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혼도 아름답다
[ 현장칼럼 ]
작성 : 2020년 01월 21일(화) 00:00 가+가-
박○○ 씨는 부천 원미경찰서 형사과 안내로 실로암교육문화센터(대표:류재상)에 입소했다. 노숙을 하다가 강도 행각을 벌여 현행범으로 경찰에 입건되었는데, 담당 형사가 박 씨의 사정을 듣고 검찰 송치를 유예하면서 계도 기간을 준 것이다.

박 씨는 2014년 30살 나이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리뼈가 으스러져 철심 박는 수술을 했다. 수술 후 퇴원했지만, 모아두었던 돈을 치료비로 소진해 버려서 당장 갈 곳도 먹고 살 수도 없게 되었다. 노숙인이 되어 거리에서 마냥 굶고 지냈다.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에 견디다 못해 교도소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칼을 들고 편의점에 들어가 강도행각을 벌였다. 칼이라고 해봐야 연필 깎는 커터였고, 강도질이라고 해봐야 알바생에게 "돈 내놔!"라고 소리 지른 게 전부였다. 알바생이 놀래서 울길래 칼을 버리고 달래면서 빨리 경찰에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편의점 밖에서 경찰을 기다리고 있다가 현행범으로 스스로 연행되어 갔다. '갈 곳이 없고 배가 너무 고파서 교도소라도 가고 싶어 강도행각을 벌였다'는 그의 말을 듣고 담당 형사가 실로암을 안내해주었다.

실로암에 입소하여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고 수술 후유증도 회복하면서 일자리를 찾아 근로하기 시작했다. 원*스프링이라는 회사에 취직해서 임시직으로 꾸준히 일하더니 1년쯤 지난 후에 정규직이 되었다. 2년쯤 지나서는 성실함과 기술을 인정받아 경기도 화성 공장에 관리직으로 승진 발령되어 실로암을 퇴소했다.

박 씨가 정규직에 채용되던 2015년 말 100만원을 들고 강도행각을 벌였던 편의점 사장님을 찾아갔다. "제가 그 때 여차저차해서 강도질로 폐를 끼쳤던 그 사람입니다"라고 고백하며 돈을 드렸다. "그 때 너무 큰 죄를 지어서 지금이라도 용서를 구하고 싶어 찾아왔습니다"라고 말하자 편의점 사장님은 눈물을 흘리면서 꼭 안아주었다고 한다. 100만원을 돌려주면서 훌륭하게 잘 살아줘서 고맙고, 늘 좋은 소식 들려달라고 당부했다.

박 씨는 지금도 간간이 실로암을 찾아온다. 올 때마다 인사치레를 들고 온다. 실로암과 운영주체인 부천동광교회에 대한 감사는 영원히 잊을 수 없다 한다. 삶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하나님의 사랑으로 자기를 지켜준 동광교회를 어찌 잊겠으며, 노숙인과 범죄자로 추락할 벼랑 끝에서 마지막 희망이 되어준 실로암을 어찌 잊겠느냐는 것이다. 지금은 팀장으로 월급이 400만원 정도인데, 뜻이 있으면 초봉 280만원에 맞춰줄테니 필자에게도 이직을 생각해보라고 장난스레 권한다. 상당히 솔깃한 제안이어서 필자는 잠시 마음이 흔들린 적도 있었다.

내가 만난 노숙인은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자기의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알고, 받은 것을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은혜의 빚을 갚을 줄도 아는 사람들이었다. 단지, 어쩌다 어려움을 만나 지금 잠시 좋지 못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 아버지의 마음으로 자세히 보면 그 영혼도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김치헌 목사/실로암교육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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