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장 교회 가능할까?'
[ 이색목회 ]
작성 : 2020년 01월 09일(목) 16:25 가+가-
새롬탁구클럽 관장, 박춘삼 목사
"탁구가 복음을 위한 새로운 접촉점, 도구가 되면 좋겠어요." 경기도 시흥시 배곧 신도시에 '새롬탁구클럽'이 들어섰다. 매일 오전 10시 문을 열어 저녁 늦은 시간까지 운영된다. 최신식 탁구대를 비롯해 라켓과 공을 정리하던 관장은 하루하루 회원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목요일 오전, 초급반 레슨이 시작됐다. 유니폼으로 탈의한 회원들이 클럽 안에서 몸풀기에 분주하다.

"자세를 좀 더 낮춰요. 팔이 흔들리지 않게 하고, 공의 방향을 빠르게 판단하세요."

작은 호흡에도 순식간에 공의 방향이 바뀌는 탓에 집중과 순발력이 필요한 탁구. 관장의 지도로 폼을 다시 잡고 드라이브 연습에 매진하는 회원들 사이로 작은 공이 공기를 가르며 탁구대 위를 오르내린다.

"지역 주민들이 탁구클럽을 통해 아름다운 교제를 갖고 건강을 회복하면 좋겠어요. 특별히 새롬탁구클럽에서는 다른 곳에서 경험하지 못한 섬김까지 더불어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새롬탁구클럽은 회원들의 탁구 실력을 향상하고, 건강한 정신과 체력을 단련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복음의 도구가 되길 희망한다. 더불어 그곳 관장은 클럽 안에 예수님이 주시는 섬김의 교제가 꽃피워 복음의 씨앗을 뿌리길 기대했다.

복음과 섬김에 주목한 관장, '탁구장 교회'를 꿈꾸며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특별하고 새로운 사역을 펼치는 인천동노회 박춘삼 목사의 사역 이야기이다.

누구나 쉽게 탁구를 배우며 즐길 수 있는 곳에서 복음을 나누고, 섬김을 강조한 탁구클럽 관장. 박 목사는 2004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문화목회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던 중 도시개발로 교회 예배당 이전을 피할 수 없어 새로운 목회의 방향을 선택했다. 결국 예배당 이전과 함께 새로운 목회 유형을 고민했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탁구를 접목해 또 다른 목회를 시작했다.

박 목사는 "제가 잘하던 것이 탁구였어요. 학창시절 교회에서 탁구를 배웠고, 중학교 탁구부 훈련에 참가하며 본격적으로 운동을 했죠. 목회를 하면서는 아예 손을 놨지만 문득 내가 잘하는 것을 선교 도구로 이용해야겠다는 마음을 주셔서 기도하고 실천했다"며 "40대에 다시 시작한 탁구 실력이 현재 생활체육회 지역 1부 정도의 수준으로 올라와 레슨 정도는 가능하다"고 전했다

박 목사는 배곧 신도시에 자리 잡은 상가 7층에 280평 규모의 공간을 임대했다. 그리고 140평은 예배당으로 140평은 탁구클럽으로 조성했다. 개척교회로서 넓은 평수의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탁구장 운영비로 대체 중이다.

박 목사는 "탁구클럽을 오픈할 때 운영비 걱정뿐만 아니라 성도들이 동의할까 걱정했죠. 하지만 단 한 명의 성도도 반대 없이 동의했고, 탁구장 수익금은 운영비와 관리비를 제외한 모든 금액을 전도와 선교에 사용하기로 했다"며 "외부적으로는 이중직이지만, 교회 내부적으로는 탁구클럽이 전도와 선교 사역의 전략이 되도록 새로운 방향을 정했다"고 전했다.

현재 박춘삼 목사가 교육 중인 레슨 회원은 30여 명에 이른다. 또 토요일이나 공휴일 가족과 함께 탁구장을 찾는 유동인구가 100여 명에 이르면서 탁구장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탁구클럽이 활성화되면서 더불어 교회의 문턱도 낮아졌다. 공간 맞은편 예배당 안에는 예쁜 카페를 조성해 성도들과 회원들이 자유롭게 교제할 수 있는 쉼터로 활용한다.

박 목사는 "최근에는 운동 전후로 예배당을 찾아 기도하는 회원들의 모습도 눈에 띌 정도로 증가했다. 탁구 레슨 중에는 상담아닌 신앙상담도 진행한다. 클럽을 통해선 최근 두 가정이 교회에 등록했다"며 "실제로 개척교회가 주일낮예배 등 예배 시간을 제외하고 교회 공간을 활용하는 게 쉽지 않다. 특별한 사역이 진행되지 않고서는 매일 수십 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교회 문턱을 넘기도 어렵지만 새롬탁구클럽에서는 가능한 사역이 됐다"고 전했다.

레슨비와 구장사용료를 포함한 월 8만 원의 저렴한 회비는 새롬탁구클럽의 자랑이다.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교회 목회자들에게 입소문이 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박 목사는 '탁구장 교회'가 어려운 목회 환경 속에서 복음을 전하는 도구뿐만 아니라 목회적 방향의 새로운 모델이 되길 기대했다. 그는 "탁구장을 운영하면서 오히려 교회 일에 더욱 매진하게 됐다.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전도가 되고 자비량 선교, 목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힘이 난다"며 "실제로 많은 분이 탁구클럽 운영에 대해 문의해 왔다. 탁구 목회처럼 지역 주민들의 필요에 반응하는 좀 더 다양한 목회 유형이 발굴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탁구 레슨을 마치고 늦은 밤 22시 박 목사는 기도회를 인도했다. 그리고 23시 탁구클럽 청소에 나섰다. 이 일을 모두 마치고 귀가하면 자정이 훨씬 넘어선다. 성도들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목사, 땀 흘려 일하는 목사, 자기에게 주신 은사와 능력을 활용하는 목회자가 되고자 오늘도 몸부림친다.

"탁구클럽이 좀 더 활성화되면 코치진을 대거 영입하려고 해요. 레슨보다는 회원들을 관리하고 상담하는 일에 집중하며 복음의 지경을 넓혀 갈 겁니다. 복음이 훼손되지 않고, 목회가 변질되지 않도록 기도해 주세요."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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