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제와 속건제와 화목제의 제사장 규정(레 6:2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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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19년 11월 29일(금) 00:00 가+가-
속죄제에 대한 제사장 규정(6:24~30)은 제사장이 숙지해야 하는 내용으로 속죄제를 드리는 장소, 속죄제물을 처리하는 방식, 제사장 옷, 제사에 쓰는 그릇을 관리하는 문제를 다룬다. 먼저 25절은 제사장이 속죄제를 집전하는 장소에 대해 규정하는데, 속죄제는 아무 곳에서 드려서는 안 되고 번제를 드리는 장소, 하나님 앞에서 드려야 한다. 이것은 예배가 오염되는 위험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다음으로 26절은 속죄제물을 먹는 것을 규정하는데, 속죄제물은 제사장이 먹어야 한다. 이것은 성소 일을 하는 제사장의 생활원리를 말한다. 속죄제에 대한 제사장 규정의 마지막 내용은 제사장 옷과 제기를 정결하게 유지하는 일을 다룬다. 제물의 피가 제사장의 옷에 묻으면 옷을 빨아야 하고, 제물을 삶은 그릇이 오지그릇이면 깨뜨리고, 놋그릇이면 문질러 닦고 물러 씻어야 한다. 토기에는 피가 스며들어 물로 씻어도 닦을 수가 없기 때문에 깨뜨려야 하고, 놋그릇은 피가 스며들지 않기 때문에 물로 씻으면 된다. 이는 제물에 닿은 것은 물건이든 사람이든 거룩하게 되기 때문이다(6:27). 거룩함의 힘은 지속되는 특성이 있어 사람이나 사물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거룩함을 씻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거룩함이란 특별한 힘을 가지는데, 그렇다고 해서 일상의 시간과 공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하나님은 일주일을 모두 안식일로 제정하지 않으셨고, 모든 공간을 지성소로 만들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백성이 가정과 일터에서 평범한 삶을 살게 하셨고, 일상의 시간에서 살아가게 하셨다. 일상의 시간과 공간을 부정하지 않으시고, 일상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신다. 그리스도인이 일상의 삶을 살다가 구별된 시간과 장소에서 예배하라는 가르침을 준다.

다음으로 속건제에 대한 제사장 규정(7:1~10)도 예배하는 장소와 제물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지침을 준다. 먼저 2절은 속건제 역시 번제를 드리는 장소, 정해진 곳에서 드려야 한다고 규정한다. 3~7절은 속건제물에 대한 처리 문제를 다루는데, 피와 기름은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 피에는 생명이 담겨 있고, 기름은 힘의 원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와 기름은 하나님께만 드릴 수 있었다. 제물 가운데 최고로 귀한 것은 오직 하나님께만 속한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늘 하나님을 의식하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 또한 하나님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다.

속죄제와 속건제 규정 다음에 화목제에 대한 제사장 규정(7:11~34)이 나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사람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고 화목과 화해와 사귐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화목제의 특징은 제사를 드린 다음에 제사를 드린 사람과 가족이 제물을 먹는 점에 있다. 백성은 하나님께 감사하고 서원하고 자원한 경우에 화목제를 드렸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화목제물을 먹는 기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감사제의 경우는 제물을 드린 당일에 제물을 먹고 제물을 이튿날에 남기면 안 되었고, 서원제와 자원제의 경우에는 제사를 드린 다음 날까지 제물을 먹어도 되었다. 감사든 서원이든 자원이든 화목제물을 당일이나 그 다음날까지 반드시 먹어야 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고기로 드리는 희생제물이나 밀가루로 드리는 제물을 며칠 동안 놓아둘 경우 제물이 부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레위기 17장의 화목제 규정에서 볼 수 있듯이, 화목제물을 남겨놓지 말고 가난한 사람들과 모두 소비하라는 뜻을 암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제물 취급은 오늘 교회의 잉여 자산을 사용하는 원칙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 교회는 잉여 자산을 남기는 것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웃을 위해 소비할 것을 가르친다. 마지막으로 화목제를 드리는 사람의 몸가짐과 상태에 대해 제사장은 규정한다. 부정한 몸으로 야훼께 바친 친교제물의 고기를 먹는 사람은 겨레로부터 추방해야 한다. 여기서 부정하다는 것은 레위기 11~15장에 나오는 정결법에 나오는 개념으로 죽음의 상태에 노출되어 하나님께 제사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에 있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부정한 몸으로 제사를 드리지 말라는 말은, 예배하기에 합당한지 몸과 마음의 상태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속죄제와 속건제와 화목제의 제사장 규정에서 몇 가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생명의 가치에 대한 가르침이다. 피와 기름은 오직 하나님께 속한다는 것은 생명의 주인이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둘째는 속죄제와 속건제가 죄에 대해 가르치는 신앙의 의미이다. 그리스도인과 교회 공동체에 하나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를 깨뜨리는 요소가 있다면 철저하게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 죄의 요소를 발견할 때에는 빨리 죄에서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화목제의 정신은 하나님과 화해하고 이웃과 사귀는 삶이다. 하나님께 예배한 다음,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삶으로 예배 정신을 구체화해야 한다. 화목제물을 드리는 사람은 가족들과 함께 제물을 나누어 먹고, 그러할 때 배부르고 배고픈 사람의 차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김선종 교수/호남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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