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결한 짐승, 부정한 짐승(레 1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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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2019년 10월 04일(금) 00:00 가+가-
레위기 11~15장에는 정결법이 나온다. 정결법은 정결함과 부정함을 규정하는데, 정결하고 부정한 짐승과 사람과 옷과 집을 다룬다. 그런데 여기에서 정결함과 부정함은 깨끗함과 더러움을 뜻하지 않는다. 죄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지도 않다. 히브리어에서 정결함은 생명과 관련 있는 것, 부정함은 죽음과 관련 있는 것을 말한다.

먼저 레위기 11장은 정결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을 다룬다. 정결한 짐승은 먹을 수 있는 짐승, 부정한 짐승은 먹을 수 없는 짐승을 말하지, 짐승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레위기 11장에 11번이나 나오는 표현이 '너희에게 부정'(11:4, 5, 6, 7, 26, 27, 28, 29, 31, 35, 38)하다는 것인데, 짐승 자체가 부정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관점에 부정하다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먹을 수 없고, 제사를 드리기에 합당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부정하다.

레위기 11장은 땅에 사는 짐승, 육지 짐승(2~8), 물에 사는 짐승(9~12), 하늘에 사는 짐승(13~23)을 다룬다. 먹을 수 있는 짐승의 기준에서 육지 짐승은 굽이 갈라지고 쪽발이면서 새김질하는 짐승이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벗어난 돼지고기는 먹어서는 안 된다. 물고기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물고기만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장어와 오징어는 먹어서는 안 된다. 독수리와 같은 맹수도 부정하게 여겨졌는데, 썩은 고기를 먹는 짐승으로 여겨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네 발과 다리로 뛸 수 있는 벌레는 먹을 수 있다. 땅을 기어 다니는 길짐승 가운데 뱀과 관련된 짐승은 부정하게 보았는데, 이것은 창세기 3장 14절 등에서 뱀이 사람을 유혹한 간교한 짐승을 상징하는 것으로 본 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기준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확실하지 않다. 위생의 문제로 부패하기 쉬운 짐승은 먹지 말라고 했다거나, 이방신에게 제물로 드려진 짐승은 부정하게 여겼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구약의 위경인 아리스테아스의 편지는 정결한 짐승은 유대인을 상징하고, 부정한 짐승은 이방인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레고리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새김질하는 것은 말씀을 되새겨 묵상하는 것으로 비유하기도 하지만, 그릇된 해석 방식이다. 주후 1세기의 유대인 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필로는 돼지고기를 먹지 말도록 한 이유를 은유적으로 설명하는데, 돼지고기가 맛있어서 하나님이 사람이 탐욕을 내지 못하도록 하셨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소고기는 맛이 없어서 먹도록 허락하셨겠는가? 정결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을 나누는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우주상과의 조화에 따른 설명으로 보인다. 창조 질서에 따라 땅과 바다와 하늘로 구분된 곳에서 사는 짐승은 정결하고, 땅과 바다와 하늘을 걸쳐서 사는 짐승은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짐승으로 여겨졌다. 분화되지 않은 짐승은 태고의 혼동을 지니고 있는 짐승으로 보았다. 어류와 파충류의 중간으로, 땅 위 또는 물속에서 사는 양서류가 그러하고(10), 날개를 가지고 날고 동시에 네 발로 걷는 벌레(20)와 파충류도 그러하다(41~45).

레위기의 정결법의 문제가 신약 시대에 문제가 되었다. 예수님은 사람을 정결하고 거룩하게 하는 것은 무엇을 먹고 마시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에 달려있다고 말씀하신다. 사람을 부정하게 하는 것이 음식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있는 온갖 더러운 생각들이 사람을 더럽게 만든다는 것이다(막 7:15~23). 베드로는 하늘에서 부정한 짐승을 담은 그릇이 내려오는 환상을 본다(행 10). 베드로는 그 짐승들을 먹으라는 하늘의 소리를 듣는다. 유대인 베드로는 율법의 가르침을 따라 부정한 짐승을 먹을 수 없다고 대답하자, 하나님이 깨끗하게 하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말라는 하늘의 음성을 듣는다. 이것은 사도행전의 선교의 배경을 알아야 하는 것으로, 다른 문화에 젖어 있는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내용을 다룬다. 이탈리아 군대의 로마 백부장 고넬료,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것을 말하는 내용이다. 어떠한 음식을 먹느냐의 문제는 어느 민족의 식생활과 관련된 것이기에,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해치지 않는 한에서 복음을 전파하는 일에 방해가 되면 과감하게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결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에 대한 규정에서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지음 받은 거룩한 백성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존재 양식을 따라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얻는다. 11장의 마지막 구절을 보면 하나님이 거룩하니 그의 자녀인 우리도 거룩해야 한다(44~45).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 속한 존재라는 인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나님은 이집트에서 400년 동안 노예 생활을 한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키신 하나님이시다. 새로운 백성, 거룩한 백성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법이 정결법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을 따라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하나님의 거룩함을 이루는 것이 사람이 음식물을 먹는 식생활에서 시작한다. 거대한 담론과 신비를 통해서 거룩함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거룩함을 이루려고 노력한 이스라엘 백성의 세심한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백성이자 그리스도의 몸이다. 따라서 몸과 마음을 거룩하게 해야 하는데, 그것은 음식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삶의 양태로부터 시작한다.

김선종 교수/호남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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