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
[ 기자수첩 ]
작성 : 2019년 12월 02일(월) 16:56 가+가-
얼마 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개신교 인구추이를 살펴보면, 10~30대가 '종교 없음'이라고 답한 비율이 60%에 달했다. 전 연령대 평균인 56%보다 높은 수치이다. 한국교회의 미래가 청년들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탈종교화 현상은 젊은층에서 더 두드러진다.

"교회에서 청년이 사라져간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총무 남기평 목사가 지난 27일 열린 교회여성 공개토론회에서 한국교회의 현실을 이렇게 진단했다. 남기평 목사는 가나안성도 문제가 청년층에서 빈번한데, 한국교회는 청년이 사라지는 일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물었다. 교회 안에 있는 청년들마저 지킬 수 없다면 전도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청년들은 왜 교회를 떠날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교회 안에서 그들은 어떤 존재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교인들이 청년부는 결혼하지 않은 평신도가 소속된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청년들에게는 교회의 정책에 대해 발언을 할 기회도, 찬성이나 반대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자신들의 필요에 대해 적극적으로 호소할 창구도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 일 저 일 교회가 필요로 하는 수많은 일들에 가장 먼저 호출되곤 한다. 권한은 없고 의무만 가득 지워지는 것이 교회 청년들이다. 청년들이 청년부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혼인데, 소위 'N포 세대'인 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은 체 30대 이상이 되면 자신의 소속감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청년부에 남아 있기도 그렇고, 장년부로 넘어갈 수도 없는 '낀 세대'로 교회 내에서 애매한 위치가 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교회는 이들에게 어떤 지위나 소속감을 부여하지 못한 채 결혼을 강요하기도 한다.

NCCK청년위원회와 EYCK에서 청년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회를 떠나게 된 이유'에 대해 청년 49.4%가 '개인의 사정으로 떠나게 됐다'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교회 내에서 어정쩡한 정체성이 청년들로 하여금 교회를 떠나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진 않을까?

나홀로족, 헬조선, N포세대… 부정적인 사회 속에서 피난처가 되어야 할 교회는 청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가?

이 뿐만 아니다. 각 교단을 대표로 참석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시간에는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청년들이 말하는 한국교회는 신앙적인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해주지 못하고 있으며, 대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고 개인의 안위만을 강조하고, 교회여성들은 교회 주방, 안내 등에 역할이 한정되어 있어 '더 이상 다니고 싶지 않은' 이유들 투성이었다.

청년들은 사회보다 기회가 공정한, 도덕과 윤리가 지켜지는, 양성평등적인, 개인의 내적 평안을 넘어서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교회를 꿈꾼다. 그러나 세상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교회의 모습에 실망하고 떠나간다. 교회는 청년들의 아우성을 제대로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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