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같은 그 사람
[ 흔적을찾아서 ]
작성 : 2020년 03월 13일(금) 15:08 가+가-
14.텐트메이커 사역자 이길주목사

카페 '커피인'에서 만나 '카페 교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길주 목사(오른쪽)와 필자.

쭈바이블 특강에 모여 성경을 배우는 젊은이들.
CSI Bridge(대표:이길주)가 제작. 한국교회에 무료 배포하고 있는 '온라인 예배 매뉴얼'.
이길주 목사, 그는 1976년생 올해 마흔넷, 팔순고개를 넘고있는 필자의 막내 아들과 동갑내기. 허나 그는 필자의 사부님(師父任)이시다. 우리 일산충신교회(구영철 목사 시무) 부목사인 그가 인도하는 수요기도회 성경강해는 막힘이 없다. 살아있는 주해서(Living Commentary)요, 성구사전(聖句辭典)같다고 교인들의 칭송이 자자하다. 그런 그가 필자의 젊은 성경 선생님이다.

그뿐이랴. 요즘은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판치는 세상. 웹상에서 폭넓은 네트웍을 형성하는 자, 그가 패자(覇者). 그런데 이길주는 인터넷 도사, 그 분야에서도 막힘이 없다. 필자는 젊은날 MBC PD로 13년 봉직했다. 아직 TV가 시작되기 전이어서 라디오 프로듀서로 드라마를 제작, '전설 따라 삼천리', '법창야화', '절망은없다'- '연출 고무송!' 바로 그 사람이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 독재에 의해 강제 해직, 늦깎이 목사로 변신을 했다. 어이 하여 케케묵은 얘길 들춰내는가? 사연인즉 필자는 언필칭 방송인 출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같은 세상에'컴맹'으로 살아가야한다는 게 버겁다. 그렇다고 딱히 누구한테 묻는 것도, 시쳇말로 '쪽팔린다!'. 그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찾게 되는 스스럼 없는 스승, 그가 바로 '길목도사'. 인터넷에서 이길주는 '길목'으로 통한다. 둘째주 수요기도회를 마치는 시각, 원고 마감 데드라인에 맞춰 그를 붙들고 밤늦도록 인터넷에 원고를 띄우곤 했다. 그랬는데 지난 연말 그가 홀연이 우리 교회를 떠났다. 스스로 사임을 한 것이다. 사임 이유가 난해하다.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에 걸 맞는 사역을 해보겠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다정도 병이라 했던가. 영문을 알 수 없는 교인들은 걱정이 태산 같다.

-날도 추운데 사택마저 빼주시면, 이 목사님넨 거리에 나앉게 되는 것 아닌가?

-병약한 칠순 노모도 모시고, 올망졸망 아이들도 넷이나되는데, 뭘 먹고 산다지?

정작, 이길주 그는 오불관언(吾不關焉) 태연자약(泰然自若)이다. 정 많은 교인들, 더욱이나 그의 성경강해와 따뜻한 섬김에 정을 붙이고 행복했던 교인들 말이다. 그들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염려와 근심, 그 걸 믿음 없는 소치라 비난해야 할 일일까? 이길주 목사를 볼적마다 필자는 문득, 겨울처럼 혹독한 삶의 자리에서 봄을 기다렸던 시인 도종환의 아름다운 시를 기억케 된다. 추울수록 더욱 더 짙은 향기를 토해낸다는 꽃, 매화를 읊었던 아릿한 싯귀절 말이다.

-눈 내리고 내려 쌓여 소백산 자락 덮어도/ 매화 한송이 그 속에서 핀다// 나뭇가지 얼고 또 얼어/ 외로움으로 반질반질해져도/ 꽃봉오리 솟는다// 어이하랴 덮어버릴 수 없는/ 꽃같은 그대 그리움 (도종환,홍매화 1~3련)

#"여기는 갑바도기아!"

그랬던 그가 어느날 잠적했다. 하필이면 화급한 원고 마감시간에 쫓기는 중인데, 종내 그를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야속키만 했던 그가 불현 듯, 어디선가 인터넷 중계방송을 하고 있잖은가!

-여기는 갑바도기아! 박해 속에 신앙의 자유를 찾아 이곳으로 피난했던 그리스도인들이 지하 80m(20층 규모) 바위 속에 예배처를 마련, 신앙공동체를 형성했던 흔적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갑바도기아? 어딘가? 왜 이길주는 거기 간 걸까? 이러저러한 궁금증을 성경이 풀어준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인 베드로가, 본도와 갈라디아와 갑바도기아와 아시아와 비두니아에 흩어져서 사는 나그네들인, 택하심을 입은 이들에게 이 편지를 씁니다.(새번역 베드로전서 1:1)

갑바도기아(Cappadocia)는 베드로의 첫째 편지 속에 거명되고 있는 터키 소재지명. 지금 이길주 목사는 터키 현지를 찾아가, 초대교회 박해로 흩어진 성도들의 흔적을 리포트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는 거기서 그토록 놀라운 일을 하는 것일까? 필자는 일찍이 그가 장로회신학대학원 학우회 회장을 역임(2013~2014), 씨에스아이 브리지(CSI Bridge)를 창립, 대표(CEO)로서 한국교회를 향해 선포했던 메시지에 주목케 된다.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이제 신학교는 미달을 걱정하고, 교회는 파산 위기를 직감하며, 목사는 더 이상 신분 상승의 수단이 아닌 것을 인지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젠 사도 바울이 텐트메이커(Tent Maker)로서 교회지도자의 질박한 삶을 몸소 실천했던 것처럼(행 18:1~3), 이 시대 우리 목회자들이 정보시대에 부응, 두가지 영역에 참여하는 '이중직'(二重職·텐트메이커)이야말로 시대적 소명인 것입니다. 이를 위한 교회의 변화와 준비, 저희 CSI Bridge가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저 개척합니다!"

이길주 목사는 2019년 9월 30일자 페이스북에 "저 개척합니다!" 타이틀과 함께 천명하고있다.

-교회 개척에 관련해서 가장 표면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실 개척의 형태가 뭐냐는 질문에, 현 단계에선 '카페 교회'로 개척한다 답을 할 수 있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교회엔 오지 않지만, 카페엔 옵니다. 마음이 열리고 그 열려진 마음에 자신의 선택과 의지로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카페를 통해 복음이라는 가치가 잘 중매되도록 할 생각에, 카페교회 형태를 지향하기로 했습니다.

필자는 터키 사역을 마치고 귀국한 이길주 목사를 경기도 일산카페 '커피인'에서 만났다. 커피를 잘 볶아내는 집. 필자가 추구하는 '흔적을 찾아서' 꿈을 그가 터키사역을 통해 찬란하고도 아름답게 펼쳐보여 준 부러움과 아울러 그의 카페 교회 개척에 관한 필자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두려움을 동시에 간직한 채 말이다. 그의 진솔한 진술을 기대한 자리였다.

-그렇습니다.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지만, 카페와 교회가 결합된 사역으로 한 달을 버틸 수 있는 구조가 나오질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장소 문제가 간단치 않은 거에요. 그래서 '알바 사역'과 '카페 교회'를 함께 시작하려고 합니다. 여러모로 바빠지겠지만, 더 새롭고 더 기대되는 사역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번 터키사역을 통해서 사도 바울이 행했던 텐트 메이커 사역이야말로 지극히 성서적이며, 이 시대 한국교회에 가장 이상적이며 합리적인 목회지향점이란 확신을 굳게 했습니다. 아무쪼록 지극히 미숙한 제가 시작하는 이 새로운 형태의 교회가 우리 사회에 빛 한줄기를 비출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합니다. 기대하시면서 기도해 주세요.

#쭈바이블(Bible Study Community)

-첫째, 성경의 바른 이해를 돕는다. 둘째, 성경을 통해 시대와 역사를 바라본다. 셋째, 신대원입시를 돕는다. 딱 세가지 목표를 내걸고 성경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네 명이 동참했습니다. 장신대신대원 입시준비생들이었습니다. 신대원 들어가는 게 하늘에 별따기 보다 어렵다던 시절, 입시과목 중 성경시험에 시험든다고들 그랬으니까요. 여기서도 역시 장소가 문제였습니다. 어느 교회교육관을 빌려쓰게 됐습니다 만,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 떠돌이 순례자 나그네 신세 꼭 10년째네요.

쭈바이블 창립자 이길주 목사의 작지만 굵직한멘트. 어느 봄날 필자는특강강사로 부름 받았다.'새벽이슬같은 청년들'(시110:3), 그들이 성경을파고드는 모습을 보면서 성서한국(聖書韓國)의 미래를 가늠케 되는 희망과 기쁨을느낄수있었다.창립자 이길주 목사,그의 보람인들 오죽하랴.

-해마다 장신대 입시생 1등부터 20등까지는우리 쭈바이블 출신들이 거의 독차지하는 기록을 세우며 10년 동안 150여 명을 배출, 신학교뿐 아니라 사회 구석구석, 그리고 세계만방에 흩어져 빛과 소금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는 쭈바이블 출신들의 좋은소식(Good News)에 가슴 뿌듯합니다.

혹여 '짝사랑'은 아니겠는지? 쭈바이블 출신, 그들은 과연 이길주 목사를 어찌 생각하는 걸까?

-신대원 합격만을 위한 것 아닌, 이 시대를 감당할 수 있는 참된 목회자를 양성하기 위한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시는 이길주 목사님의 마인드를 본받고 싶었습니다(2015년 5기 조민화).

-신대원 합격은 쭈바이블 통해 얻은 하나의 열매일뿐, 교회와 세상 사이에 세워진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서로 연결할 것을 알려주셨고, 재능목회, 미디어 활용, 컨텐츠 개발… 그 위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더해져야 함을 이길주 목사님은 가르쳐 주셨습니다(2018년 8기 이강성).

#'코로나19'vs'준비된 사람'

중국발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 또한 그 피해가 확산일로, 3월 12일 현재 확진자 7869명, 격리해제 333명, 검사진행 1만 7727명, 사망 66명(0시기준, 자료:질병관리본부). 한국교회는 물론 온누리가 경악, 전전긍긍. 대안도, 대책도 없다. 바로 이때를 위함 아니겠는가?(에스더4:14) 이길주목사를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추울수록 더 짙은 향기를 토해낸다는 홍매화 같은 그 사람. 그의 진단과 처방.

-코로나19 사태는 역사상 최초로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가정에서 온라인예배를 시도케 만든 사건입니다. 저희들은 교회가 온라인을 통해 가정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실제적인 방법을 알려드리는 '온라인예배 매뉴얼'을 발간, 무료배포하고 있습니다.

CSI Bridge대표 이길주 목사, 그의 메시지가 깊고도 큰 울림으로 재난 만난 사람들을 울린다.

-사상 유례 없는 코로나 사태를 한국교회가 이마만큼 극복하고 있는 것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의 프로그램과 서버, 그리고 '1등 인터넷 국가 한국'이라는 예비된 상황덕분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의 의식과 최첨단 그릇에 담을 콘텐츠 준비 부족, 그것이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 오랫동안 하나님께서 준비케 하신 저희 CSI Bridge가 한국교회, 가능하다면 세계교회를 예수님의 사랑으로 섬기고자 합니다. 기도와 동참 바랍니다.

준비된 사람들을 세우셔서 위기 상황에 대처, 영광을 드러내셨던 섭리의 역사를 성경은 증언하고 있다. 텐트메이커 사역자 이길주 목사, 엄혹한 시대상황 속에서 그를 기대하는 진정한 이유다. 추울수록 더욱 더 짙은 향기를 토해내는 홍매화같은 그 사람, 이길주 목사를 형통케 하옵시고, 재난만난 이 민족에게 자비를 베푸사 유월절(the Passover)의 은총을 내려주옵소서! 기도하는 마음 간절한 채, 다시 마스크를 걸치고 돌아서는 취재 뒤안길. 스산한 거리에 감사가 넘친다.

-주여, 추위 속에 더욱 더 짙어지는 홍매화향같은 하나님의 사람을 준비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추신: 원고마감 시각, 필자에게 전해진 이길주 목사의 긴급메시지- "고 목사님, 기쁜소식 전해드립니다. 저희 기도를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셨습니다. 카페교회 처소가 마련됐습니다. 엘리야에게 보내셨던 까마귀(왕상 17:8~24)를 저희에게도 보내주셨습니다. 믿고, 구하고, 소망했던 것보다 더욱 더 넘치는 예배처소를 거저 주셨답니다. 감사합니다. 할렐루야!"

무슨 얘긴가? 찬찬히 정리, 다음에 전해 드리겠습니다.-필자 드림

고무송 목사 / 한국교회인물연구소장·전 본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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