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강도만난 자의 이웃인가
작성 : 2019년 10월 14일(월) 00:00 가+가-
지난 주 베트남 노동자 부부인 도안과 니엔이 귀국했다. 그들은 다른 이주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코리아드림을 안고 돈을 벌기 위해 5년 전 한국을 찾아왔다. 필자는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 흘리며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너무나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이 부부는 한 공장에서 함께 일하면서 첫째 아이를 낳아 기르다가 아기를 먼저 고향으로 보냈고, 둘째 아기를 임신한 후 이제 한국생활을 정리하려고 회사를 그만두면서 퇴직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장은 그들이 불법체류자라는 약점을 잡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들은 교회를 찾아와 자신들의 문제를 상담했고, 교회에서는 그들을 도와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노동청으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은 회사는 또다시 니엔에게 전화문자를 보내와 '만약 회사가 제시하는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남편인 도안을 회사 경리에게 했던 성추행으로 고소하겠다'며 터무니없는 협박을 했다. 필자는 노동청에서 사장을 만나 이런 치사하고 창피한 일을 벌이지 말 것을 권했지만, 회사경리는 결국 도안을 고소했고 경찰에 체포되어 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두 번씩이나 요청했지만 법원으로부터 모두 기각됐고,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그러나 1심 판결에서 도안은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고, 항소를 통해 집행유예로 풀려나와 추방되게 된 것이다. 필자는 이 사건을 통해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민들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또다시 적나라하게 보게 됐다.

과연 한국 사람들 간이라면 이러한 고소를 할 수 있었을까, 과연 도안이 한국 사람이라면 이러한 판결을 내릴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는 체류를 허락받아 등록된 외국인(합법체류자)보다 체류기간이 넘어 연장되지 않거나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 외국인(undocumented migrants)이 훨씬 많이 다니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불법체류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불법체류자라는 낙인으로 인하여 그들이 당하는 인권침해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법상에 등록되지 않아서 부쳐진 이름에 불과한데 마치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를 가능성이 큰 사람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전히 한국 산업의 3D업종을 떠받들며 일정 부분 한국 사회에 기여하며 살고 있지만 도리어 의료나 복지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부분적이라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어떠한 차별도 스스로 감내하면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이다. 그들은 누군가의 원조를 받지 않으면 잠시도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교회를 찾았고, 그들이 교회의 한 지체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 중에 선교사가 나왔고, 그들을 통해 주님의 복음이 전파되고 있다. 한국교회가 통계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고 걱정들을 한다. 이주민선교를 하는 목회자로서 필자는 한국교회가 우리 주변에 있는 이주민들을 돌아볼 것을 권하고 싶다. 100만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들 가운데 이주노동자들을 비롯하여 많은 이주민들이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갈구하고 있다. 교인의 숫자를 늘리기보다 주변의 고통 받는 소외된 이웃들을 돌아보며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 주님이 원하시는 복음의 삶이 아닐까.

주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묻고 계신다. "누가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냐"고.

고경수 목사/대구평화교회·대구이주민선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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