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정보 맹신 경계, 미디어에 대한 균형감각 키워야
[ 1월특집 ]
작성 : 2020년 01월 09일(목) 00:00 가+가-
2.기독교인과 가짜뉴스
요즘 가짜뉴스 논쟁이 뜨겁다. 특히나 우려되는 점은 교회가 가짜뉴스의 진원지요 확산지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1960년대 이후로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하던 한국교회가 1990년대부터 교회성장률이 하락하다가 새 천년에 들어선 이후로는 교인 수 정체 및 감소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하여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공신력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잃어버린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교단마다 교회마다 안간 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회가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은 한국교회를 더더욱 우리 사회의 주변부로 몰아넣고 있다.

가짜뉴스는 특별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이 생산하여 유튜브에 게시하고 그것에 접속하는 사람들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된다. 특히 유튜브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뉴스의 40%를 점유하고 있고, 유튜브 뉴스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역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통 미디어 시대가 퇴조하고 1인 미디어 시대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 할 수 있다.

교회 내 가짜뉴스는 몇몇 기독교 인사들에 의해 생산되며,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상당수의 성도들이 전통 미디어와 1인 미디어가 쏟아내는 가짜뉴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보수성향의 기독교 지도자들에 의해 종북몰이 가짜뉴스마저 등장했다. 남북분단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가짜뉴스 콘텐츠를 유튜브에 게시해 확산시킴으로 그 피해가 상당한 가운데 있다.

그렇다면 왜 다수의 그리스도인들이 가짜뉴스에 넘어가는가? 최근 교회 내의 가짜뉴스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그것은 '확증편향'과 '근본주의 신앙' 때문이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런 확증편향 현상은 개인의 이성적 사고와 비판적 기능을 마비시킨다. 가짜뉴스에 쉽게 이끌리는 사람은 평소 자신이 갖고 있던 정치적 신념과 일치하는 뉴스에 열광하며 이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한다. 그런 사람은 자신에게 전달되는 뉴스가 사실인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오로지 특정뉴스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지지해 주는지의 여부에만 촉각을 기울인다.

또한 근본주의 신앙은 한국교회의 위기 현실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많은 성도들이 한국교회의 영향력 감소를 회복하기 위한 신앙적 대처방안으로 근본주의 신앙을 채택한다는 말이다. 근본주의 신앙은 교회와 세상을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로만 바라보고, 성경문자주의와 흑백논리 및 극단적 배타성을 추구한다. 최근 그리스도인의 가짜뉴스 수용 현상은 이러한 근본주의 신앙이 확증편향과 결합되어 나타난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가짜뉴스 생산자들은 개인의 신앙적 염원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특히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는 성도들 개인에게는 신앙의 위기로 다가온다. 이제는 성경의 권위와 교회 메시지의 권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현실은 많은 성도들에게 존재론적 불안을 야기한다. 근본주의 신앙과 확증편향은 어떤 점에서 그리스도인의 존재론적 불안을 해소해 주는 강력한 치료제로 기능하기에 그 유혹을 떨치기가 어렵다.

역사적으로 특정 이데올로기에 대한 맹신 혹은 종교적 근본주의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중세의 십자군 전쟁, 일본의 가미가제, 이슬람 자살테러, 이단사이비의 집단자살 등은 특정 이데올로기에 대한 맹신이나 근본주의 신앙이 개인을 어디까지 몰고 갈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들이다. "지금까지 약탈자로 살아왔던 이들을 그리스도의 군사가 되게 하라. 형제와 친지들과 등지고 살았던 이들로 야만인들과 싸우는 의의 군사가 되게 하라. 몇 조각 은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로 영원한 보상을 위해 투신하게 하라."

이것은 중세 당시 교황 우르반 2세가 군중들에게 십자군 전쟁에 참여토록 독려하는 연설의 일부이다. 십자군 전쟁을 '그리스도의 군사', '의의 군사'로 상정하고, 참가자에게 '영원한 보상' 즉 '죽음 이후의 구원'이라는 가짜뉴스를 약속함으로 수많은 이들을 선동하여 전쟁터로 몰아넣었다. 신앙적 염원을 가진 무지한 백성들은 종교 권력을 유지 강화하려는 교황의 먹잇감이 되어 그렇게 희생되었다. 현 시대의 가짜뉴스 생산자들 역시 '신앙적 헌신'이라는 솔깃한 말로 성도들을 유혹한다. 이성적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신앙적 사고의 지평을 확장하는 일에는 무관심한 채, 특정 미디어에 대한 무비판적 맹종을 성도의 신실한 신앙적 책무로 여기는 부끄러운 현상이 한국교회에 만연되어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신앙적 시각 형성은 신앙과 무관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열정에 바탕을 둔 주관적 감성적 신앙이 귀하지만 동시에 신앙의 객관성 또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가짜뉴스 생산자들이 비판적 사고가 결여된 개인들과 흑백논리의 극단적 사고를 가진 개인들을 자신들의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신앙적 동기로 불분명한 동영상을 퍼 나르다가 자칫 그것이 가짜뉴스로 판명될 경우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이제 한국교회와 개별 성도들은 자신의 정치적 종교적 입지 강화를 위해 성도들을 수단화하는 가짜뉴스 생산자를 분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제한된 정보만 맹신할 게 아니라 다양한 정보에 접근하고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능력과 균형감각 또한 키워야 한다. 이런 노력이 바로 신앙적 행동이요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 일꾼의 사명을 감당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승호 교수/영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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