 다리는 물론 온몸이 불타는 것만 같았다. 고통이 너무 극심해 당장 죽을 것 같았다. 그 여행 후 더위를 먹어 몸져 눕게 됐다. 그 때 비로소 오만방자하게 아마존을 밟았음을 깨닫고 눈물로 회개했다. 내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오직 주님께서 주시는 도움으로만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고백한 사도 바울의 고백, 빌립보서 4장 13절을 인용하며 "주님 오늘도 당신의 도움으로 하루를 살아내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겸손히 기도하며 매일 주님의 도움을 구하며 살고 있다.

김철기 목사/총회 파송 브라질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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