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목사의 대화
[ 목양칼럼 ]
작성 : 2020년 01월 11일(토) 00:00 가+가-
가깝게 지내는 내과의원 원장님이 있다. 불교 신자라서 신앙은 다르지만 인품이 좋으시고 친절하게 환자를 살핀다. 어느 날 진료차 갔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나에게 질문을 했다. "목사님은 스트레스 관리를 어떻게 하십니까?" 저는 반대로 "저보다는 전문의이신 원장님의 스트레스 관리법을 알고 싶습니다"라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한다. "병원 개업하면서 받은 은행 원금과 대출 이자에 직원들 월급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근처 병원들과의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 광고와 막대한 홍보비까지 지출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한가지 원칙을 정했는데 퇴근하면 병원에 관련된 일체의 일과 생각은 하지 않고 운동을 하거나 맛있는 저녁을 실컷 먹거나 재미 있는 모임이나 즐길 거리를 찾아서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침에 출근하면 집중해서 일을 합니다. 환자들에게 관리하라고 말하지만 사실 저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목사님은 어떠십니까?" "저는 3개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 방은 '골방', '책방', '심방'입니다. 골방은 기도의 방입니다. 이곳에서 하나님 앞에 저의 마음과 생각을 솔직하게 내려 놓습니다. 울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고 화도 내기도 하면서 저의 생각을 쏟아냅니다. 어떤 때는 답답한 마음에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책방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보는 방입니다. 그 방에서 성경을 통해서 내 생각과 방향이 맞는지 점검하고 살펴봅니다. 성경 말씀이 기준이 되고 나침반이 되도록 나를 살피는 방입니다. 그리고 심방입니다. 힘들거나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분들 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기도해 주기 위해 방문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힘을 얻고 깨달음을 얻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3개의 방으로 관리합니다."

누가복음 5장 15~16절은 "예수의 소문이 더욱 퍼지매 수많은 무리가 말씀도 듣고 자기 병도 고침을 받고자 하여 모여 오되 예수는 물러가사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시니라"고 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의 인정과 성공 앞에 드러나셨다. 소문이 나서 인기가 치솟은 것이다. 이제 출세와 성공의 길이 펼쳐지는 것이다. 우리 같으면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 속으로 더 들어가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님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오히려 물러가셔서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셨다. 사람들을 피하셨다. 사람들의 인정과 환호를 떠나 하나님께 집중하기 위해서다.

본질을 놓치거나 잃어버릴 때는 언제나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에 집중할 때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우리 모두를 지금의 자리로 보내시고, 그 일을 감당케 하신 하나님 앞이 아닐까.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사람들의 환호가 있는 광장이 아니라, 먼저 은밀하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기도의 골방과 그분의 말씀을 묵상하는 책방, 그리고 기도와 말씀으로 무장하여 죽을 영혼 살리는 심방이 아닐까? 모든 하나님의 백성들에게는 3개의 방이 주어져 있음을 기억하면서 기쁘게 3개의 방으로 들어가는 2020년도의 인생 여정이 되자.

정지욱 목사/모슬포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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