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엘림극장을 기대하며
[ 독자투고 ]
작성 : 2019년 11월 12일(화) 15:22 가+가-
문화 선교를 위한 제언
대학로에서 우연히 만난 임동진 목사가 반색을 하면서 카페로 잡아 끄신다. "김 목사님, 큰 일 났어요. 동숭교회에서 엘림극장을 폐쇄한대요."

내가 동숭교회 출신인 걸 아셔서인가, 아니면 함께 전국을 대상으로 기독공연아카데미를 계획했던 친분이 있어서인가 다짜고짜 하소연을 하신다.

대학로에 위치한 엘림극장은 동숭교회 소유의 건물인데, 더 이상 극장을 운영하지 않고 개조해서 교육관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엘림극장은 대학로에는 어울리지 않고 동숭교회에는 더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었다. 원래 본당으로 사용하고 있던 건물이었는데, 새로운 본당을 지으면서 허물려고 하다가 오래된 교인들의 추억으로 남겨두면서 극장으로 사용해 왔다. 필자도 그 건물에서 결혼식을 하였다.

그동안 동숭교회에서 엘림극장의 폐쇄를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을 하였을지 아픈 마음을 가지고 생각해 본다. 문화의 거리가 된 대학로에서 한 교회가 기독교 공연문화의 극장을 세우고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실제로 교회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도 못하는 공간을 기독교 문화 사역에 얼마나 오랫동안 징발 당했는가? 별로 눈에 띄지도 않는 사역의 결과를 위해 이십수 년 동안 교회학교 교육의 장소도 부족하고, 선교회 모임의 장소도 부족한 가운데서 얼마나 많은 공간적, 물질적 수고를 하였는가?

그동안 엘림극장을 문화선교를 위해 제공하고 애썼던 동숭교회에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40년 동안 한결같이 무대를 지켜왔던 극단 '증언'(대표: 박재련)과 연출가, 연기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곳을 통해서 강신일 장로와 같은 연기자도 배출되었고, 전아, 허진, 유오성, 민경조와 같은 연기자들이 활동을 하였다. 연기에서 빗나갔지만 '발리에서 생긴 일'의 작가 이선미가 배우로 출연하고, KBS 성우인 정옥주도 주연을 맡았었다. 한결같은 연출 최종률 장로와 덕구역의 박재련 장로는 30년 이상을 말뚝같이 지켜오고 있다. 언제나 대학로에서 건전하고 복음적인 공연이 그곳에서 행해지곤 하였고, 젊은이들에게 추천하는 건전한 공연장 엘림이었다. 기독교 공연을 하는 연기자와 연출가들에게는 고향과 같은 무대였는데 이제 그 무대가 문을 닫게 되었다. 임동진 목사를 비롯한 수많은 기독교 연기자들에게는 큰 충격이지만, 더 이상 한 교회가 희생하라고 하기에는 미안함을 금할 수 없다.

그동안 극장을 세우고 애쓴 동숭교회와 모든 교우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수고하셨습니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한국교회의 문화사역에 엄청난 공헌을 하신 것을 주님은 기억하시고, 공연 사역자 우리 모두는 기억할 것입니다. 그 극장을 거쳐간 수많은 연기자들이 아름다운 극장으로 언제나 기억할 것입니다."

BTS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한류의 열풍을 일으킨 K-POP처럼, 문화는 언제나 자연스럽고 쉽게 대중에게 다가간다. 올해 대구에서는 성탄 점등식과 성탄 행사를 해 달라고 지자체에서 대구기독교총연합회로 요청을 해왔다. 물론 예산을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대구는 예년에 산타와 캐럴로 흥청거리던 거리를 예수님으로, 찬양으로 덮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나라 문화의 중심지 대학로에 1년 365일 찬양이 울려 퍼지고, 성극이나 기독교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는 건강한 무대를 꿈꾸어 본다. 제2의, 제3의 엘림극장이 세워져서 마라와 같은 세상에서 엘림으로 나아오는 많은 영혼들이 있기를 기대한다.



김홍기 목사/대구동부제일교회 담임, 대구성시화본부 문화사역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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