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들기, 창조주의 놀라운 은총
[ 이신우교수의 음악이야기 ]
작성 : 2020년 01월 15일(수) 10:00 가+가-
(1)음악, 사람, 그리고 은총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의 경우 리허설과 공연으로 연속되는 삶을 산다. 독주가 아닌 여러 명이 호흡을 맞춰 함께 연주하는 실내악의 경우, 서로 다른 연주자들을 만나고, 연습하고, 음악에 대해 토론하며 준비된 작품과 함께 무대를 통해 청중과 만나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연주자들의 세계는 작곡가인 나에게도 이따금씩 사뭇 다른 신세계로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꽤 많은 다른 연주자들과 청중을 만난다.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고, 때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미 익숙해진 연주자들과 반복적으로 다시 만나 함께 공연을 준비하기도 한다. 이 모든 음악가들의 만남엔 바로 음악이라는 매개체가 놓여 있다. 음악가들 사이에는 은행이나 관공서, 회사에서 매일 수많은 사람들과 일을 통해 이루어지는 인간관계와는 또 다른 무엇, 바로 '음악'이 흐른다.

작곡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여러 작품을 공부함과 동시에 악기에 대해 익힌다. 맨 처음 작곡과 학생들이 오선지를 통해 만나는 대상은 사람이 아닌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등등의 악기이다. 악기는 비록 수백 년 전 장인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 명기일지라도 반드시 연주자의 손을 통해서만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있다. 작곡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여러 수련기를 거쳐 이제 이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들과 함께 작업하기 시작하면 이 악기는 바로 바이올린, 피아노가 아닌 바이올리니스트 누구, 피아니스트 누구와의 공동 작업이 된다.

클래식 음악의 역사 속에는 특별한 음악적 재능을 타고나 남다른 노력과 헌신을 통해 수백 년에 걸쳐 다른 시대와 공간 속에서 여전히 향유되고 있는 예술작품을 만든 위대한 작곡가들이 있다. 이들은 비록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옛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음악은 살아서 여러 음악가들에 의해 변화하며 계속 들려진다. 위대한 음악들은 때로는 사람을 넘어서 불멸의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연주자들의 수많은 해석들은 이 위대한 예술작품들이 얼마나 소중한 인류의 유산으로 사랑받는지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음악이 만들어지고 향유되는 모든 순간에 있어 이보다 더 위대한 것은 바로 이 음악을 하나의 인격체인 '사람'이 연주한다는 사실이다.

예술작품은 한 연주자의 재능, 음악관, 스타일, 취향, 인격 등, 놀랄 만큼 복잡한 하나의 인격체라는 필터를 통해 만들어지고 들려진다. 이 위대한 인격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앙상블은 그러므로 위대한 예술작품과 이를 해석하는 음악가라는 인격체들의 만남이다. 한 소절을 잘 연주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보낸 연주자들의 시간과 땀과 노력, 그리고 다른 생각과 음악관을 가진 연주자들이 모여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이 모든 과정에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가장 위대한 피조물과 피조세계인 인간과 음악 사이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혼의 교감이 흐른다.

연주자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공연장의 모든 소중한 순간들, 만남들, 음악을 통해 고무된 밝고 빛나는 얼굴 뒤에는 '음악만들기'라는 예술적 행위를 통해 흐르는 창조주의 놀라운 은총이 있다. 이 은총은 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아름다움이고, 기쁨이자 사랑이며, 때로는 내적 갈등의 호소이기도 하고, 상처받은 영혼의 부르짖음이자 또 다른 상처받은 영혼을 향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구원받은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모든 사람들에게도 한결같이 주시는 일반은총은 음악에도 잔잔히 흐른다. 잔잔하지만 사랑으로 충만한 이 은총의 흐름 속으로 들어가 보면,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구원의 진리를 깨닫고 가슴으로, 머리로, 무릎으로, 그들의 재능과 모든 것을 꺼내 그리스도께 음악으로 드린 몇몇의 위대한 작곡가들에게 부어주신 특별은총이 있다. 음악만들기를 통해 부어지는 은총에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흐르고 이것이 바로 음악이 위대할 수 있는 이유이다.



이신우 교수/서울대 음대 작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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