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선생님의 작품이요, 음악입니다!"
[ 생감교육이야기 ]
작성 : 2020년 01월 14일(화) 07:48 가+가-
영화로 보는 생생하고 감동있는 교육 이야기 <3> '홀랜드 오퍼스' 통한 영성교육의 재발견

영화 '홀랜드 오퍼스' 중에서.

멋진 교향곡을 쓰는 위대한 작곡가의 꿈을 가진 홀랜드(Mr. Holland)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작곡을 포기한 채 존 F. 케네디 고등학교 음악교사가 된다. 하루하루 맡겨진 책임에 충실하다 보니 어느덧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꿈은 사라지고 백발 노인이 된 그가 은퇴하는 날, 아내와 아들과 함께 교정을 떠나려 할 때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린다. 긴축재정 때문에 음악수업이 폐지되었는데 "웬일이지?"하는 마음으로 소리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굳게 닫힌 문을 열자, 강당을 메운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그에게 큰 소리로 박수를 보낸다. 그를 기억하는 제자들이 '깜짝 송별회'를 준비한 것이다. 곧이어 주지사(Gertrude Lang)가 수행원과 함께 강당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재학 시절에 클라리넷을 거의 포기했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홀랜드의 격려와 탁월한 코칭 덕분에 졸업 연주를 훌륭히 해낼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주지사가 되어 동문들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모두 홀랜드 선생님께 영향을 받은 제자들입니다. 우리는 선생님 덕분에 훌륭히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바로 선생님의 교향곡입니다. 우리가 선생님의 작품이요, 멜로디요 음악입니다!"

홀랜드에게 랭은 이렇게 요청한다. "홀랜드 선생님. 앞으로 나오셔서 선생님이 작곡하신 심포니를 직접 지휘해 주시겠습니까." 그때 단상의 커튼이 열리며 대규모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등장한다. 제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함께 자신의 교향곡을 힘차게 지휘함으로써 홀랜드는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한다.

# 교육은 '만남'에서 시작

교육은 '만남'에서 시작된다. 가정, 교회,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 교사, 학생, 동료로서 우리는 수많은 만남을 경험한다. 만남 안에서 교육이 일어나고 변화가 일어난다. 기독교교육학자 루이스 쉐릴(Lewis Sherrill)은 이렇게 주장한다. "교육과 성숙은 만남 속에서 일어난다. 상처와 왜곡이 만남을 통해 생겨났다면 치유와 회복도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시인 정현종은 이렇게 노래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만남이 중요한 것은, 만남이 서로에게 심대한 영향을 주고 새로운 출발을 가능케 하고 미래를 새롭게 열어주기 때문이다.

홀랜드도 처음에는 가르침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교육의 중요성도, 교육의 방법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홀랜드에겐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인간미가 있었다. 박자 감각이 전혀 없었던 러스(Russ)라는 흑인학생를 포기하지 않았다. 너무나 재능이 없어서 연주를 포기하려 했던 랭을 끝까지 옆에서 도와주었다. 청각장애인 아들 콜(Coll)에게 빛과 진동을 활용한 음악을 가르쳐줌으로써 치유와 해방의 참된 교육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마음을 여는 교육, 곧 '만남의 교육'을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세상의 눈으로 볼 때, 홀랜드는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평범한 교사였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조차 음악으로 소통할 수 없는 장애인이었고, 주지사 랭의 말처럼 세상에 이름을 알리지도 못했고 부를 이루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 속에 숨어있는 소중한 재능을 발견해 주었다. 그들이 한계에 도전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장애가 있는 제자들로 하여금 자기 능력껏 음악을 연주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해 주었다.

#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걸작품

대부분의 영화는 탁월한 능력이나 천재성을 가진 영웅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이 영화는 홀랜드의 평범성을 특별한 방식으로 전개한다. 평범한 홀랜드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그의 인간미, 성실성 그리고 유머 감각이었다.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 성실함 그리고 유머 감각을 그는 어떤 난관 속에서도 결코 잃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30년의 교직 생활을 마치는 날 그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은 "우리가 선생님의 작품이요, 멜로디요 음악입니다"라는 진심어린 감사였던 것이다.

창세기 2장 31절은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기록한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걸작품이었음을 선언한 것이다. 영성교사는 자신의 손길이 닿는 모든 것들이 그리고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만남들이 희망, 용기, 생명을 주는 생명적 만남이 되기를 소망한다. 참된 영성교사는 '만남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마다 '하나님의 위대한 걸작품'(Divine Opus)들이 있는 그대로의 멋진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러한 만남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우리는 하나님의 작품이요, 멜로디요 음악입니다!"라고 고백하게 될 것이다.

이규민 교수 / 장신대 기독교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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