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사랑이 충만하도록 기도합시다"
[ 신년특집 ]
작성 : 2020년 01월 01일(수) 08:55 가+가-
좌담-6.25전쟁 70년과 한국교회의 과제

남북 화해를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강조한 호남신대 전 총장 노영상 목사(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우)

일시 : 2019년 12월 27일(금) 오후 2시 30분
장소 : 한국기독공보 회의실
참석자 : 노영상 전 총장(호남신대), 이홍정 총무(NCCK)
사회 : 김성진 편집국장대행
사진·정리 : 임성국 차장·최샘찬 기자



편집국장 : 올해는 한국전쟁 70년을 맞는 해다.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본보는 '남북관계 회복과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좌담회를 갖게 됐다. 무엇보다 오늘날 경색된 남북관계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선, 현 시국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노영상 목사 : 요즈음 세계는 자국 우선주의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미중의 무역전쟁, 한일 간의 수출규제 정책, 영국의 브렉시트 등 다른 나라들과의 공생적 관계를 중시하기보다는 우선 자기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들이 만연해 있다. 더 문제 되고 있는 것은 오늘날의 세계 국가들이 자국 내에서 정치적인 불안 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의 강대국들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경기 침체로 인해 정치가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으며, 현재 집권하고 있는 정당이 언제 실권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경제가 안정되어야 정치도 안정 될텐데, 세계 경제의 미래는 밝지 않다. 우선 세계인구의 증가에 따른 자원의 고갈로 인해 생산비용이 점점 올라가는 추세이며, 과도한 자원의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위협하고 있다. 인구 증가로 인해 포화상태가 된 지구를 살리는 길이 묘연한 것이다. 이러한 전쟁의 암운이 우리를 감싸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우리나라만이 전쟁을 피해 보고자 하는 작은 생각으로 이 문제를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며, 보다 큰 견지에서 인류가 불행한 전쟁을 거치지 않고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홍정 목사 : 한반도 역사라는 삶의 자리에서 우리는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지냈다. 3.1운동 100년의 해는 자주와 독립, 민주와 평화를 이뤄온 주권재민의 역사였다. 지난 100년을 회고하며 분단과 냉전의 극복 없이 삼일운동의 정신은 완성될 수 없다고 본다. 한반도 평화와 상생과 통일을 이루라는 하늘의 평화 명령을 실천할 때 가능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한 해였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초 갈등사회, 국론분열을 경험한다. 개인적으로 분단과 냉전을 극복하기 위한 역사적 갈등의 과정으로 본다. 결국 이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가로막는 암초다. 식민지 근대와 냉전에서 형성된 이분법적인 의식을 끊임없는 재생산하는 마음의 지리학이 우리 사회에 형성돼 있다. 좌우 극단의 자리에서 중용으로서 중심으로의 거듭 위치 이동을 하면서 사회 통합을 이뤄야 한다. 이 땅에 정치권력자나 정치 권력화된 종교집단들이 자신의 행동을 내세우며 권력쟁취 욕망을 채우려 한다. 우리 시대엔 무엇보다도 일상의 삶에서 어떻게 평화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인가, 반평화적 상황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과 어떻게 사회적 연대를 만들어나갈 것인가, 비폭력 운동과 갈등의 전환, 적극적 평화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요청된다.



편집국장 : 현 시국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으로 말문을 열어주셨다. 오늘 좌담회의 핵심 내용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한반도 평화 통일운동에 있어 많은 역할을 감당해 왔다. 이 시점에서, 한국교회가 어떻게 하면 남북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지 말씀해 달라.

이홍정 목사 :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의 복음에 대한 깊은 신학적 통찰을 통해 분단냉전의식을 회개하고 평화 공존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십자가에 달리신 채 DMZ에 가로질러 누워계시는 예수그리스도, 사이에 계신 하나님을 상상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은 인간의 죄악이 만들어낸 모든 장벽들, 즉 이웃을 타자화 대상화 이방인화 원수화한 모든 마음과 통제하는 율법과 규율의 기제들을 허무시고 하나 되게 하신 사랑이다. 말로는 행하지만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구체적인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새 계명의 말씀을 고린도전서 9장 19절 이하에 나타난 사도 바울의 고백과 진지하게 연결시키는 삶을 살아야 한다. 어떤 사람을 대하든지 복음을 전하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하므로 그들처럼 되어 어떻게 해서든지 그들 중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므로 그들과 다 같이 복음의 축복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사도 바울의 고백을 목표로 새 사랑과 새 계명을 실천하면 평화로의 회심을 이뤄갈 수 있다.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모든 행위들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들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사랑을 성취할 것이다. 사랑의 실천만이 이같은 정의를 이룰 수 있다.

노영상 목사 : 우리 민족의 분단은 우리 민족의 자의로 된 것이 아니다. 일제시대와 마찬가지로 북한은 북한대로 남한은 남한대로 갈기갈기 찢기고 나눠진 민족이 된 것이다. 우리가 이 같은 시대에 평화의 메신저가 되기 위한 우선적 행동은 상처난 남북의 백성들이 서로를 보듬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어차피 역사의 희생자들로서 강대국들에 짓밟힌 민족이었다. 한 번 짓밟힌 나라는 또 다시 짓밟힐 공산이 크다. 혹자는 우리나라가 이전의 약소국이 아니며 무역 규모에서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중견 국가로서 우리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목소리는 세계의 외교 무대에서 잘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이러한 정황에서 평화의 메신저라는 용어 자체가 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윽박지르면 구석에 가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서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뭔가 힘 있는 것 같이 보이려고 하니 문제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편집국장 : 오늘날 남북 관계의 해법을 놓고, 한국사회는 물론, 한국교회도,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갈등을 겪고 있다. 한국교회가 양분화된 원인과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에 대해 말씀해 달라.

노영상 목사 : 남편은 징용을 가고 아내는 위안부로 갔는데, 한편은 남편이 잘못했다 하고 다른 편의 사람은 아내가 잘못했다 하면 그 슬픔은 가시지 않는다. 운명같이 결정된 한국이란 나라 속에서 이리 시달리고 저리 시달린 우리 민족을 생각할 때 마음의 고통이 가시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싸우고 있는지 조용히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래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갈라진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서로를 부둥키고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는 것이다.

이홍정 목사 : 역사발전 과정에서 이 갈등이 우리가 한번은 지고 가야 할 십자가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초 상태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국론 분열까지, 교회의 대사회적 신뢰 추락과 극우 보수 기독교 세력의 정치화에 이르기까지, 소용돌이치는 국내외 정세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장애를 경험했다. 권력의 탐욕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이념의 가면으로 집단화하거나 조직화하면서 그리스도 안에 형제 자매마저 대상화 타자화 적대화하는 증오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회심리적 경계들은 결국 그들 자신과 우리 모두를 비인간화의 길로 몰아간다. 마음 속에 거듭 떠오르는 것은 결국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새 계명을 실천하고, 마음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서로 기도하고 대화해야 한다. 사랑하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사랑하는 마음의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용서와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그리스도의 회복적 진리 안에서 함께 자유를 누리는 자리로 가야 한다. 복음의 온전성 총체성을 증언하기 위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언제든지 겸손의 띠를 두르고 교회와 사회와 세상을 섬겨야 한다.



편집국장 : 한국교회는 그동안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대북 지원 사업에 역점을 두고 진행해 왔다. 그러나 유엔의 대북지원에 대한 제재로 이 또한 쉽지 않는 상황이다. 대북지원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노영상 목사 : 전체적 국제정세의 흐름 속에서 볼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대북지원 사업도 열어주면 하고 열어주지 못하면 못하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결정하여 일을 하였을 때, 그에 대한 응징도 있고 하여 그러한 인도적 결정도 쉬운 것이 아니다. 물론 세계를 향해 인도적 지원은 하여야 하지 않느냐는 호소도 해보았다. 그러나 그러한 화해의 무드도 잠시일 뿐 우리에게 영구한 평화의 체제 구축이란 요원한 것 같다. 대북지원사업도 국제적 역학관계 속에서 상당히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이런 국제관계에 있어 해빙이 되는 봄이 오길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이홍정 목사 : 모든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제재는 반평화적이고 폭력적인 수단이다. 그 자체가 인간의 기본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다. 인간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모든 인도주의적 제재 조치를 철회하고 평화 환경을 구축하는데 유엔이 솔선수범해 나아가야 한다. 거듭 주장하지만 평화만이 평화를 이루는 길이 될 수 있다. 한반도 정치 상황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속적인 민간 교류가 보장될 때, 한반도 평화는 민이 토대가 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것만이 평화를 만들어내는 방향이다. 북한 역시 체재 안정을 앞세우며 체제안정 보장에 도움이 되는 민간교류를 선별하며 지속적으로 평화 환경을 구축해 가는데 함께 협력해야 한다. 특히 남북의 종교인들이 만나서 적극적인 평화 메시지를 세계에 알리고 종교가 평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편집국장 :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한국교회는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으로 준비하고 있는지, 또한 어떤 내용으로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 말씀해 달라.

이홍정 목사 : 한국전쟁의 실질적인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것 자체가 한반도, 동북아시아, 세계 평화의 문을 여는 열쇠다. 이를 이루기 위해 NCCK는 한국전쟁 70년을 맞는 해를 희년으로 선포했다. 올해 3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세계교회와 함께 '글로벌희년기도운동'을 전개하고, 4월 27일 판문점섬언 2주년을 계기로 세계기독교 차원의 1.5 트랙이라 할 수 있는 '글로벌희년평화포럼'을 열어 세계기독교가 나아가야 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상의하고 관련자들을 설득해 나가는 평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이다. 6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노근리국제평화재단과 함께 한국전쟁 70년을 기억하는 화해예배와 일련의 평화행동을 전개하고, 세계종교시민사회 차원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 및 한반도 평화조약을 선포할 예정이다. 7월 정전협정이 있던 바로 전 주간엔, 그동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해 함께 일해온세계종교시민사회 지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세계종교시민사회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조약을 선포할 예정이다. 10월달엔 과거과거 일본의 동경 오사카 회의 등을 회고하면서 도잔소에서 동북아시아 평화안보 포럼을 열고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을 초청할 예정이다.

노영상 목사 : 여러 일들을 하고 있지만 국제정세의 큰 물줄기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서로를 욕하며 우리끼리 싸우는 마당에 남북의 미래적 평화를 위한 진솔한 생각들을 할 여유가 있을까? 서로 머리끄덩이 잡고 피나게 싸우는 꼴은 피해야 하는데, 이웃 국가들의 웃음거리나 될까 두렵다. 먼저 정신 차리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좋은 사람들이고 누가 나쁜 사람들인지 정확히 판단은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 동안의 트라우마가 우릴 놔두지 않지만, 우리는 이런 아픈 경험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남북이 사랑으로 화해하는 전제 하에서 하는 다양한 사업만이 의미를 가질 것이다.



편집국장 : 마지막으로, 올해 남북관계 전망과 함께 한국교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기도제목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이홍정 목사 : 한반도 평화의 봄이 경작되고 있다는 확신을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친히 내려오셔서 분단과 냉전의 동토에 평화와 상생의 밭을 가꾸고 계신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한반도의 역사는 분단과 냉전이 아니라 치유되고 화해된 세상,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만물의 생명이 풍성함을 누리는 세상이다. 분단과 냉전은 하나님의 뜻에 대한 계약 위반이고 폭력이다. 이러한 확실한 믿음으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한반도의 역사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역사의 주권자시며 모든 선한 힘의 원천이신 하나님 앞에서,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는 모든 분단 냉전 세력들은 스쳐가는 하나님의 입김에 시들고 지는 한낱 풀이나 마른 꽃과 같은 존재다. 한국교회가 성령의 능력에 붙잡혀서 하나님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묶인 자에게 해방을, 눈 먼 사람을 보게 하고, 억눌린 자에게 자유를 선포하고, 나뉜 자들을 하나됨의 자리로 초대하고, 상처하고 신음하는 자연을 내 삶처럼 돌볼 때, 한반도 평화와 상생을 이루게 하는 희년의 기쁨이 충만하리라 본다. 2020년에 한국교회를 한반도의 평화와 상생과 통일을 이루는 복음화의 새 역사를 이루는 일에 초대하고 싶다.

노영상 목사 : 기도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할 일을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기도하겠다. 이와 같이 약한 우리 민족과 세계의 수 많은 약소국가들을 위해 오늘도 두 손을 모은다. 선지자 오바댜와 나훔과 같이 약한 나라를 돌보시는 하나님의 권능을 바라보는 것이다. 성경은 이 같은 국제관계에서의 폭력적 행위에 대해 하나님의 엄중한 심판이 있음을 경고한다. 특히 오바댜서와 나훔서는 약한 나라를 압제하는 강한 나라에 대한 주님의 징벌을 강조한다. 하나님께서는 국가들의 행위에 대해 심판하시는 분이심을 선지자 나훔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성경은 강한 나라들이 약한 나라들을 배려해야 함을 강조하는바, 우리의 기도는 이런 하나님의 공의에 의존한다. 아무리 암울하여도 주님 안에서는 피할 길이 있다. 정신 차리고 기도하는 신자가 있는 곳에 주님의 평화가 깃든다. 평화는 하나님의 선물로서 우리가 비록 그것을 지킬 힘이 없다고 할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평화의 동산으로 인도할 것이다. 이와 같이 기도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임을 우리 모두 확신해야 한다.



편집국장 : 마지막 결론을 잘 말씀해 주셨다. 국제 정세 남북 관계가 암울하게 보일지라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도움을 주시면 70년이라는 희년의 선포 그것과 일치되어서 하님의 사랑이 이 땅에 펼쳐질 그런 해가 올해가 아닐까 기대를 해본다. 지금까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 역할을 말씀해주신 두 목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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