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인지 알게 하신 하나님
[ 목양칼럼 ]
작성 : 2020년 01월 17일(금) 00:00 가+가-
고난 속에 하나님께서는 '너는 누구냐?'라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하셨다. 예배당이 좁아 옮긴 곳은 2층에 무허가로 올려놓은 가건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장에 비가 세어 내려앉았다. 건물주인에게 수리를 요청했지만, 면사무소에서 가건물인 2층을 헐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건물주인은 공간을 비워달라고 했다. 시골마을에는 번듯한 건물도 없었고, 우리 교회의 형편으로 이전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하나님께서 준비해두신 곳이 있겠지'라며 온 동네를 다녔다. '이곳일까? 아니면 저곳일까?' 교회 장소를 물색하며 교인들과 손을 잡고 기도했다. 어느덧 겨울이 왔고, 성탄절 예배를 위해 어린이들과 준비하면서 성탄의 선물을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다. 얼마나 절실하게 예배당 장소를 찾고 다녔는지 '건물이 아니라도 땅을 주신다면, 우리가 거할 곳이 있다면 천막이라도 치고 그곳에서 예배 하겠습니다'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주위 교회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대출을 받아 문제를 해결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정말 부러웠다. 대출을 받을 만한 형편도 안 됐고, 누구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할 만한 능력도 없었다.

그런데 그 해 성탄절 이틀 전 정말 좋은 소식으로 하나님께서 선물을 주셨다. 우리 교회 이전을 해야 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는지 땅 주인이 친히 찾아와 대지를 빌려주겠다고 했다. 성탄절에 기적의 선물을 주신 것이다. 성탄예배를 마친 다음날 계약을 했다. 땅 주인은 "교회에서 이 땅이 필요하면 능력이 되어 질 때 이 땅을 사십시오"라는 말도 했다. 그 해 겨울은 추운 것을 모르고 보냈다. 우리는 기도하면서 다음해 1월 3일부터 천막을 치기 위해 땅을 다졌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청년 두 명과 두 다리를 쓰기 힘든 남자 집사님 한분과 터를 닦기 시작했다. 우리를 부르신 그곳에서 어떤 상황이 우리를 둘러싼다 할지라도 하나님께 예배하기를 소망하며 기도했기 때문에 얼어붙은 땅도 녹이시는 하나님을 체험할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준비해주신 사람들을 통해 도움을 주셨다.

손수 못질을 하고 창틀을 만들고 신이 났다. 우리는 앉으면 감사, 일어서면 열심히 일하면서 하나님께서 여러 교회들을 통해서 보내주시는 물질과 사랑으로, 공사를 진행해 예배당을 지었다. 예수님의 동생이 된 기분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요즘 세상에 누가 천막 교회에 오겠느냐'며 동정어린 말을 말을 건네기도 했다.

드디어 3월에 천막을 세우고 교회를 이전했다. 비가 오는 날에서야 천막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를 난생 처음 들어보았다. 천막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교회가 무너질까봐 두렵고 떨렸다.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을 준비하셔서 천막을 감춰 주시고 판넬로 덮어 주셨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지금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예배당을 이전하고 4년이 흐른 뒤 대출을 받아 현재의 예배당의 터를 구입했다. 그 다음해에는 조립식으로 사택을 지었다. 내가 누구인지 알게 하신 주님께서 길을 열어 주시면 달려가고, 멈추라 하면 멈춰 서면 된다.

김영실 목사/빛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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