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사역은 장기적 브릿지(Bridge) 사역
[ 땅끝편지 ]
작성 : 2019년 12월 04일(수) 00:00 가+가-
네팔 편 7

지역 교회 목회자들과의 묵상 및 제자훈련 교육 모임을 진행한 이원일 선교사.

한 선교사님이 설교 중에 한 말이다. 처음 선교지에 나올 때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내가 네팔 가서 다 뒤집어버리고, 어마어마한 물결을 일으켜서 네팔을 복음화시켜야지." 그런데, 뒤 이어 하는 말씀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네팔은 뒤집어지지 않았고, 조용하기만 합니다." 이 말을 들으면서 함께 웃었던 것은, 아마 선교지로 나오면서 모두가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봤기에 공감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영웅이 되어서 이름을 날리고 싶은 선교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히어로적인 사역을 일으키고, 그런 성과가 있기를 원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오래 사역하신 선교사 선배 히어로(?)들을 만날 때, 생각의 전환이 일어난다.

네팔에는 한인 800명 사회에 한인교회가 한 곳 있다. 매년 목사 선교사가 운영위원장을 맡아서 1년 씩 교회를 섬긴다. 필자는 작년에 한인교회 운영위원장을 맡아 섬기면서, 한 선임 선교사님의 선교 30주년 모임에서 축사를 하게 되었다. 30년을 네팔 선교하신 분 앞에서 10년 된 선교사가 축사를 한다 생각하니 부담스럽기만 했다. 가만히 앉아서 묵상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앞으로 20년 동안 더 네팔에 있을 수 있을까?" 선배 선교사님 사역의 결과물은 눈에 드러나는 성과들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30여 년을 걸쳐서 나온 것이었다. 1~2년 프로젝트가 아닌 30년의 생명과 같은 시간을 이 땅에 쏟았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사역 기간이 긴 선교사님들을 볼 때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이러한 사실이다. 그 분들은 사실 선교지에 자신의 생명을 뿌린 것이다. 그 결과물들은 단순히 돈과 프로젝트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전 일생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한 민족, 한 공동체, 한 그룹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담은 시간을 준 것이다.

우리는 생명을 만들어서 줄 수는 없다. 오직 우리 주님 예수님만이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다. 하지만, 우리의 생명의 시간을 서서히 선교지에 줄 수는 있다. 그러면 선교지의 사람들은 생명의 근원이신 예수님께 인도 받아 그 생명을 얻게 되는 신비로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것을 '브릿지(다리) 사역'이라고 말하고 싶다. 주님이 십자가와 부활로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다리를 놓으신 사역 말이다. 생명의 주님과 죽음의 땅을 연결하는 다리, 소망의 말씀과 절망의 생각을 연결하는 다리, 교회와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 한국교회와 네팔 민족들을 연결하는 다리 말이다. 그것이 선교사의 일이라고 믿는다.

할 수 있는 대로, 지금 만나고 있는 목회자들, 장학관의 청년들, 작은 고아 아이들, 교회들, 훈련장에서 만나는 이들, 믿지 않는 지인들. 그들이 더 주님을 알고,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는 자리로 건널 수 있는 작은 다리, 행복한 다리이고 싶다.

다리는 두 곳을 연결하는 것이지, 침투해서 처들어 가지 않는다. 다리는 두 곳을 이어주는 것이지, 공격하지 않는다. 다리는 시간이 지나 오래되었어도, 계속 그 자리를 지키며 두 곳을 계속 연결한다.

다리는 자신이 난리를 떨 필요 없다. 조용히 이곳과 저곳을 연결만 해도 생명의 교류가 일어나게 된다. 서두르지 않고, 생명의 시간을 들여서 다리 만들어 연결하는 사역이 선교적 사역이라 믿는다.

이원일 목사/총회 파송 네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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