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과 성서정과를 따를 자유!
[ 주간논단 ]
작성 : 2019년 11월 20일(수) 10:00 가+가-
2020년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교회력과 성서정과 달력이 나왔다. 특별히 새해부터는 주일예배와 매일기도회를 위한 성경본문을 날마다 총회 홈페이지에 제공하여 지역교회의 예배와 설교준비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이 성서정과 본문은 세계 개신교 교회가 연합으로 사용하는 3년 과정의 공동성서정과 개정판(RCL)이며, 이미 수년 동안 본교단이 홍보해온 것이기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총회 홈페이지에 해당 성경본문들을 매일 제공해줌으로써 세계 기독교 유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며 교단의 위상을 격상시키고, 아울러 말씀으로 교단의 통일을 꾀하려하기에 매우 고무적이다.

이것은 또한 104회기 총회주제인 '말씀으로 새로워지는 교회'에도 부합한다. 개혁전통에서 말씀에 대한 강조는 늘 있어왔지만, 성경을 다루는 방식이나 해석이 매우 개인적이거나 자의적이라서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들이 적지 않았다. 예배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설교자 한 사람의 사상이나 일화, 혹은 잡다한 예화들로 대체되는 일이 빈번하고, 혹 설교가 잘 준비되었다 해도 찬송이나 기도와 같은 예배의 다른 요소들이 그날의 성경본문과 거의 연관성이 없어 영적인 감동과 열매가 약한 것이 거의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 예배의 현주소이다.

교회력과 성서정과는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는데 가장 최적화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세계 기독교의 지혜와 지식이 수천 수백 년 동안 축척된 공동의 유산이다. 기독교 예배는 예수님의 회당예배에서부터 정해진 본문을 읽는 전통이 있었다. 누가복음 4장에서 예수님이 이사야 선지자의 글을 읽으실 때에, 이것은 유대인의 전통에 따라 그날 정해진 글이었다. 예수님께서는 그 속에서 특정 구절을 발췌하여 읽으신 후에 "이 글이 오늘 너희 귀에 응하였다"(21)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예수님 자신에 관한 말씀이시지만, 주어진 성경본문으로 설교를 하여도 영적인 감동이 있다면 여전히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초대교회의 제자들 역시 기독교로 개종한 유대인들이기에 이러한 전통을 이어갔고, 이방인 교회에서도 이러한 전통은 계속되었다. 로마가 기독교를 받아들인 후에, 로마교회는 견고한 성장을 위해 구약, 서신서, 복음서의 순으로 발췌한 본문을 읽는 제도를 마련하였는데 오늘날과 같은 구조를 이미 5~6세기에 완성하였다.

중세를 거치며 교회력과 성서정과의 사용은 변질되거나 화석화되었다. 그리하여 종교개혁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기도 했지만, 개혁자들은 교회력과 성서정과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교회력에 가장 큰 저항을 보였던 스코트랜드 장로교회가 1940년대에 교회력에 따른 2년 단위의 성서정과를 내놓음으로써 20세기 예배회복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하였다. 이것은 로마 가톨릭의 3년 성서정과와 개신교 연합의 3년 공동성서정과의 배경이 되었다. 교회력과 성서정과는 회중예배가 보다 연관성 있게 준비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단들이 동일한 말씀으로 기독교의 정체성을 지켜갈 수 있도록 돕는 효과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교회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한 두 사람이 끌어갈 수 있는 초대교회와 같은 규모를 넘어섰다. 교회를 이끌기 위해 강력한 카리스마에 의존해야할 때가 있지만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공동의 지혜를 필요로 한다. 기독교의 역사는 정경화 과정을 거친 후 교회력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효과적으로 기억하고 전달해왔다. 우리에게는 교회력과 성서정과라는 제도를 따르지 않을 자유도 있지만, 기독교 공동의 유산에 함께 참여할 자유도 있다. 교회력과 성서정과를 사용하지 않을 자유 대신, 그것을 사용하여 교단의 유대를 강화하고, 세계교회와 발 맞춰가는 자유를 선택하자!



김명실 교수/영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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