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하는 청년에게 신앙은 무엇을 줄 수 있는가
기독교 문학 읽기 (12)류광호, '창문 없는 방'
작성 : 2019년 11월 13일(수) 10:00 가+가-
'창문 없는 방'은 주인공이 살아가는 영등포 지역의 한 고시원 공간이다. 두 걸음을 채 떼지 못해 벽으로 가로막히는 어두운 공간에서 젊은 청년 주인공은 마치 관에 들어간 시체처럼 잠을 자고 나올 뿐이다. 이 방은 희망의 빛 한 줄기 보이지 않는 좌절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단절된 삶의 형상을 상징하고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무신'이다. 인간과 세상에 대하여 믿음을 거두어 버린 '無信'이란 의미에다가,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無神'의 뜻이 겹쳐 있다. 이 부정과 상실의 이름을 가진 청년은 창문 없는 방에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낸다. 그가 좌절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가정의 경제적 파탄과 그로 인한 가족 구성원 사이의 갈등, 학업의 포기에 이은 가출, 힘겨운 노동에도 불구하고 더 심각해지는 빚과 절망감, 그리고 비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열등감이다. 그리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함께 필연적으로 찾아올 파국의 시간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심각하게 작용하고 있다.

작가 류광호(1981~ )는 이 시대 청년들의 좌절을 그리면서도 그들이 간절히 손을 내밀며 기다리는 그 무엇이 있음을 솔직하게 밝힌다. 예컨대 가족과의 단절 속에서도 어린 조카의 사랑을 갈망하는 것, 고시원에서 만난 실패한 인생을 경멸하면서도 그 사람이 베푼 작은 배려 하나에 마음이 움직이는 것, 따뜻한 반응을 보여주지 않은 옛 여자친구에게 선의의 믿음에서 나온 행동을 한 것, 그리고 자신의 삶에 새로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으리라 고대하며 기다린 친구와의 약속 등이다. 작가는 '명우'와 '도진'이라는 두 친구를 통해 '무신'의 고통이 치유될 가능성이 무엇인지를 타진한다.

사실주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도진의 주장은 도발적이고 위험한 것이었다. 그는 자살이란 인간이 지닌 권리이며 시대적 경향성이 작용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심지어 유다의 행위는 매우 비열하지만, 한편으로 그가 확인하려 했던 가치가 있으며 그것이 실패하자 죽음으로 속죄했기에 이해할 수 있다는 논지를 펴기도 한다. 이는 무신에게 자살을 권하는 방식으로 작용했다. 도진은 인생에서 마지막에 파국의 시간이 오고 그것은 정화의 시간이 될 것이라는 종말론적 사고를 표출한다.

명우는 이런 주장을 무신론에 근거를 둔 위험한 이론으로 본다. 그리고 그는 최선을 다해 절망 속에 있는 친구를 도우려 한다. 그의 방식은 친구 무신이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믿고 그때가 오기까지 버티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버틴다는 건,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그 시간을 살아내는 것을 의미하지. 도망치거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어가는 것, 그게 버티는 거야. 왜 그래야 하느냐면… 그 시간이 실은 우리가 만들어져 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지." 신의 계획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인생이므로 살아있는 동안은 버텨야 한다는, 그래서 구원이 성취된 순간의 반전을 보아야 한다는 논리를 이런 식으로 내세운다.

창문 없는 방의 주인공 무신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무신론자 친구는 끝내 이 삶을 버티지 못한 채 파국의 길을 가고 만다. 구원의 신앙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아 버린 심각한 좌절을 헤쳐낼 힘이 없다는 말일까? 그러나 무신은 마지막 선택 이전에 크리스찬 친구 명우가 계속해서 말했던 '신앙'이란 단어를 떠올렸고, 비록 짧은 시간이나마 기도했다. 신이 정말 있다면 나에게 당신의 존재를 드러내 구원의 사인을 보여달라고. 신앙을 이런 방식으로 시험한다면 버틸 수 없다. 작가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향하여, 우리를 버티게 하는 그 삶의 힘이 희망의 창문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어 한다.



김수중 교수/조선대 명예·빛누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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