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성폭력 '위계관계'에서 지속, '공동체 파괴'
작성 : 2020년 02월 13일(목) 16:45 가+가-
교회성폭력대책위, '교회성폭력사건 처리지침 워크숍' 개최
"당신이 나의 라헬이다. 아내와 비전이 맞지 않아 목회가 어렵다. 네가 진정 하나님이 짝지어준 배우자이다.(유혹형)"

"딸아, 딸아 내가 영적 아버지야. 하나님이 은혜를 주시는 거야.(종교체험 빙자형)"

"죄를 씻기 위해서는 거룩한 목회자와 성관계를 해야 한다.(치유빙자형)"

실제 교회 안에서 발생한 성폭력 중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접근한 '성폭력 유형'의 사례들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교회성폭력대책위원회(위원장:김미순) 주최로 지난 13일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104회 교회 성폭력 사건 처리지침 워크숍에서 '교회 성폭력에 대한 이해와 예방을 위한 고찰'을 주제로 강의한 권미주 목사(희망나무 심리상담센터 경기지부)가 교회 성폭력의 유형을 소개하며 성폭력 근절을 위한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권미주 목사는 "교회 성폭력은 목회자에 의해 또는 더욱 힘을 가진 이가 힘이 약한 상대를 향해 일어나게 되는 일방적인 폭력이지만, 불행하게도 낯설거나 드물게 발생하는 비위가 아닌 현상이 되어 버렸다"라고 진단하며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목회자나 성도 개개인의 의식변화와 함께 교회와 교단 차원의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며 교회 내 성폭력 유형을 소개했다.

권 목사는 교회 내 성폭력은 1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장기간 지속적으로 진행된다고 진단했다. 동의하지 않는 스킨십의 '강제형'을 비롯해 결혼을 빙자한 '유혹형', 죄 씻음의 '치유 빙자형', 성교육과 상담 등의 '교육, 상담 빙자형', 안수 및 성령체험을 통한 '종교체험 빙자형' 등으로 피해가 발생한다고 했다.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주로 '위계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피해자 자신이 피해자임을 인지하기 어려움 △영적 권위라는 교묘한 장치를 통해 발생 △한 명의 가해자에 의해 다수의 피해자 발생 △피해자의 인권 실종 △피해자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고 신앙을 저버리게 함 △법적 해결이 어려움 △교회공동체 파괴 등의 특징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권미주 목사는 "교회 성폭력은 대부분 목회자가 성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이며, 또한 교회 안에서는 교인들 간의 성범죄도 일어나고 있다"며 "교회와 사회의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며, 목회자 중심적인 교회의 생태가 낳은 결과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권 목사는 교회성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한 지침도 제시했다. 그는 교회와 교단은 성폭력 피해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교회법 제정과 교회법에 성폭력의 범죄규정,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상담치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성교육과 성폭력에 대한 정기적인 예방교육, 성에 대한 바른 신학적 정립 등을 주문했다. 또 목회자는 성에 대한 가치관과 여성관 성찰, 자신도 성적 존재로 유혹에 빠질 수 있음을 인식하고 배우자와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세미나에서는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가 강사로 나서 '성폭력 관련 법령 및 형사 절차의 이해'를 주제로 강의하며 사회 법률적 접근을 통한 교회 성폭력의 문제를 조명하고, 김미순 장로(제주영락교회)가 총회가 규정한 '교회성폭력사건 발생 시 처리지침(안)'을 통한 성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한 총회의 지침을 제시했다.

김미순 장로는 "성폭력 예방교육을 철저히 받아온 젊은 세대와는 달리, 이에 대한 인식과 감수성이 부족한 일부 지도자들이 의도치 않게 교회성폭력 사건에 연루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며 "교회성폭력 사건이 은폐되거나 성폭력 가해자가 제대로 치리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의 거룩성과 공공성은 저해될 것"이라며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교회의 관심을 요청했다.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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