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펭수의 콜라보레이션
[ 기자수첩 ]
작성 : 2019년 12월 09일(월) 15:47 가+가-
그야말로 펭수의 전성시대다. 몸 값이 무려 5억원을 치솟는데도 여기저기 러브콜에 정신이 없을 정도란다. 급기야는 가짜 펭수 '펑수'까지 등장할 정도로 '펭수 신드롬'이 계속되고 있다.

펭수는 교육방송 EBS가 올해 4월 시작한 어린이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수TV'의 주인공 캐릭터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그깟' 어린이 캐릭터에 불과한 '펭수'지만 '고작' 그런 펭수가 한 설문조사에서는 '분야별 올해의 인물' 1위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고,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을 가뿐히 뛰어넘어선 그야말로 '대세 중의 대세'라는 사실을 교회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난 3일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목사는 '펭수현상을 통해서 본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과 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펭수'를 밀레니얼 가치관이 반영된 대표적인 문화현상으로 분석했다. 90년생 전후로 대표되는 밀레니얼들의 '단순'하고 '재미'를 추구하며 '개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꼰대'들이 주도하는 군대식 위계질서를 힘겨워하는 점이 '펭수'로 대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도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는 펭수의 솔직한 화법은 밀레니얼들과 그대로 닮아 있다. 펭수가 "나때는 말이야"라고 충고하는 선배에게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잔소리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응수하는 점이나 "사장님이랑 편해야 일도 잘되는 겁니다"라고 당차게 대답하는 모습은 탈권위주의적이고 개인적이며 합리적인 밀레니얼의 가치관을 대변하고 있다. '아프면 청춘'이라는 말에 "아프면 병원에 가야한다"고 대응하거나 "잘 쉬는 게 혁신"이라고 말하는 펭수는 재미있지만 합리적이고, 솔직하면서도 권위주의를 거부하는 밀레니얼과 꼭 같아 보인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유교적 장유유서에 기반한 경직된 위계문화가 주조를 이루고 너무 근엄한 교회가 매력이 있을 리가 없다. 소수의 리더에게 발언권이 주어지고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의사결정구조도 퇴행적으로 비춰질 것이다. 반면 교회공동체를 위해 자기의 물질과 시간을 헌신한 기성세대들에게는 밀레니얼들은 이기적이고 무례하며 '영적탕자'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펭수가 K팝스타 방탄소년단을 보고 이들을 뛰어넘는 대스타가 되기 위해 한국까지 헤엄쳐 온 것은 꿈을 향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워라밸은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닌 '의미'와 '가치'있는 일을 찾고 싶은 열망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근 펭수의 인기가 치솟자 '무명'이던 펭수를 박대했던 한 제과업체가 뒤늦게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교회도 새로운 세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해에 주춤하다간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후회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교회와 펭수와의 적극적인 '콜라보레이션'이 필요하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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