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은 설교 '맛없는 식당에서 외식하기'
작성 : 2019년 11월 13일(수) 10:00 가+가-
한국교회에는 "사랑 없는 사랑한다"는 말이 넘쳐나고 있다. 진정한 사랑은 아픔에 대한 공감이자 줄수록 부족한 미안함이다. 사랑한다는, 조금은 허망하지만 그래도 뜻이 나쁘지만은 않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다보면 정말 사랑하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목사님의 선창에 따라 옆에 앉은 교인을 향해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그냥 멋쩍어 웃는 것은 스스로 사랑 없음을 알아서일 게다.

저 권사님을 내가 얼마나 알지, 저 집사님의 고뇌는 무엇일까, 저 웃고 있는 장로님과 부목사님 등 뒤의 보이지 않는 저 그림자 잔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사랑합니다"라고 말한 후 가슴을 후비며 스멀스멀 기어들어오는 미안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더 염치없어지는 까닭은 내 마음에 저 분을 사랑하는 마음이 진정 없어서이지 않을까?

목사님의 "옆에 분과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합시다"라는 공허한 말보다 필자가 진정 듣고 싶은 설교 말씀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성도 여러분, 이번 주에는 꼭 한 번 가족들과 외식을 하십시오, 그런데 동네에서 가장 깔끔하고 맛있는 식당,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식당 말고, 그 동네에서 가장 맛없다고 소문난 식당, 아무도 찾지 않는 식당, 파리만 날리며 주방 도우미 아주머니 월급 걱정하는 그런 식당을 찾아가 꼭 한 번 가족식사를 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설교이다. 덧붙여 그 가장 맛없는 식당에서 가족끼리 둘러 앉아 따뜻한 대화를 나누며 "음식이 참 맛 있네요"라고 식당 주인을 칭찬하며 가족식사 하시면 좋겠다는 그런 말씀을 듣고 싶다. 아니 목사님께서 솔선해서 그런 가족식사를 하셨으면 좋겠다. 기름진 음식, 찰진 음식에 익숙해진 믿음의 형제들이 저 인건비와 월세를 걱정하는 저 동네식당 아주머니의 간절함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다양한 방송 채널이나 부흥회 또는 각종 사경회 등을 통해 명성 높은 수많은 목사님들의 설교를 들을 기회가 넘쳐나고 있다. 정작 '말씀의 홍수시대'를 살면서도 진정 예수가 부존재하는 상실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염려스럽다. 달콤한 설교를 들을 때마다 그냥 '아멘'으로 받아들이고 말자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설교 말씀을 듣고 더욱더 공허해지는 까닭은 "사랑한다"는 말씀은 난무하는데 정작 "사랑의 실천 사례"를 전해 듣지 못해서이지 않을까? 나만의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많은 경우 목사님들의 설교에 진정 있어야 할 핵심인 '사랑의 실천'이 느껴지지 않는 일은 슬픈 일이다. 목사님에게서 실천적 사랑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성도들로서는 얼마나 허망하겠는가.

필자는 아주 자주 십자가 위의 예수님을 생각한다. 십자가 위의 칠언을 습관처럼 떠올린다. 그때마다 눈물이 핑 돌며,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사랑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 십자가 고통 중에도 십자가 곁의 어머니와 제자를 보시고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 이다. 보라 네 어머니라"고만 말씀하셨을 뿐이다(요 19:26~27). 함께 십자가 처형을 당하고 있는 도적을 향해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라고 축복하였을 뿐이다(눅 23:43). 그런데 왜 거기에서 어머니를 향한 무한한 사랑과 흉악죄인에 대한 간절한 용서와 사랑이 절실히 느껴지는 것일까?

예수쟁이 형제들이 동네에서 가장 장사가 안 되는 점포를 찾아가 옷도 사 입고, 음식도 사 먹고, 필요한 생필품을 사 쓰는 자생적 발상의 전환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런 운동이 일어난다면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라는 예수님의 십자가상의 간절함이 "그래, 내가 갈망하는 '서로 사랑하기' 참뜻을 너희들이 이제야 실천하는구나" 하시지 않을까. 제발 목사님들이 "사랑합니다"라는 앵무새 사랑이 아닌 '가난한 식당에서 외식하기'를 먼저 실천하면 좋겠다(왜 목사부터냐고, 장로인 당신부터 하라고 말한다면, 나는 대답할 것이다, 당신이 제일 첫 지도자 아닙니까라고).



오시영 장로/숭실대 법과대학 교수·상도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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