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신학, 물의 과학
[ 독자투고 ]
작성 : 2019년 09월 19일(목) 17:13 가+가-
 "하나님이 이르시되 물 가운데에 궁창이 있어 물과 물로 나뉘라 하시고 하나님이 궁창을 만드사 궁창 아래의 물과 궁창 위의 물로 나뉘게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개역개정)" 창세기 1장 6~7절의 말씀은 성경 전체에서 최초로 창조된 물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후 창세기 7장에서 이 물은 홍수 심판이라고 하는, 인간의 타락에 대한 형벌의 도구로 사용된다. 여기서 물은 하나님의 질서 회복을 표상하고 있다. 출애굽기 15장에서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를 건넌 후 물을 구하지 못한 채 수르광야에서 사흘을 지낸다. 이때 처음으로 만난 샘의 물은 하나님의 권능으로 마실 수 있는 물, 생명을 유지하는 물로 변화된다. 이 대목에서 물은 생명을 수여하는 하나님의 기적을 상징한다.

 유목민인 이스라엘 민족은 강수량이 적은 건조한 기후 속에서 사람과 가축을 살리기 위해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였다. 풍부한 물을 확보하고자 하는 바람은 성경 전반에서 확인된다. 히브리어로 '물'을 뜻하는 단어는 마이(단수)지만 성경에서는 이 말이 자주 사용되지 않는다. 성경에서 물이라 할 때는 '넘치는 물'을 뜻하는 복수 형태의 단어 마임(복수)이 주로 사용된다.

 신약성경 요한계시록에는 물로 인한 멸망의 형벌(계 8:11)이 예언되어 있는데, 이는 구약성경에서와 마찬가지로 물이 질서의 회복(계 22:17)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반면 요한복음 1장 31절에 언급되는 물은 구약성경에서 물이 나타냈던 생명수라는 의미보다도 훨씬 구체적인 복음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예수께서는 선교 사역을 시작하기 직전에 물로 세례를 받으셨다. 이 세례(물)는 그 분이 하나님의 아들이며 메시야라는 사실을 세상에 드러내는 뜻을 담고 있다. 물은 성령의 정화 기능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는 예수가 행하신 첫 기적,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일을 통해서 확인된다.

 당시 유대인들의 거주지인 팔레스타인 지역은 수량이 적은데다 수질마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물보다는 포도주를 주로 마셨다. 포도주의 효능 중에는 식중독을 예방하고 소화를 돕는 기능이 있었고 이는 육류를 주로 섭취하던 유대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예수의 첫 기적은 물이 정화하는 생명력을 가졌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요한복음 4장 14절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구약성경과 마찬가지로 신약성경에서도 물은 여전히 생명의 원천을 상징한다. 여기에 언급된 샘물은 분명 그리스도에게서 나오는 영원한 생명수, 영혼의 생명수라는 의미를 전하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약 1.4 ×10^(18) 톤에 이르고,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지표수는 9×10^(13) 톤이며, 지구 표면의 70% 이상은 물로 덮여있다. 또한 각종 동식물의 몸을 이루는 성분 가운데 70~90%가 물로 밝혀진다. 물은 지구 기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물은 증발하고 순환하는 과정을 통해 지구 전체의 물분포를 평형상태로 유지한다. 태풍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현상들 가운데 하나이다.

 순수한 물 분자 안에는 한 개의 산소 원자와 두 개의 수소 원자가 결합되어 있다. 물은 두 원소가 지극히 단순한 구조로 연결된 결합체이다. 분자 모양이 104.5도의 V자 형을 이루는 가운데 중앙에 산소 원자가 자리를 잡고 그 양측에 수소 원자가 마치 두 팔처럼 결합되어 있다. 산소와 수소의 전기적 성질 덕분에 물은 분자 간 결합이 매우 안정적이고 강력하다. 분자의 각이 104.5도(V자)인 것은 산소의 음전성 때문인데, 이는 물 분자에 큰 극성을 부여함으로써 물을 특별한 물질로 만드는 주원인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물질은 액체에서 고체로 변화될 때 밀도가 높아지는 대신 부피가 감소한다. 그러나 물은 액체(물)에서 고체(얼음)로 변화될 때 오히려 부피가 증가한다.

액체 상태보다 빈 공간을 더 많이 만들어(육각형 구조) 부피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물은 약 4도씨에서 부피가 가장 작아지고 무거워지는 특성이 있다. 고체인 얼음은 비중이 줄어들어 가벼워지므로 물에 가라앉지 않고 떠있게 된다. 얼음은 열전도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혹독하게 추운 겨울 호수 표면이 얼었을 때 호수 밑에 물고기가 살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된다. 물은 특별히 액체 상태일 때 생명체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물은 온도변화에 쉽게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성을 가진데다가 동식물의 세포에 흡착이 잘되고 생체 유기물을 잘 녹이기 때문에 생명체 내부의 주요 용매로 활용되며 다양한 유기물을 영양분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물은 생명체의 발생과 보존에 필수적이다. 지구가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Habitable Zone)이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충분한 양의 물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생수의 근원(예레미야 2장 13절)이시고, 그리스도는 이 생수를 주시는 분(요한복음 4장 14절)이며, 성령은 생수의 강(요한복음 7장 38절)이다. 다른 어떤 물질도 물만큼 생명체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창세기 1장에 기록된 물은 인간 입장에서 보면 하나님의 말씀으로 창조된 특별한 선물이다. 물은 더러운 것을 정화하며, 동식물의 성장에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담당하고, 인간의 생명을 유지한다. 이로 보건대 물은 하나님의 놀라운 은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종용 교수(한남대, 물리학·조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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