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 신화적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해
<4> 사실이 된 '신화'
작성 : 2019년 09월 20일(금) 16:12 가+가-
영화 '사자와 마녀와 옷장'(2005) 중에서.
지난 2회와 3회 차 글에서는, 루이스를 이해하는데 바탕이 되는 두 가지 즉 루이스의 글쓰기 방식과 루이스가 일생동안 추구한 Joy(환희)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제부터는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주제들을 하나씩 다루고자 한다. 먼저 루이스의 작품 속에 나타난 '신화'의 문학적인 측면들을 통해 루이스가 강조한 '사실이 된 신화(Myth Became Fact)'의 구현 과정을 살펴보겠다. 루이스는 기독교 작가로서는 특이하게 기독교의 진리와 대비되는 이교적 허구로 볼 수 있는 '신화'와 그 신화적 요소들을 작품 속에서 중요한 핵심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

루이스는 1, 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적 현실과 대비된 신화 세계의 아름다움을 제시하며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시작한다. 이 작품은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임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불행한 시대적 현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고 있다. 원문에는 '전쟁의 공습'이라고 묘사되고 있지만, 2005년 월트 디즈니에서 영화화한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전쟁의 무시무시한 공습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전쟁의 아픔을 더욱 생동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있어 긴박한 '전쟁의 공습'과 '기차역은 10마일 밖에 있고 우체국과는 2마일이나 떨어져있는' 한적한 시골집으로 자신들이 보내졌다는 사실은, 그들의 심리적 불안과 공포를 강화시켜주고 있다. 루이스는 현실 세계와 신화 세계를 작품 속에서 뚜렷하게 대조해서 그리고 있다. 이러한 설정은 실제로 있었던 전쟁의 비극을 작품 속에 구현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신화의 세계에 대한 상상과 동경을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신화의 세계인 나니아는 네 명중 막내인 루시(Lucy)에 의해 처음으로 독자에게 제시된다. 툼누스(Tumnus)의 집은 루시에게 "이전에 결코 가본 적이 없는 멋진 곳"이었다. 루시가 툼누스에게 대접받은 차와 음식 또한 "환상적"이었다. 이후 루이스는 한 장에 걸쳐 길게 툼누스의 "숲 속 생활에 관한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독자의 눈앞에 펼쳐보이듯 묘사한다. (지면 관계상 싣지 못하니, 이 부분을 꼭 읽어보기를 강추한다.) 이 이야기에서 툼누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여러 신들을 등장시켜 신화 세계의 낙원적 이미지를 확대시키고 있다. 루이스가 독자들에게 제시한 전쟁의 아픔은, 루시가 처음 경험한 나니아의 신화 세계를 통해 깊은 힐링을 체험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나니아의 매력적인 신화세계를 더욱 소망하는 '갈망(Sehnsucht)'으로 자연스럽게 대치되고 있다.

'나니아 연대기'의 제 7권인 '마지막 전투'는 처음부터 '혼란' 속에서 시작된다. 교활한 원숭이 시프트(Shift)에 의해 아슬란의 세계가 다른 우상의 세계로 바뀐다(shift). 또한 당나귀 퍼즐(Puzzle)은 시프트에게 굴복하고 사자 가죽을 입음으로써 나니아 백성들에게 그릇된 지식을 갖게 하는 혼란(puzzle)의 시초가 된다. 후에, 마구간 안으로 던져진 티리언(Tirian) 왕에게 새 나니아의 세계보다 "더욱 향긋한 향기와 반짝이는" 아슬란의 "향기나는 공기"와 "광채"가 찾아온다. 티리언은 달콤한 향기와 아름다운 빛에 이끌려 "그토록 열망해오던" 아슬란의 발치에 몸을 던지게 된다. 아슬란은 "암울한 시기에 확고하게 맞선 나니아의 마지막 왕"인 티리언을 "더욱 높은 곳으로(Further Up), 더욱 깊숙한 곳으로(Further In)" 부른다. 아슬란의 이러한 부름은 이제 마구간으로 상징되는 종말 이야기에 이어 다시 아슬란의 나라에서의 새로운 삶을 출발시킨다. 새 나니아에서 티리언 왕은 결국 진정한 신화적 존재가 된다.

그러나 루이스는 티리언을 비롯한 다른 등장인물들이 신화적 존재가 된 것으로 모두 일곱 권으로 구성된 '나니아 연대기'를 마무리하지 않는다. 루이스 자신의 자서적인 작품인 '예기치 못한 기쁨'에서처럼, '나니아 연대기'에서도 새롭게 시작된 페이지를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이것은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에게 '사실이 된 신화'를 넘어서는 루이스의 중요한 메시지인 것이다. (이 부분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즉 루이스는 시대적 예언자로서 '사실이 된 신화'를 영원히 지속하도록 하는 '갈망'을 독자들에게 불어넣고 있으며, 그 마음가짐으로 독자들이 '직접' 써나갈 수 있는 새로운 페이지를 남겨놓고 있다.
루이스가 어릴때 직접 사용했던 유일한 옷장이 미국 휘튼컬리지 안에 위치한 웨이드센터에 있다. 이 옷장에서 영감을 받아서 루이스는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쓰게 된 것이다. 필자가 루이스가 사용했던 옷장 앞에서 털옷을 입고 옷장을 통해 나니아의 세계로 들어가기 직전에 그 증거로 찍은 사진.

결론적으로, 루이스는 이 땅의 어두운 현실을 작품 속에 끌어들임으로써 독자들을 '신화'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이런 과정의 궁극적인 의미는 독자들을 완전한 신화적 존재로 재창조하는 '사실이 된 신화'에 있다. 루이스는 독자들을 신화적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함으로써, 현실보다 더욱 사실적이면서도 훨씬 더 매력 있는 신화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도록 이끌고 있다. 루이스의 작품들은 바로 이러한 '사실이 된 신화'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사실이 된 신화'가 오늘날에도 "더 높고 더 깊게" 따뜻하고 아늑한 향기를 계속해서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인성 교수 / 숭실대 베어드교양대학 학장·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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