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聖域 )잃은 교회, 비탈에 서다
작성 : 2019년 10월 21일(월) 00:00 가+가-
모든 교회의 교회다움은 성역(聖域)으로 유지한다. 시공간을 막론하고 일정한 수준의 성역 유지가 교회로서의 위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교회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영적 능력으로 무장한 성벽과 같은 역할을 인정받아왔다. 세상의 상식과 논리로는 이해할 수도 없고 설명도 불가능한 숭고한 가치와 규범을 유지하는 것이 교회였다. 세상이 어지럽고 혼탁할 때 교회가 이를 바로잡고, 세상이 아프고 슬퍼할 때 교회가 진정한 위로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교회가 지니고 있는 특별한 수준의 도덕적, 영적 힘 즉, 영향력 때문이었다. 그런 만큼 교회의 언어는 세상의 언어와 구별되어야 하고, 교회의 가치는 세상의 가치를 초월하는 우월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의 성역이 무너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교회답지 못한 교회, 교인답지 못한 교인, 목사답지 못한 목사들이 수 천년 동안 유지해 온 교회의 성역을 무너뜨리고 있다. 교회의 언어가 세상의 언어 못지않게 거칠고 험악해졌다. 교회가 그동안 추구하고 강조해 온 가치가 세상이 추구하는 그 것들과 전혀 다를 바 없이 타락하고 추악해졌다. 교회의 선거가 세상의 선거 못지않게 부정과 부패로 얼룩지기도 하고, 교회의 각종 회의가 세상의 여러 회의보다도 더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경우도 많다. 교단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교단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권위 또한 심각하게 훼손당하는 일들이 번번히 일어나고 있다. 자신들의 뜻에 맞지않는 교단의 권유나 결정은 헌신짝 취급하는 대형교회의 고압적 태도는 차라리 만행에 가깝다.

성역을 잃은 교회의 초라함은 한국교회 전체의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회다운 모습을 잃은 교회는 더 이상 교인을 모을 수 없다. 새로운 교인을 만들기는커녕 기왕의 교인들이 썰물처럼 교회를 떠나고 있다. 교인수가 급격하게 줄고 높게 쌓아올린 웅장한 교회를 유지할 재정적 힘이 부치는 교회가 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더 크고 화려한 교회 건축을 위해 헌금을 강조하는 교회도 여전하다. 교회다운 교회, 교인다운 교인, 목사다운 목사들이 감당해야 할 진정한 신앙생활의 모범이나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기는커녕 오히려 세상이 교회의 타락과 추락을 걱정하는 세상이다.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유지해 왔던 기독교의 높은 도덕적, 영적 지도력이나 영향력이 급속하게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성역을 구축하고 새롭게 교회를 개척하는 자세로 재무장해야 할 때이다. 세상의 논리와 방법으로 교회를 다시 세우려는 경영 논리나 운영 방식 중심의 대처법은 위험하다. 세상에서 파산 선고를 받은 회사나 조직을 회생시키는 상투적이고 관습적인 방식으로 총체적 위기에 빠진 한국교회를 살리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교인들이나 목회자가 교인수를 늘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순간 이미 그 교회는 길을 잃게 될 것이다. 번지수가 틀렸다. 교회는 그게 아니다. 교회는 교인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인들의 영적 수준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공동체이다. 한 사람의 교인이 남더라도 교회다움을 잃지 않는 교회가 많아질 때 한국교회의 영적 부흥을 기대할 수 있다. 교회다움을 보여주는 성역聖域이 다시 필요한 이유이다.

김기태 장로/문화교회·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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