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나수노교회에 진 갚지 못할 사랑의 빚
[ 땅끝편지 ]
작성 : 2020년 01월 21일(화) 00:00 가+가-
일본 편4

현 사역지인 낙농학원의 구로사와 기념강당.

필자는 아시아학원에서 8년 사역을 마치고, 그동안 친분을 쌓던 분들과의 송별회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귀국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시아학원 사람들과 함께 예배에 참석을 하며, 1년에 한 두번 설교를 했던 일본기독교단 니시나수노교회의 청빙위원장으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니시나수노교회는 아시아학원의 설립부터 밀접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아시아학원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교회이다. 이 교회는 목사님께서 사임을 표명 하시어, 청빙위원회가 조직되고 1년에 걸쳐 후임 목회자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필자는 찾아 온 청빙위원장의 말에 온몸에 전율과 함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를 니시나수노교회의 담임목회자로 청빙하기로 임역원회에서 결정했다고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아니다'라고 거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성령께서 일하고 계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기도하며 결정하겠다고 삼일 시간을 달라고 했고, 평소에 하지 않던 금식기도를 하며, 주위에서 한 사람이라도 반대를 하면 하나님께서 허락하시지 않는 것이라는 것과 나의 생각이 하나님의 생각이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선교사의 귀국을 기다리고 있는 후원 교회에 전화를 드렸더니 "일본교회의 담임목회는 귀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좋은 기회라고 격려를 해주셨다. 세계선교부에서도 기쁘게 허락을 해주셨다. 모두가 허락을 해줬지만, 문제는 나 자신에게 있었다. 어떻게 내가 담임 목회를 할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을 듣기 위해 다시 찾아 오신 청빙위원장께 "나는 안수받은 목사가 아니며, 한국인이고, 여성으로 많은 한계가 있으며,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일은 아침저녁으로 교회 문을 열고 닫는 일, 그리고 교회와 성도를 위해 기도하는 일 뿐"이라고 말씀드렸다. 아직 일본어도 어눌한데 매 주일 설교와 축도, 성찬식(일본 기독교단 교회는 매달 첫 주 성찬식이 있다) 등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교회의 대답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할 수 없는 일은 함께 해결책을 생각해 보자고 했다. 교회는 나를 도와줄 사무직원을 두기로 하고, 축도는 파송의 기도로, 성찬식은 예배에 참석하시는 은퇴 목사님께 부탁드리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를 하나씩 해결했다.

니시나수노교회가 무목교회가 되는 것은 원치 않으니, 나의 사명은 후임 목사님을 청빙하는 것으로 알고 1년만 목회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담임 목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교회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기에 사양한 취임식을 시작으로 온갖 형식을 갖춰줬다. 마치, 지난 8년 동안 아시아학원의 사역에 대한 상급이라도 주시는 듯, 1년 목회가 마치 10년 만큼의 열매로, 하나님의 은혜주심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교회가 기뻐하며 행복한 목회를 하였다. 목회의 행복이 숫자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목회의 열매를 보는 것은 목회자에게 큰 위로와 기쁨임에는 틀림이 없다. 1년 동안에 6명의 세례자가 있었다. 한국교회에서는 때를 따라 세례자가 주어지는 것이 일상의 일이겠지만, 한 교회 평균 세례교인 수가 30여 명인 일본기독교단교회에서는 세례자가, 그것도 1년에 6명이라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안수 받지 않은 선교사로서 세례를 받기 위한 공부는 지도했지만, 세례식을 집례할 수가 없었다. 축도 대신 파송의 기도를 드리며, 세례자가 주어질 때마다 목사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온맘과 몸으로 느꼈다. 니시나수노교회는 후임 목사님을 모시게 되었고, 더 이상 하나님의 부르심을 거부할 수 없어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 안수를 받기 위해 학업을 하기로 했다.

니시나수노교회는 부족한 한국인, 여성, 선교사를 목회자로 섬기며, 키워주고, 지지해 준 교회이며 지금도 나의 선교사역을 위해 기도로 동역하고 있는 교회이다. 니시나수노교회에는 갚지 못 할 너무도 큰 사랑의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에 늘 미안하고 감사하다.

박미애 목사/총회 파송 일본 선교사
많이 본 뉴스

뉴스

기획·특집

칼럼·제언

연재

우리교회
가정예배
지면보기

기사 목록

한국기독공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