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세상을 읽고 신뢰 얻어라
[ 특집 ]
작성 : 2019년 11월 28일(목) 12:05 가+가-
제104회 총회 주제해설 ⑧오늘날의 교회와 총회 개혁
●느헤미야의 개혁과 오늘의 교회 개혁

개혁은 현실이 하나님 보시기에 옳지 않음을 자각할 때 촉발된다. 이런 어그러진 현실의 원인은 정확한 분석이 이뤄질 때 극복할 올바른 대안이 생성된다. 느헤미야는 이런 점에서 성공한 개혁자임에 틀림없다. 그는 예루살렘 상황에 대한 아픔과 슬픔을 공감했다. 이 상황을 초래한 원인을 냉철하게 분석했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대안을 만들어 갔다.

한국교회를 향한 사회적 우려가 깊다.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가 오히려 민폐를 끼치고 있는 형국이다. 바람직스러운 형국이 아님은 세상도 알고 교회도 안다. 이런 형국의 대표적인 결과물이 이른바 '가나안 교인' 현상이다.

가나안 교인 200만 시대가 됐다. 여차하면 교회를 떠날 심산인 잠재적 가나안 성도도 있다. 이 수치는 계속 증가 추세에 있고 교회를 떠난 이들은 신앙적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편견도 문제지만, 가나안 성도의 존재조차 인식 못하는 목회자들도 다수 있다는 점은 더 심각한 문제다.

왜 이렇게 됐을까? 통상 두 가지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하나는 교회가 밀어 낸 요인이다. 숨막히는 설교, 교회의 세속화, 무례한 기독교, 비호감의 교회 등으로 요약되는 현 교회의 상황이 신앙의 엑소더스를 감행하게 만들었다고 외친다. 또 하나는 세상이 끌어당긴 요인이다. 예전에는 교회와 성경이 자신들의 삶의 의미와 목적을 설명해 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인문학을 통해서도 충족히 답변을 들을 수 있다고 여긴다.

교회를 일구어갈 20~40대의 이와 같은 대거 이탈은 교회 현장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했고, 이 상황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교회를 떠난 이들을 다시 품어야 한다.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들이 매력을 느끼고 탈출구로 삼은 과학이나 인문학에서의 대안보다 진짜 대안이 성경이요 예수임을 설명해 주어야 한다. 히브리서는 이런 점에서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 저자는 천사와 모세에 끌려 예수를 주목하지 못하는 이들을 향해 예수는 천사보다 훨씬 뛰어나고(히 1:4), 모세보다 더욱 존귀한 자(히 3:3)이심을 설명하며 예수께로 인도하고 있다. 대제사장이신 예수를 깊이 생각하면(히 3:1) 이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음을 설득한다. 우리도 히브리서 저자와 같은 태도로 가나안 성도들을 만나야 한다. 이들이 의지하고 있는 다른 세계관이나 가치보다 왜 예수가 궁극적인 희망인지, 왜 여전히 교회를 사랑해야 하는지 이해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방적 선포나 설교는 바람직하지 않다. 느헤미야는 개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권력과 기득권을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님과 상의했고, 백성들을 이해하고 이들 입장에 서서 개혁을 이루어 냈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는 과학 이론과 교회 가르침의 부조화도 교회 이탈의 원인이 되고 있다. 컨텍스트를 수용하면서도 왜 성경은 여전히 하나님의 말씀인지, 왜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해 내야 한다. 교회 현장에서는 이 시대에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적 대안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힘든 일이지만 해야 할 일이며, 이 일을 하는 자가 개혁자이다.

민경진 교수 / 부산장신대



●건강한 총회를 위한 행정학적 제언

조직의 사명, 가치, 목적, 비전의 부재나 그것을 공유하지 않는 조직은 미래가 없고 생산성이 낮은 조직이라는 것이 조직 이론의 기본적인 통설이다. 변화를 주도할 사명선언문이나 비전선언문을 중심으로 총회를 이끌어갈 목적과 가치를 확립하고 전국 교회가 공유하도록 함이 총회 개혁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리더'의 저자 코터(John P. Kotter)는 '피부에 와닿는 비전이 없는 조직의 변화 노력은 조직을 잘못된 방향이나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혼란스러운 프로젝트로 전락하게 된다'라고 했다.

교회행정 핸드북은 건전한 교회행정은 정략(manipulation)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정략은 조작, 능란한 솜씨, 술수 등을 의미한다. 파벌 문화, 정치 문화, 일부 인사들이 주도하는 조직 문화를 영성이 지배하는 조직 문화, 전문가가 버팀목이 되는 조직 문화로 확립할 때 선진 총회, 건강한 총회로의 변혁이 시작된다. 규범이 확고하게 확립된 교회 조직이 건강한 조직이다. 이러한 성경적, 영적 규범에 의한 가치관의 주입이 제도 또는 교육에 의해 이뤄져서 일상적 규범의 내용을 구성하게 된다. 총회는 기독교적 규범에 충실할수록 건강한 노회와 교회로 선도할 수 있다. 규범의 일탈과 부족 현상은 허약한 교회 조직으로 주저앉게 만들 뿐이다.

현대 교회는 네트워크 조직의 정도가 건강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고린도전서 5장에서 사도 바울은 교회 안에 음행한 자가 있었을 때 '이러한 일을 판단할 만한 지혜로운 자가 하나도 없느냐'고 책망했다. 구약의 계층제적 조직 구조와는 다르게 신약의 교회는 여러 지체에게 주신 은사로써 유기체적 연합을 이루도록 했다. 교회가 상호 협력하고 분업과 연합을 도모하도록 한 것이다.

'총회가 정책을 입안하고 노회가 사업을 추진하는 하향식 모델'을 '교회 현장이 요구하는 정책을 총회가 수행하는 상향식 모델'로 전환하는 변화가 건강한 조직을 위한 토대가 된다. 즉 하향식보다 상향식이 현대 행정학에서 주장하는 건강한 조직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총회는 탈 권위주의 문화를 정착해 나가야 한다.

사회자본은 생산을 가능케 하는 물리적 자본, 인적 자본과 달리 인간관계 내에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자본은 또한 물리적 자본, 인적 자본과 같이 조직의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사회자본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공유된 행동 규범 및 공통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부여함으로써 사회 질서를 가능케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총회가 사회자본 즉 신뢰를 축적하기 위한 제도적, 교육적 방안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것이 혁신의 기초를 이룬다. 초대 교회는 사회자본의 축적으로 칭송받고 양적, 질적 성장을 가져오게 되었다.

'미래의 성공을 위한 바람직한 조직은 현재의 조직 운영 시스템으로 다가올 미래 환경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한다. 총회 총대 연령 평균이 62세라는 것은 늙은 조직으로 경륜과 지혜를 갖춘 리더십은 있으나 사회 환경을 타파하고 사회를 견인하는 능력과 조직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리더십은 부재하다고 할 수 있다. 젊은 총회가 되어 젊은 교회로 견인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

신영균 목사 / 경주제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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