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만나는 예수님... "당신을 위해 기도해도 될까요?"
작성 : 2019년 10월 30일(수) 00:00 가+가-

손은식 목사가 시청 라운지에서 만난 노인에게 안부를 묻고 있다.

오전 10시 서울 시청역 라운지. 바삐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우두커니 앉아 먼산을 바라보는 무리의 사람들이 있다. 딱히 갈 곳도, 할 일도 없어 지하 휴식공간으로 모여든 사람들. 아무도 다가가지 않는 이들을 향해 누군가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아버님, 어젯밤 어디서 주무셨어요?" "신발 밑창이 다 닳았네. 지난번 부탁하신 운동화 가져왔어요." 손은식 목사는 노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피며 안부인사를 나눴다. 한 두 번 만난 사이가 아닌 듯 노인은 손 목사를 반갑게 맞으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뵙고 왔다구요? 그래서 며칠동안 안 보이셨구나. 잘하셨습니다. 어머니 건강은 좀 어떠세요?" 노인의 가족 안부까지 확인한 손 목사가 노인의 손을 꼭 쥐고는 함께 기도하자고 말한다. 노인은 익숙한 듯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귀한 하나님 자녀의 건강을 오늘도 지켜주시고, 기쁘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해주세요…" 기도를 마치고 눈을 뜬 노인의 눈은 촉촉히 젖어 있고, 얼굴에는 진한 미소가 번진다. 손은식 목사를 중심으로 이날 모인 5명의 사역자들은 시청역, 을지로, 남대문, 서울역으로 흩어져 노숙인, 쪽방촌 주민, 독거노인 등을 만나 손을 잡고 기도를 해주고 먹거리를 나눴다.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 기도해주기 위해, 프레이포유(pray for you) 사역자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프레이포유 동역자들의 정모사진.
"우리 함께 기도할까요?"

"기도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부터 손은식 목사는 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2014년 1월 1일,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오는 을지로입구역 부근에서 프레이포유는 시작예배를 드리고 본격적으로 기도사역을 시작했다. 그러나 '당신을 위해 기도를 해주고 싶다'는 손 목사의 말에 대다수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사람들의 외면이 이어지자, 노숙인이 눈에 들어왔다. 이때만해도 기도를 나눌 대상이 주로 노숙인이 될지는 몰랐다. 손 목사는 한겨울 거리의 노숙인을 보며 '이렇게 추운데 왜 거리에 나와 있지?'라는 의문이 들었고 사연이 궁금했다. "기도하는 목사입니다. 함께 기도할까요?" 차츰 노숙인들과 친분을 쌓고, 각자의 사연을 듣고서야 손 목사는 이들이 '평범한 우리 이웃'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바쁘게 거리를 걸으며 지나치는 사람들과 달리 '거리의 사람들'은 '기도해주고 싶다'라고 하면 거부감 없이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이들 대부분이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먹거리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프레이포유가 나누는 간식 봉투에는 끼니를 대체할만한 찐 감자나 옥수수, 삶은 계란, 견과류, 비타민C, 커피 등이 들어 있다. 하루에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채울 순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건강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매번 간식 구성에 신경을 쓴다. 프레이포유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자립해 다시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돕고, 거리 사역을 함께 하는 동역자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청소대행업체 '클린포유'를 시작해 여러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노숙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프레이포가 나누는 간식봉투.
"내일 또 만나요!"

"기도를 해준 후 노숙인들과 헤어지며 '내일 다시 거리에서 만나자'고 인사하는 것이 너무 미안했습니다." 밤이 되어도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손 목사는 자립의지가 있는 노숙인을 중심으로 고시원 공간을 내주었다. 노숙인에게 고시원을 지원해주는 단체와 연계해 사역을 진행했지만, 점점 많은 공간이 필요해 한계에 부딪혔고, 손 목사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공동체 공간을 마련했다. 현재는 2곳의 살림공동체 공간에서 7명이 생활하며, 손 목사와 함께 거리 기도 사역을 펼치고 있다.
 
프레이포유 사역을 SNS, 블로그, 카페 홈페이지에 알리기 시작하자 사역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다양한 교회에서 사역중인 목사, 장로, 집사, 권사 등 27명이 거리에서 나눔 사역 후 첫 정모(정기모임)를 갖기도 했다.
손 목사는 처음 기도사역에 동참하는 사람들에게 노숙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들에 대한 편견을 거둬줄 것을 당부한다. "쪽방촌 주민 반 이상이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병원의 전문의가 정상적인 근로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려야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됩니다.

전문의가 정상적인 근로가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려야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됩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상한 분들이며 마지막 생을 벼랑 끝에서 버티는 분들입니다." 손 목사는 "노숙인 대부분이 깊은 절망을 안고 살아가는 아픈 사람들이며 겉은 멀쩡해보일지 몰라도 내면의 상처가 깊은 사람들"이라며 이들을 향한 편견과 차가운 시선을 거둬줄 것을 요청했다.

길에서 만난 하나님

프레이포유 사역을 시작하기 전 손 목사는 다양한 교회에서 사역을 했다. 그러나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이 교회를 찾아오는 일은 드물었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대한 갈증은 커져만 갔다. "교회 사역을 하면서 저는 영혼을 살리는 목사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손 목사는 이전의 자신의 모습을 '직업 목사'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집처럼 드나들던 '따뜻한 교회'가 아닌 '차가운 거리'로 나가게 됐다고.
 
"앞으로 서울 중심가에 작은 식당을 마련해 배고픈 분들께 정성을 다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습니다." 프레이포유 식당인 찌개포유에 대한 계획을 얘기하는 손 목사의 눈이 반짝였다. "주중에는 식당으로, 주일에는 교회 공간으로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찾기 쉬운 장소였으면 좋겠습니다." 노숙인에게 다가가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 목사는 선뜻 이해가 가질 않는 답을 했다. "거리에서 노숙인을 만나는 것이 가장 즐겁고 행복합니다. 저에겐 하나님이 공급하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입니다."
 
하나님은 어디 계실가? 하나님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실까? 손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자들은 이미 답을 찾은 것 같다. 가난하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향해 프레이포유는 오늘도 길 위에 계신 하나님을 만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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