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구도심에 생기를 불어넣다
논산목민교회
작성 : 2019년 11월 27일(수) 00:00 가+가-

논산목민교회에 모인 다음세대 아동들의 모습

교회 잔디 마당에서 열린 벼룩시장.
【논산】 교회가 죽어가는 마을을 살릴 수 있을까? 교회가 도시계획의 주요 거점이 될 수 있을까? 대전서노회 논산목민교회(송희순 목사 시무)의 경우 '매우 그렇다'. 논산역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구 도심지에 위치한 논산목민교회. 교회로 들어서는 골목입구에 걸린 푸른 현수막이 먼저 눈길을 끈다. 얼마 전 교회 잔디마당에서 개최된 열린음악회 홍보 현수막이다. 주민 70~80여 명, 다문화가정 등이 참여한 음악회에는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해 실력을 뽐내며 주민과 교회가 하나되는 진정한 하모니를 연출했다. 지난 16여 년간, 논산목민교회는 희망을 상징하는 푸른 현수막처럼 마을을 살리고, 가꾸고, 품어주는 역할을 감당해왔다.

2003년 송희순 목사는 문을 닫게 될 처지에 놓인 논산장로교회에 부임했다. 당시 계룡과 논산이 분리되면서 이곳은 지역의 가장 낙후된 빈민촌이 되었다. 송 목사 자신도 '주님, 왜 하필 이곳입니까?'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삭막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송 목사는 '아무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이 곳이, 이 교회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고 확신하고 '예수마을, 희망마을'을 비전으로 품었다. 마을을 찬찬히 둘러본 송희순 목사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방치되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등 어른들이 일하는 동안 홀로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의 사정이 마음 아팠습니다." 2004년 교회는 방치되거나 학대 받는 아이들을 모아 공부방을 시작했다. 이후 정식인가를 통해 지역아동센터를 세워 아이들을 돌봤다. 교회가 운영하는 하늘샘지역아동센터에는 현재 5명의 교사가 만18세 미만 아이들 31명을 돌보고 있다. 송 목사는 "일부 아이들은 가정에서 일어난 끔찍한 범죄를 목격하기도 해 분노와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동발달장애 전문가인 교인이 아이들을 위해 상담을 시작했고, 상처를 어루만지자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교회는 점차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존재로 인식되었고 '가고 싶은 교회'가 됐다. 주중에 지역아동센터에서 시간을 보낸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주일마다 교회로 향했다.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은 아이들도 가끔 만나곤 합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아픈 사연을 가진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송희순 목사는 "차라리 교회가 공동체 가정이 되어주고 싶은 심정"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따뜻한 밥 한끼가 주는 위로가 얼마나 큰지 잘 알기에 교회는 아동센터 아이들의 영양공급에도 신경을 썼다. 2015년 논산목민교회는 '따밥'협동조합을 꾸리고 논산지역 아동센터들에 급식을 공급했다. 운영수익이 나면 전액 지역아동센터에 후원을 하는 원리로 운영해왔지만 수익분기점을 넘지 못했고, 오히려 마이너스 재정 운영이 불가피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지난 5년간 모범적인 운영을 이어왔고, 주5일 약 400인분의 음식을 논산지역 14개 아동센터에 공급하고 있다. 이로써 종종 뉴스에 보도되는 지역아동센터 부실 급식 문제를 해결했다.

교회는 주민들에게 좋은 교회로 자리잡았다. 교회가 품고 있는 지역은 마을회관조차 없는 유일한 동네였다. 교회 부지가 없어 마을회관을 짓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교회 부지 중 가장 활용도가 높은 50평의 땅을 기부했다. 이로인해 지역에 복지센터가 들어서게 됐다. 현재 복지센터건물 1층은 마을회관으로 사용되고 있고, 2층은 마을도서관이 들어서게 되면서 지역은 전보다 활기를 띠게 됐다. 도시재생의 바람도 불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논산목민교회가 있다. 현재 교회 주변은 거주지가 거의 없지만, 앞으로 소형 아파트가 들어서게 될 계획이다. 원주민들을 흡수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재생 계획에 자문역할을 하고 있는 논산목민교회는 공기관에 인적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일자리 창출, 복지시설 구축, 주민을 위한 행사, 플리마켓 개최 등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지역 주민이 신뢰하는 교회, 논산시가 주목하는 지역의 구심점이 되었다.

지역을 품는 논산목민교회는 해외선교에도 열심을 내고 있다. 건축 빚을 갚고 있는 형편에서도 교회 재정의 5분의 1 이상을 선교비로 책정했다. 교회는 5년 전 라오스에 선교사를 파송했다. 이외에도 캄보디아에 러브패밀리병원이 세워질 당시 선교사와 협력해 의료선교 사역을 함께하고, 로힝야족이 살고 있는 태국 난민촌에 메다오병원 무료급식 '따밥' 사역을 협력하고 있다. 송희순 목사는 "우리나라가 어려웠을 때 연세대나 이화학당처럼 교육기관을 세우는 것이 큰 힘이 됐던 것처럼 난민촌에 교육기관을 세우는 일에 논산목민교회가 협력할 수 있기를 기도중이다"라고 말했다.

논산목민교회는 작지만 저력있는 교회다. 다음세대를 위해 과감히 투자하고, 지역에 필요에 응답했다. 그 결과 지역과 공기관의 신뢰를 받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 '작은 거인' 같은 논산목민교회는 지역의 중심에 우뚝 서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교회이다.



>>인터뷰 "받은 사랑 기억하며 인색함 없는 나눔 베풉니다"

국유지에 무허가 건축 건물을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있던 논산장로교회에 부임한 송희순 목사는 2007년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교회에 화재가 발생해 모든 것이 재가 되어 버리는 경험을 했다. 교회는 화재발생 1년 전 내부 리모델링을 마쳤다. 이전보다 아름다운 공간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성도들의 기대감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 발생한 화재에 성도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급히 임시가건물로 지어진 창고를 빌려 예배를 이어갔지만, 자립대상교회가 성전을 복구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당시 서울의 목민교회가 논산장로교회의 어려운 소식을 듣고 예배당 재건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목민교회의 도움으로 논산장로교회는 이후 논산목민교회로 이름을 변경하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할 수 있었다. 송희순 목사는 당시 참담했던 상황을 회상하며 "목민교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지역에 나눈다는 마음으로 목회를 해왔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교회마다 다음세대가 없는 비상사태에 대해 송희순 목사는 "다음세대를 위한 한국교회의 희생이 먼저"라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미래를 준비하지 않은 결과, 다음세대가 없는 교회가 됐다고 진단했다. 송 목사는 "우리 교회는 공부방을 통해 아이들의 삶의 무게를 교회가 함께 나눴고, 이것이 복음을 전하는 접촉점이 됐다"며 '관계중심의 전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성경공부와 기도를 많이 하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일 것"이라고 말하는 송 목사는 마지막으로 "도움을 받는 교회에서 나눔을 적극 실천하는 교회로, 지역에 사랑을 베푸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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