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정의 평화의 나라'가 되어라!
한일갈등과 기독교인-4.평화의 관점에서 보는 한일갈등
작성 : 2019년 09월 27일(금) 00:00 가+가-
한·일경제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에 따라 향후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정치,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제갈등의 본질은 무엇일까? 경제전쟁, 역사전쟁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경제전쟁, 역사전쟁을 한·일간의 과거사와만 연계해서 볼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지정학적 지형을 재편하려는 어떤 흐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에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벌이는 경제전쟁이 대법원의 강제징용판결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의 조치에 대한 과거사를 빌미로 촉발되긴 했지만, 그것은 꼬투리일 뿐이고 근원적 배경은 세계의 새로운 지정학적 재편 흐름과 관련이 있고 이 흐름에서 일본이 취하는 편협한 국수적 패권 민족주의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 흐름에는 아베정권의 정치적 성향과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아베의 정치적 배경에는 일본회의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일본회의는 과거 침략을 주도한 장교들의 사상적 신념이 된 종교 우파와 혈통을 잇고 있는 국가신도를 다시 결성하는 모임인 '생장(生長)의 집'을 비롯한 극우 반공 보수 종교단체로 구성된 '일본을 지키는 모임'을 정신적 뿌리로 하여 황실중심, 개헌, 야스쿠니신사참배, 애국교육, 자위대 해외파견 등을 지향목표로 내세우는 국수적 극우주의 세력이다. 2014년에 구성된 아베내각 19명중 16명이 이 일본회의 출신이며 이번 내각에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들은 내각뿐 아니라 일본 정치계에 다수 포진되어 지금 일본을 편협한 국수적 패권주의로 이끌고 있다. 서구의 주요 해외 언론도 일본회의가 일본의 정치아젠다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조직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편협한 국수적 패권주의가 21세기 신냉전국제질서의 큰 흐름을 타고 지금 동북아시아를 재편하려 하고 있다. 탈냉전 이후 유럽에는 극우적 흐름이 꾸준히 증가해 왔고 최근에 와서는 유럽 전역에서 드러나게 정치세력화하고 있다. 편협한 국수적 패권 민족주의는 미국 우선주의 (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중국 등 경쟁국만이 아닌 동맹국들에게도 스스럼없이 관세 압박을 가하는 트럼프에게서 그 노골성을 본다.

지금 세계에는 미국-일본-뉴질랜드-호주-인도-중동을 축으로 하는 '해양동맹'과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축으로 하는 '대륙동맹'이 대결하는 거대한 국제질서 역학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데 여기에서 일본의 아베와 인도의 모디는 이 신냉전 국제질서에서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각각 담당하는 일원으로 그 중심 역할을 하려고 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에 맹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대편인 중국과도 적절히 협력하며 양쪽 간의 긴장을 활용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그사이에 자국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일본의 대 한국 경제전쟁은 이 흐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 21세기 신냉전체제속의 한국의 위치는 어디인가? 두 가지 현실직시가 중요하다. 한 가지는 과거에는 한국-일본-대만 라인과 한·미·일 동맹체제가 중요했는데 21세기 신냉전 국제질서에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는 현실이다. 또 다른 것은 해양동맹과 대륙동맹이 만나는 지점은 한반도와 중동, 즉 북한과 이란이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이와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러나 배타적 국수 패권주의적 민족주의는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이웃 나라에 고통을 주고 결국 자신들을 고립시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것이 종교우파와 결합하면 그 위험성은 배가 된다. 일본의 극우적 반공보수 성향을 가진 종교와 과거 아시아 침략의 종교적 신념을 제공한 신도를 정신적 바탕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번의 극우적 정치세력의 편협한 국수 패권주의는 평화헌법 개헌을 시도하면서 일본을 다시 제국화하는 아주 우려되는 현상이다. 뿐만 아니라 탈냉전체제를 다시 신냉전체제로 재편하며 세계를 갈등구조로 몰아넣고 있는 지구제국의 극우적 지구정치화도 깊은 우려를 낳는 현상이다.

3.1 독립선언서는 이미 그때 "아,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도다.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왔도다. 과거 오랫동안 갈고 닦아 키우고 기른 인도적 정신이 이제 막 새 문명의 밝아오는 빛을 인류 역사에 쏘아 비추기 시작하였도다"라며 세계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선언했다.

예언자 이사야는 생명, 정의, 평화가 가득한 새 하늘과 새 땅을 대안적 비전으로 제시했다(사 65:17~25). 예수님께서는 '모두를 위한 풍성한 생명'을 주러 세상에 왔다고 천명하셨다(요 10:10). 여기에 방점은 '모두'이다. 배제의 정치가 아닌 포용의 정치이다. 힘과 패권이 아닌 도의와 인도주의의 시대는 물론 하나님이 만물에 부여한 생명이 보장되고 정의가 수립되며 해함도 없고 상함도 없는 평화로운 새 하늘과 새 땅이 하나님의 궁극적 비전이다.

한·일경제갈등이 뜨거웠던 올해 8.15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나라'를 대응개념으로 제시했다. 제시한 평화경제는 한반도가 '해양동맹'과 '대륙동맹'이 충돌하는 21세기 신냉전세계역학구도의 한 정점에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남북한 평화정치, 평화문화, 평화통일과 더불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지향점이다. 그러나 나라의 목표를 단순히 무시당하지 않는 나라가 되려는 방어적 개념으로 설정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이사야 31장에는 제국 앗수르의 침략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제국인 애굽에 군사적 도움을 청해 나라를 지켜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아하스왕에게 예언자는 너희들이 도움을 청하러 하려는 애굽은 신이 아니라 사람에 지나지 않으며 강대국에게 도움을 청하면 화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하나님에게 의지하라고 권면했다. 우리 나라가 정의로운 나라, 평화를 세우는 나라, 생명을 존중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나라' 내적으로 튼튼한 나라가 될 것이다.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한 민족적 결단과 헌신과 마음 모음이 필요하다.

박성원 총장/경안신학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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