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열리던 날
[ 목양칼럼 ]
작성 : 2020년 02월 14일(금) 00:00 가+가-
2000년 겨울, 우리 교단 총회가 63년 동안 헌의안을 미뤄오던 여성 안수청원을 통과시킴에 따라 나는 1996년, 제1회 때 처음으로 여성목사안수를 받는 은혜를 경험했다. 그리고 여 목사로서 서울지역에서 처음으로 교회를 개척하는 은총을 또한 경험했다. 그러나 여성목사안수가 긴 세월 많은 반대로 통과가 쉽지 않았던 것처럼 교회의 개척 또한 쉽지 않았다.

10여 년 가까이 큰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비교적 안전하게 목회했던 내가 아무도 걸어보지 않은 발길을 새로 시작한다는 사실이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주었고, 게다가 아직은 교회가 여 목사를 담임으로 받아들일 만큼 교인들의 의식이 열려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륜있는 몇몇 목사님들은 교회개척은 시기 상조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전달하셨다. 이분들의 조언(?)은 참으로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현실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새로운 도전을 의심으로 바꾸는 유혹이 되어 부르심에 대한 뜨거운 마음과 교차되어 혼동스러웠다. 그리고 이 망설임은 창립예배를 드리는 당일까지 집요하게 뇌리에 박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창립예배에는 많은 축하객들과 전 사역교회의 성도들이 방문해 큰 위로가 되었다. 그러나 예배를 마치고 모든 하객들이 떠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바쁜 개척 준비로 내 무의식의 깊은 공간에 눌러두었던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하나님께 배수진을 치는 기도를 올려드렸다. "하나님, 내일 새벽기도부터 이제 강단에 서게 됩니다. 그런데 누가 이 교회에 찾아올까요? 저에게는 아직 한 명의 교인도 없는데, 새벽에 교회 문을 밀고 들어올 사람이 있을 까요? 내일 새벽, 주님의 함께 하심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습니다. 하나님, 이제 한국교회에도 여 목사가 필요하다는 주님의 부르심의 싸인을 확인하게 해주십시오. 그 많은 반대의 목소리들이 묻혀지는 아버지의 부르심의 현장을 확인하게 해주옵소서!"

그리고 다음날 새벽기도 시간이 되었다. 나는 예배실 문 앞에서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하마터면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예배당 안에는 내가 이전에 만난 적도, 본 적도 없는 주님이 예비해 놓으신 천사들이 무려 스물여섯 명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일을 시작하신다. 그 주님의 손에 쓰임을 받게 됨이 다만 기쁠 따름이었다. 이제껏 마음 한켠에 둥지를 틀고 있던 두려움과 망설임이 물러가는 순간이었다.

그 옛날 새벽 무덤가로 달려온 막달라 마리아에게 부활의 증인으로 세워 주시던 예수님의 사랑을 떠올리며 나는 그때도 지금도 첫 예배에 함께 하셨던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며 이 길을 여전히 걸어가고 있다.

김예식 목사/예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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