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 논설위원칼럼 ]
작성 : 2020년 01월 13일(월) 00:00 가+가-
1983년에 한국전쟁 휴전협정 30주년을 맞아 한국방송공사에서 2시간짜리 "이산가족 찾기 특별 생방송"을 준비했다. 그런데 신청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5개월 동안 방송은 이어졌고, 이산가족 1만189명이 만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가장 오래 진행된 생방송으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도 등재되었다고 한다.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삽입곡으로 쓰일 음악이 필요하게 되어 급하게 노래를 만들게 되었는데 작사자는 '전쟁 중에 헤어진 가족들을 한순간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을 애달픈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찾아낸 가장 적절한 표현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였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노래는 무명 가수였던 설운도를 대스타로 만들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리웠던 삼 십 년 세월 의지할 곳 없는 이 몸 서러워하며 그 얼마나 울었던가요…" 이 노래를 들으며 방송을 보던 전 국민은 이산가족들의 간절한 그리움에 공감하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이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전천후'이다. '어떠한 기상 조건에도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음'이라는 뜻을 가진 전천후(全天候).

이형기 시인의 현대 시 중에 환경 파괴로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산성비를 고발하는 '전천후 산성비'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지난 성탄절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던 그레이 크리스마스는 전천후 미세먼지에 신음하는 현대인들의 고충을 그대로 보여 준다. 2020년 새해가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앞에는 희망보다는 암울하고 걱정스러운 일들이 더 많다. 전천후 근심, 전천후 슬픔, 전천후 눈물, 전천후 불평, 전천후 두려움으로 한 해를 보낼 것인가?

그리스도인들은 형편이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어떤 환경 속에서도 감사를 드릴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환경과 여건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접속사가 있다.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품사를 접속사라고 하는데 접속사에는 순접 접속사와 역접 접속사가 있다. 앞 문장이 어떤 내용이든 뒷 문장은 항상 감사가 오도록 할 수 있는 비밀이 접속사의 적절한 사용에 있다.

"건강합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감사합니다."

이처럼 접속사의 적절한 사용은 건강해도, 건강이 좋지 못해도 감사를 고백하게 만든다. 만사형통을 바라며 새해를 소망 중에 시작하는 올해도 화창한 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비도 오고 눈도 오고 바람도 불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다가올 일들이 어떠하든지 주님께서 가장 좋은 것을 채워 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때마다 적절한 접속사를 찾아 항상 감사가 넘치기를 소망한다.

그래 감사, 그래도 감사, 그리고 감사, 그것은 감사, 그러므로 감사, 그것이 감사, 그러니까 감사, 그리하실지라도 감사,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 그러나 감사, 그렇지만 감사, 그럼에도 감사, 그런데 감사, 그저 감사, 아주 그냥 감사, 이래도 감사, 저래도 감사, 순간순간 감사, 매일 매일 감사, 항상 감사, 범사에 감사, 모든 것이 감사, 전천후 감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감사.

신정 목사/광양대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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