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협동조합을 말한다
작성 : 2019년 09월 16일(월) 00:00 가+가-
우리나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것은 2012년 12월. 정부기관인 사회적기업 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약 1만 6천여 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단기간에 급속하게 성장한 협동조합이지만 이미 협동조합운동은 전 세계적인 확산되어 자리잡고 있는 경제현상이자 시스템이다. 1844년 영국의 '로치데일 공정선구자 협동조합'을 효시로 시작된 협동조합운동은 이미 지구상에서 10억명의 조합원과 1억명의 직원을 고용한 경제조직으로 세계경제의 중요한 중심축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협동조합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 시대가 직면한 경제위기 상황과 맞물려 있다. 무한경쟁, 승자독식, 적자생존으로 특징지워지는 신자유주의의 독주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화, 고착화되고 환경훼손과 오염이 가속화되며 교육, 의료, 복지 등 사회보장제도가 축소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협동조합은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이란 자본보다는 사람을, 경쟁보다는 협동을, 영리적인 이윤보다는 공동선을 중시하는 자유로운 사람들의 결사체이다.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원리와는 다른 생산과 소비방식, 협동과 연대의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경제체계를 추구한다. 사회의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여 기득권을 가진 1%가 아니라 99%를 위한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세계금융위기 때 유럽연합의 25만 개 협동조합은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도 구조조정과 인원감축은 커녕, 54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듦으로써 협동조합의 사회적, 경제적 역할을 충분히 입증한 바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꼭 알고 넘어가야 하는 점은 이러한 협동조합은 기독교 신앙과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협동조합의 이념과 정신은 나눔과 공유를 통해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성경의 가르침에 다름아니다. 서구사회의 복지제도가 기독교적 윤리와 가치관에서 유래한 것처럼 협동조합 역시 마찬가지였는바 협동조합의 역사는 이를 그대로 반증하고 있다. 영국의 로치데일공정선구자 조합은 크리스천으로서 영국에서 이미 협동조합운동을 벌였던 윌리엄 킹의 사상과 영향 속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독실한 루터교 교인으로서 독일 신용협동조합의 선구자가 된 라이파이젠, 덴마크 농업협동조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그룬트비 목사, 호세 마리아 신부에 의해서 시작된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가톨릭 지도자들에 의해서 전개된 캐나다 퀘백의 협동조합운동, 그리고 일본의 협동조합운동의 씨를 뿌리고 협동조합을 통해 사회발전과 개혁을 이루었던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에 이르기까지 세계 협동조합운동의 역사는 기독교와 기독교 지도자들의 역할 없이는 감히 설명하기 어렵다.

오늘날 협동조합이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등장하여 기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협동조합의 발생과 성장에 뿌리역할을 했던 교회를 돌아보게 된다. 오늘날의 교회는 물질주의, 성장주의, 개교회 중심주의를 추구하며 초대교회에서 보여주었던 섬김과 나눔의 공동체정신을 잃어버리고 대사회적인 도덕적 영향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교회는 초대교회 정신을 회복하며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를 섬기는 목회를 강화하고 교회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름아닌 협동조합 선교이다.

7년 전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될 때 우리 교단 총회를 비롯해서 모든 기독교 교단들이 너나 없이 유행처럼 협동조합 선교를 외치고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를 열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유행은 잠깐이었고 최근까지 교단적 차원의 관심은 없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빈곤, 실업, 일자리, 환경과 복지서비스, 그리고 청년창업에 이르기까지 각종 사회문제를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비즈니스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흐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제 협동조합 선교에 대한 논의를 다시,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논의를 넘어서서 총회차원의 선교전략 수립, 신학적 논의, 지역교회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개발 등 실제적인 논의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교회갱신과 새로운 선교전략에 목말라하는 한국교회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지역교회 현장에서 시행착오 거듭하면서도 협동조합 선교를 실천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소수의 목회자들을 위해서도 협동조합에 대한 유행이 다시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용식 목사/울산노회 희망을나누는집 관장, 사회적기업 희망을키우는일터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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